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도 아침에 일어나면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부터 점검한다. 하지만 4월 11일 밤에는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날 줄 알았다. 전투기 소리도 보통이 아니었는데 아직은 실전이 아닌 건지. 놀랍게도 꿀잠을 잤다. 원래 인간이 극도의 공포를 느끼면 방어기재로 잠을 자게 된다. 잠은 푹 잔 것 같은데 온몸이 아프다.
이스라엘 군 지도부에 복수한다는 테헤란의 배너에 히브리어가 써 있다. 누가 알아본다고? 너무 친절하네.
미국 CENTCOM 사령관 마이클 쿠릴라가 목요일 아침 이스라엘에 도착했다. 미국 대사관 공지사항에 이렇게 민감한 적이 없었다. 텔아비브, 예루살렘, 브엘셰바 이외의 지역으로 여행 금지란다. 유사 시 비행기를 보내야 해서 그런가? 그냥 연락 잘 받으라는 뜻인가? 이란이 대도시를 공격할 리는 없기 때문일 거다. 이란이 미국과 소식은 주고받는 모양이다. 대규모로 확전되지 않도록 성급히 행동하지 않겠다는 전갈이 왔단다. 이스라엘에 복수를 하긴 하는데, 다른 나라들 봐서 심하게 안 한다는 말인가? 이란 외무부장관이 오만에 갔다가 그쪽 통해 워싱턴에 말을 전했나 본데, 워싱턴은 논평을 거부했다. 직접 통화들 좀 하시지. 아무튼 미국 생각엔, 이란이 이 지역 대리자, 그러니까 헤즈볼라나 시리아를 통해 이스라엘에 공격할 것 같은가 보다. 이스라엘은 침착한 편이지만 지역 민병대 활동이며, 쉘터 개방 등 전쟁 분위기는 물씬이다.
이란이 미사일을 날리면 어떻게 될까. 이스라엘은 미사일 요격시스템이 제일 발달한 나란데 인터셉트할 수 있을 거다. 그리고 그 핑계로 이란 핵시설을 폭파하지 않을까. 미국이 말려서 안 했지, 그동안도 그 연습 많이 했을 텐데. 미 정보부 소식통이라면서 이란이 24-48시간 안에 공격할 거라는 뉴스는 사실 이란에 보내는 경고일 거다. 다 알고 있으니 관두라고. 미국처럼 팔자 편한 나라가 우방인 것은 이런 때 참 아쉽다.
전쟁사에는 지금 이스라엘이 처해 있는 것과 비슷한 사례들이 꽤 많다. 어쩌면 이스라엘 고위 장교들도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것이다. 그래도 못 한다. 전쟁의 향방을 가르는 것은 결정권자의 결단밖에 없기 때문이다. 라마단 때 그 결정권자는 무슬림들이 이스라엘을 아작낼 거라며 가자에서 군대를 철수시켜 서안 지구에 배치했다. 미국을 설득하는 대신 갈등을 빚더니 라피아흐 작전을 연기했다. 그 와중에 하마스가 곧 합의한다는 카타르의 설레발에도 놀아났다. 덕분에 하마스가 가장 원하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대립 구조가 완성됐다. 이걸 본인도 원한 건가?
한치 앞을 모르는 인간이 이럴 때 할 수 있는 선택은 뭐가 있을까.
나는 청소를 택했다. 유사시 뭐라도 도움이 될까 봐. 오랜만에 베란다에 나갔더니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원래 이 문은 닫아본 적이 뜸할 정도였는데, 한번 도둑이 들었고, 올해는 봄이 늦어지면서 정원에 들끓는 쥐들 때문에 문을 닫아두었다. 새들이 유난히 소란을 피우긴 했는데, 비둘기가 알을 낳기 위해 둥지를 만들 지경인 줄은 몰랐다. 이미 알까지 낳았는데 이걸 어쩌나 갈등이 컸지만, 비둘기 똥은 질병의 원천이다. 어쩔 수 없이 몹쓸 사람이 되기로 했다. 여기 비둘기들이 너무 인간 친화적이 되는 건 좋은 일이 아니다. 마이너 같은 침입종에게 쫓겨 야생에서 밀려나는 거라.
원래 정치라는 풍토에서 살아남는 종은 그 저질의 생태계에 적합한 자질이어서다. 우리나라 총선 결과도 잘 말해주다시피.
생각해보니 이 와중에 그래도 할라하를 지켰다.
"길을 가다가 나무에나 땅에 있는 새의 보금자리에 새 새끼나 알이 있고 어미 새가 그의 새끼나 알을 품은 것을 보거든 그 어미 새와 새끼를 아울러 취하지 말고 어미는 반드시 놓아 줄 것이요 새끼는 취하여도 되나니 그리하면 네가 복을 누리고 장수하리라"(신명기 22:6-7).
כִּי יִקָּרֵא קַן-צִפּוֹר לְפָנֶיךָ בַּדֶּרֶךְ בְּכָל-עֵץ אוֹ עַל-הָאָרֶץ, אֶפְרֹחִים אוֹ בֵיצִים, וְהָאֵם רֹבֶצֶת עַל-הָאֶפְרֹחִים, אוֹ עַל-הַבֵּיצִים--לֹא-תִקַּח הָאֵם, עַל-הַבָּנִים. שַׁלֵּחַ תְּשַׁלַּח אֶת-הָאֵם, וְאֶת-הַבָּנִים תִּקַּח-לָךְ, לְמַעַן יִיטַב לָךְ, וְהַאֲרַכְתָּ יָמִי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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