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3일 토요일 밤 10시 경 이란의 드론과 탄도미사일 발사 소식이 나왔다. 처음엔 수십 발이라고 하더니, 나중에 알고 보니 300발이 넘었다. 아무튼 장거리 미사일은 도착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이란이 종교 국가가 되더니 상식도 잃었나. 공격 시간이 왜 이리 그지같나. 일단 자기로 했다. 새벽 2시 반은 돼야 이스라엘 영토에 도착하니까. 나는 확실히 외국인이다. 2시쯤 일어나보니 동네 전체에 불이 환하다. 우리 동네는 민간인 지역이라 명색이 군사 시설을 타격해야 하는 전쟁법에 따라 이란의 미사일이 여기로 오지는 않는다. 그걸 알면서도 쉽게 잠들 수 없었나 보다. 꿀잠 잔 나는 머쓱하네.
실시간으로 지켜본 전쟁의 양상은, 겁나 비싼 불꽃놀이처럼 보였다. 보너스로 이스라엘 미사일 요격 시스템의 우수함을 전 세계에 입증했다고 해야 하나? 300발이 넘는 이란의 드론과 로켓과 탄도미사일을 99% 요격했단다. 텔아비브 주식장은 은행과 보험 회사들 중심으로 조금 하락세지만, 월요일 아침이면 나스닥에 상장된 이스라엘 군수산업 주가가 일제히 뛸 것이다. 특히 David' Sling을 개발한 라파엘은 원래도 대박이었지만 초대박이겠다. 우리나라 군관계자들도 정상이라면 신경을 곤두세웠어야 하는데, 어떨지. 이란 정치가들이 오늘 아침 이벤트홀에 모여 박수 치고 좋아라 한다. 뭐가 좋은 건지? 수십 년 국민의 혈세를 쏟아부어 만든 이란제 미사일들이 적국의 털끝 하나 못 맞추는 현실이 생중계됐는데. 하긴 저쪽 분들은 승리에 대한 개념이 달라서. 미국 외에도 영국 프랑스가 이란 미사엘 요격에 도움을 주었단다. 요르단은 자기들한테 떨어질까 봐 몇 발을 처리한 것 같고.
이스라엘의 핵관련 시설이 있는 디모나로 미사일 공격이 집중됐다. 덕분에 사해 인근과 브엘셰바가 고생했다. 예루살렘은 왜? 좀 예외긴 했다. 엘악사가 잠재적 위협을 받았는데 나서서 비난하는 아랍국가가 하나도 없다. 엘악사에 로켓 파편이 떨어져 황금돔이 맞았으면 어쩔 뻔했나. 팔레스타인 깃발 휘날리며 이란의 로켓 공격을 좋아하는 이들이 어이 없는 이유다.
사실 이 순간 가장 절망적인 이들은 이스라엘 인질들 가족일 것이다. 협상하는 척하며 바람 잡던 카타르 멱살 잡을 힘도 없을 텐데. 하마스가 가장 원하던 구도가 됐다. 가자에 인도주의 지원? 그것도 끝이다. 알면서 끌려온 건가, 끌려와준 건가. 이제 이스라엘의 대응이 남았다. 12시간 지나 오후에 내각이 회의에 들어갔다. 이 나라에 전쟁을 원하는 세력이 얼마나 큰지, 확실히 알게 될 것이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유대인과 페르시아인이 전쟁을 하게 됐다. 이유는 뭐 이번 건만 따지면 아랍 때문이니, 한심하고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이란의 하메네이는 이스라엘 국기가 불타는 트윗을 올렸다. 알라에게 무슨 기도를 하면 이런 짓을 하게 되는 걸까. 그나저나 이란도 이스라엘도 방송들은 정치가들이 전화받는 장면을 화면으로 내보내는 중이다. 요즘은 영상통화하지 않나? 그래도 전쟁은 역시 전화가 제맛인가. 이란의 위력이 대단치 않다는 걸 알게 되면 세상은 더 큰 전쟁으로 이어질 텐데. 바이든은 미국은 이란 공격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일찌감치 노선을 정했다. 그래도 선거는 이미 텄다.
이스라엘과 요르단 공항이 오전에 문을 열었다. 유월절 휴가를 앞두고 많은 사람들이 이스라엘을 빠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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