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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8 하마스 전쟁 94

IDF의 골라니 여단은 독특하다. 13, 51, 52 중대가 있는데 나조차 알 정도로 유명하다. 대개 군인의 명예는 태도나 용모의 단정함과 연결된다고 여길 것이다. 영국 로열 공수부대의 빨간 베레모가 찢어지거나 더러우면 되겠나. 그런데 골라니들은 더럽다ㅋ. 정말 지저분한 건 아니고 그래서도 안 되지만, 그런 인상을 준다. 전투에 임하는 그들의 자세 때문이다. 골라니의 전설이 된 1973년 11월 헤르몬 전투는 장교가 거의 없었다. 미리 다 전사해서. 사병들이 막무가내로 산을 올라가 적을 쓰러뜨리고 깃발을 꽂았다. 너덜너덜해진 채, 툭툭 먼지를 털며, 뭐 우린 할 일을 했다고 말하는 마초이즘이 골라니즘의 상징이 됐다. 이스라엘 남성은 이런 류의 허세를 좋아한다. 하마스 전쟁에서도 골라니의 희생이 컸다. "골라니 쉘리"라는 유명한 전투가가 많이 울렸다. 

 

토메르 나가르는 10월 7일 키수핌 기지에서 사망한 골라니 전사다. 맥주를 사랑했던 토메르를 기리기 위해 그의 가족은 맥주 라인을 런칭했다. 와인의 적통인 나라에서 맥주에 대한 애정도 골라니스럽다. 토메르는 입대 전 유럽으로 맥주 시음 여행을 했었고, 그의 최애 맥주는 기네스란다. 부티크 맥주를 생산하는 네게브 브루너리 글렌츠는 토메르 맥주가 “여과되지 않은 거친 이스라엘 맥주로 토메르 자신처럼 더 깊은 맛을 남기는 맥주”라고 소개했다. 

10월 7일 하마스 테러리스트의 침입이 시작됐을 때, 토메르는 키수핌 기지에서 1 50m 떨어진 벙커에 있었다. 감시병들은 벙커의 군인들에게 대피소로 들어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토메르는 지시를 거부하고 자리에 머물면서 다른 군인들에게 엄호 사격을 제공했다. Negev라는 이름의 light machine gun을 사용해 675발의 총알을 모두 소진할 때까지 50분 동안 싸웠고, 그렇게 많은 양의 탄약을 발사했지만 무기는 잼을 일으키지 않았다. 결국 치명상을 입어 전사했지만, 토메르가 테러리스트들을 저지함으로써 기지에 있는 다른 군인들은 시간을 벌 수 있었다. 키수핌은 오테프 가자에서 유일하게 함락되지 않은 군사 기지였다.

토메르의 사후, 가족들은 그의 이름으로 된 맥주를 마시기로 했고, 맥주 회사에 연락해 판매용이 아닌 240병을 주문했다. 이 아이디어가 멈추지 않았고, 결국 가족들은 네게브 예루함에 있는 Glentz 브루어리와 함께 판매용 맥주 라인을 생산하기에 이르렀다. 기네스를 연상시키는 강한 맛에, 블론드와 앰버 형의 가벼운 맥주가 첨가됐다. 토메르의 생일인 12월 둘째 주에 출시됐다. 맥주병의 라벨에는 토메르의 이미지와 골라니 51중대의 상징 올리브 나무와 함께 "내 피 속에 영원히 흐르리라"는 슬로건이 새겨져 있다. 골라니 51중대의 모토인 "내 피 속에, 당신은 영원히 살리라"의 변형이다. 가족들은 맥주 워크샵도 준비하고 있다. 상실에 대한 유일한 치유법은 기억하는 것이다, 더 적극적으로. 

 

 

PBS의 "당신의 뿌리를 찾아서"에 앨러니스  모리세트가 나왔다. 20대 후반에 유대인 혈통임을 알게 됐단다. 카톨릭 신자로 성장했고 불교로 개종했다. 

 

 

 

음악을 듣는 것으로 몸은 얼마나 치유될까. 두통에는 확실히 효과적이다. 에레즈 레브 아리의 유명한 노래 제목은 "이 모든 분노를 어쩔 것이냐?"이다. 노래에 어쩌라는 답은 없다. 미쳐버리겠다는 노래가 너무 담담하다.

