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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유월절 하마스 전쟁 200일

올해 명절 준비를 하고 싶지 않아 세데르를 포함한 호텔 패키지를 구매한 가정이 많다. 비행기들이 취소되며 해외로 나가는 것조차 막힌 사람들이 명절 음식 장만할 기분이 아닌 것이다. 병가까지 내야 할 만큼 아팠던 나도 기꺼이 호텔 세데르에 동참했다.   

역시 밥은 남이 차려준 게 제일 맛있다. 한번도 유월절 세데르 음식에 만족한 적이 없는데, 모처럼 배부르게 먹었다. 여전히 메인 요리인 소고기와 연어는 별로였고, 이스트 없는 디저트도 그닥이었지만. 

 

유월절을 관장(?)하는 인물이 엘리야 선지자다. 피의 구속과 관련된 인물로 할례의 주최자이기도 하다. 세데르에는 이렇게 엘리야 선지자를 위한 빈 의자가 하나씩 있어야 하는데, 2024년 세데르에는 의자 하나가 더 놓였다. 납치자들이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의자다. 이 밤이 특별한 건, 모두가 모여 비스듬히 앉아 식사를 하기 때문인데, 거기 참여하지 못한 인물들을 기리는 것이다. 인질 가족들은 적의 손에 잡힌 채 포로로 붙들린 이들이 돌아오지 않는 한, 자유와 구속의 명절 유월절은 의미가 없다고 선포했다. 그래도 종교인은 명절을 지키며 애써 기뻐해야 한다. 

 

유월절이 끔찍한 이유는 식사 준비 외에도 봄맞이 대청소 때문이기도 하다. 하메츠, 누룩을 없애든 말든 일주일에 걸쳐 집청소를 하는 게 집주인이 요구한 계약 조건이었다. 은근히 청소를 즐기는 편이라 크게 싫지 않았는데, 올해는 도무지 대청소할 몸상태가 아니었다. 물리치료를 다니며 느낀 건데 허리나 다리에 불편을 느끼는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많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나의 물리치료사님은, 여성이 관절을 많이 쓰는 어려운 노동을 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욕실의 물때 같은 건 웅크리고 구부리고 관절을 한없이 혹사시켜야 깨끗해진다. 나는 바닥도 손으로 직접 문질러야 성이 차는 사람이다. 올해 유월절 대청소는 일하는 분을 청해서 해결했다. 아무리 물가가 올라도 인건비는 제자리라, 크게 비싸지 않았다. 이스라엘 여성들이 어떻게 가정과 일을 병행하나 신기했는데, 일해서 받은 돈으로 가정 일을 굴리는 것이었다. 한국 사회는 그러느니 전업을 하라는 희한한 논리를 내세우던데.  

 

자유와 해방의 절기인 유월절에 포로로 갇혀 있는 이들을 떠올리면 이 봄 잔치를 열고 웃고 떠드는 게 이상하다. 그래도 웃음꽃이 만발하다. 삶은 그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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