블링켄의 라말라 방문에 맞춰 반대 데모가 벌어졌다. 미 국무장관은 무슨 보람을 느끼며 살까. 이미 해놓은 말이 거창해서 PA를 달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다. PA로서도 임기가 1년도 안 남은 미국 정부를 믿기도 어렵고. 그나저나 후티 반군이 홍해로 쏘아보낸 대공미사일을 미 해군이 막았단다. 홍해로 전쟁이 확대되지 않고 후티 반군을 주저앉힐 수 있을까.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블링켄은 홍해 위기 공조 국가 중 하나인 바레인을 깜짝 방문한단다. 독일은 레바논 정부군에 15 million euro의 군비를 지원한다. 헤즈볼라를 겨냥한 거라는데, 글쎄.
카네기 돈으로 지은 Peace Palace, ICJ의 Great Hall of Justice. UN의 국제 분쟁을 다루는 법정이다. 가이드 투어가 있어서 들어가 사진 찍을 수 있다. 어마어마한 작품들을 가이드가 자부심 넘치게 소개하는데, 러시아 짜르가 기부한 꽃병 조각상이나, 메이지 시대 예술가 키구치 호분의 작품, 오토만의 카펫 등이다(세계 평화에 기여한 분들 맞냐고 확인하고 싶어진다).
ICJ 재판이 헤이그에서 속개된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제노사이드 혐의로 회부됐다. 내일은 남아공의 기소가, 모레는 이스라엘의 디펜스가 있을 예정이다. 상황은 안 좋다. 현 정부의 극우 장관들이 원래 *소리를 해왔든 말든, 그 발언을 근거로 이스라엘의 제노사이드 의도를 주장할 수 있다. 안식일에 테러리스트 공격을 당해 1200명이 죽고, 300명 이상이 자기 집에서 납치된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이상하기 짝이 없는 고발인데, 이 혐의는 매우 심각하다. 재판 결과는 이스라엘의 국제 외교적 지위에 큰 해를 입히겠지만, 지금 진행중인 하마스 전쟁에도 마찬가지로 영향을 줄 것이다.
국제기구는 가자 지구의 사상자가 23000명인데 그중 70%가 여성과 어린이라는 통계를 받아들이고 있다. IAF의 공중폭격에 대한 문제제기다. 특히 탈출한 이스라엘 인질 3명이 백기를 흔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IDF 군대에 의해 총에 맞아 사망한 사건은, 비무장한 사람들이 눈에 띄이는 즉시 사살된다는 보고의 근거로 사용됐다. 또 이스라엘 정부 내각의 극우파 발언은 팔레스타인 사람을 비인간화하고, 가자 지구와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 공격을 암시한다는 주장이다. 언론인의 사망도 국제법 위반으로 지적할 수 있다. 이스라엘의 행위가 팔레스타인 국가, 인종, 민족 집단의 상당 부분을 파괴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보이기만 해도, 성격상 집단 학살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남아공 대표단에는 영국의 전 노동당 총수 제레미 코빈이 들어 있다. 원없이 이스라엘을 난도질할 것이다.
이스라엘을 대리할 법률가는 영국 변호사 Malcom Shaw다. IDF가 가자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해 많은 조치를 취했고, 이스라엘 장관들의 발언은 IDF의 행동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제노사이드를 저질렀다는 최종 판결이 아니라도, 남아공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간주만 돼도 이스라엘에 대한 임시 조치를 명령할 수 있다. 그럼 하마스 전쟁은 중단돼야 하고, 미국의 무기 공급이나 정치적 지원 역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미국 정부 내에서도 파장이 거세다.
수업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나말에 들렀다. 날씨가 추워서인지, 전쟁중이라 그런지 사람이 없다. 비가 오려고 먹구름이 몰려온다. 오후 4시 좀 넘었는데 석양이다.
당 떨어져서 메종 카이저에 들어갔다. 피낭시에는 금괴 모양에서 유래한 이름인데 이스라엘 피낭시에는 머핀 모양이다. 설탕을 쏟아부어서 아주 꾸덕하다. 티그레도 호랑이 줄무늬 때문에 붙은 이름인데, 역시 이스라엘 티그레는 막 만든다. 메종 카이저 이름이 아깝다. 책 읽느라 먹다 말고 창가에 두었는데 둘기님들이 차례대로 와서, 창문을 계속 머리로 쪼고 있다. 허참, 내가 몹쓸 사람이 된 기분이지만, 저들에게 빵 부스러기를 줄 필요는 없다. 넘쳐나니까.
돌아오는 길은 여지없이 막힌다. 20분이면 올 거리를 한 시간 넘은 것 같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폭우가 쏟아진다. 뭐 이리 갑자기인지. 골목길 하수구를 나뭇잎이 꽉 막고 있지만, 나는 환자이므로 빗속을 뚫고 들어와 일단 눕기로 한다. 이렇게 피곤하다니 믿을 수가 없다. 전신의 면역성이 제로 그라운드로 떨어진 기분이다. 야외에 있을 군인들, 납치된 가족들을 위해 싸우는 이들, 장례식을 치르는 이들이 생각난다. 지금 삶은 누군가에게 비통하다.
이스라엘 내각이 인질 석방을 위한 협상안 논의에 들어갔다. 대표단이 카이로에서 카타르의 휴전인을 타진하고 있다. 하마스의 요구는 지도자들의 해외 망명 보장이라나 보다. 협상안이 논의중이라 그런지 오늘 전선은 그나마 잠잠했다. 공습 경보도 가자와 북쪽 한 번씩만 울렸다. 하마스는 10월 7일 공격을 2014년 이후에 세웠고 2021년 인준했는데 최종일자를 택한 건 5명이라고 한다. 야히야 신와르, 무함마드 데프, 무함마드 신와르(야히야 산와르 동생), 라우위 무쉬타하, 아이만 노팔이다. 이중에서 노팔이 IAF 공습으로 사망했다.
요르단이 아카바에서 아랍 정상회담을 열잔다. 이제 와서? 저 나라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정치적 감각이 떨어지는 건지, 눈치가 없는 건지, 참나. 사우디 아라비아 때문일 수 있다. 주영국 대사 입을 통해 분명히 했으니까. MBS는 전쟁 끝나면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할 의사가 매우 확실하단다. 1982년 이후 정책이란다. 사우디 아라비아가 이스라엘과 손 잡으려 할 때마다 번번이 초친 나라들한테 하는 말일 거다.
성지 카톨릭 교회의 주현절 epiphany 프로세션이 공개됐다. 성탄절로부터 두 번째 주일이다. 날짜로는 1월 6일이지만, 주일에 행사를 해야 하니 1월 1일 이후 첫 주일로 맞춘다. 카톨릭 교회 주현절은 아기 예수를 방문한 동방 박사들을 기념하지만, 정교회의 주현절은 예수의 수세를 기념한다. 성지의 수호자 프란체스칸은 두 가지를 섞어서, 주현절에 유아 세례를 준다.ㅋ 예수님이 세례를 받은 장소로 여겨지는 카스르 알 야후드에서 프란체스칸 프로세션이 있었다. 인간의 몸을 입으신 연약한 예수는 이 전쟁의 때 아무 힘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 연약함이야말로 파괴와 무기의 언어를 극복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세상의 눈에는 참 한심해 보이는 모양이지만, 믿는 자는 거기 기대어 새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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