 

많은 시간을 누워 있으니 머리가 더 아프다. 경치 좋은 모샤브 길을 한 바퀴 돌고 왔다. 햇빛 속에 나른하게 있으니 찡찡거리던 게 사라진다. 해가 이렇게 중요한데 100일 동안 지하에 있으면 무슨 일이 생길까. 

 

잠깐 외출하고 왔는데 사시나무처럼 떨리고 지친다. 다시 자리 보전하고 누웠는데 공습 경보다. 나는 태평하다. 코로나를 전염시킬까 봐 쉘터를 갈 수 없으니 그대로 있기로 한다. 계단 내려갈 엄두가 안 난다. 창문 열고 블꽃들의 전쟁을 보았다. 겁나 무섭다. 왜 지금이지? 블링켄 내일 오는 거 모르나?   

 

 

하마스는 이스라엘 미디어를 정독하고 있나보다. 10월 7일 납치된 네 여성 군인들의 사진을 선동 영상에 등장시켰다. 이스라엘 미디어는 이 영상을 보도하지 않지만 영국 매체가 대신 했다.   
Liri Albag, Karina Ariev, Daniella Gilboa, Agam Berger다. 네 사람은 손이 뒤로 묶인 채 벽에 기대어 서 있다. 구타를 당한 건지, 수류탄 파편에 다친 건지 핏자국이 보인다. 

영국 매체는 이들이 당신들의 딸이라면 어쩔지 상상해 보라고 권한다. 공감과 연대의 인간애를 요구하는 거다. 팔다리에 입은 부상으로 인한 절단이나 강간으로 인한 임신 등을 우려하고 있다.

우리나라 언론은 이런 공감 요구에 '선 넘었다'며 분개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샤머니즘 영향 같다. 부정 탈까 봐 겁난다는 의미 아닌가. 남의 불행이 안 됐기야 하지만, 그걸 굳이 내 일처럼 받아들일 수는 없는 게 우리 정서 같다. 그게 때로는 피해자를 외면하는 가혹함으로 비치기도 하고.

잘 알려졌다시피 하마스의 지하 터널 기술 원조는 북한이다. 헤즈볼라를 통해 하마스까지 전해졌다는 게 이스라엘 안보기관의 평가다. 북한이 아직도 땅굴을 파고 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글쎄, 내가 알 수가 있나. 그럼 걱정되지 않냐고 묻는다. 분명 적이지만 한 민족인 우리와 북한의 관계는, 극단적인 인종적 대립 속에 있는 이 나라에게 흥미롭게 느껴지나 보다. 우리가 전쟁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워낙 거물들이 옆에 버티고 있어서 우리끼리 싸우면 그들 좋은 일만 된다는 걸 알아서 아닐까. 아무튼 전쟁의 주요 피해자는 여성과 어린이고, 이 어리석은 파워 게임을 멈출 수 있는 길은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헐리우드는 제 갈 길을 가는구나. 골든 글러브 시상식은 현재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대해 아무런 언급 없이 지나갔다. 남의 나라 일이라기엔 미국이 몹시 긴밀히 관련돼 있는 전쟁들인데, 참나. 

Succession에서 제리 역할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J. Smith-Cameron이 이스라엘 인질들의 귀환을 염원하는 노란 리본을 달았다. 우리나라는 위키피디어에 투자를 안 한 걸 언젠가 후회하게 될 것이다. 일본어와 중국어가 있는데 한국어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영화 관련 페이지는 꽤 있는데, 그나마 영어판에서 중요한 한두 문장 번역한 게 고작이다. 그것도 기특하다고 해야겠지만, 작성자가 누구인지 수준은 처참하다. 스미스캐머런더러, 남편 케네스 로너건 영화에 '근근이' 출현했단다. 브로드웨이 연극의 세계는 아는 바 없어도 성차별에 거리낌 없는 이 대단한 분은 배급사 직원이려나? 

이성진 감독의 Beef, "악연"이 미니시리즈 부분을 석권했다. 최고의 넷플릭스 드라마이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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