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브리어 홀חול은 '세속적'이라는 뜻이다. 7일에 걸친 유월절 절기(모에드) 중, 명절로 지키는 첫날과 마지막날 사이에 놓인 평일로서 거룩하지 않은 세속의 날, 즉 노동과 위락활동이 허락되는 날이다. 올해는 홀하모에드가 수요일 목요일 이틀이다. 물론 금요일 오전과 다음주 일요일 오전도 있지만, 샤밧이나 명절을 준비하는 날이라 반토막짜리다. 유월절 직전 이스라엘은 이란과 쓸데없는(!) 신경전을 하느라 항공이 막혔고, 북쪽과 남쪽 국경은 여전히 전쟁이 진행중이라, 이 좁은 땅덩이에 수백만 명이 갇힌 기분을 느껴야 했다. 헤즈볼라의 드론은 북쪽 해안 도시들에까지 이르렀다.
매년 초대박 수익을 거두는 이스라엘 최고 은행 방크하포알림은 유월절과 초막절 두 번, 홀하모에드 기간 전국의 박물관 입장료를 대신 내준다. 공짜란 뜻이다. 올해 유월절 슬로건은 "이곳은 우리 땅이다. 우리 땅을 여행하는 것을 멈추지 말자"였다. 하지만 여행을 멈추지 않을 수 없는 요인이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미친 날씨이고 다른 하나는 풀부킹이었다. 4월 21일인가에 사이트가 열리고 예약을 받았는데 순식간에 다 찼다. 왜냐하면 인구의 80%가 아무데도 못 가고 갇혀 있기 때문이다. 굳이 박물관에 들어가지 않아도 아무 데나 갈 만한 곳이 없진 않지만 이상기온으로 4월 말 기온이 40도에 육박했다. 올해 여름 기온이 어떻게 될 건지 벌써 절레절레.
우리나라 최고 인기 스타는 핸드폰을 광고하곤 했는데 요즘도 그런지 모르겠다. 이스라엘은 최고 스타가 은행 광고를 한다. 아모스 타맘은 우리나라로 치면 '지진희' 같은 이미지의 배우다. 특정 집단이 매우 사랑한다. 이 전쟁 와중에 드라마가 방송중인데 무려 아옐렛 조레르(우리말 표기는 아예렛 주러다. 세상에 언어가 영어밖에 없는 줄 아는 나라라)와 함께 주연을 맡았다. 케미가 전혀 없다. 연기를 잘하는 것 같긴 한데 너무 느끼하다. 그러하다.
유월절 보름달. 뜨거웠던 하루가 지나고 밤에 되어 비로소 산책을 나왔다. 세데르 밤에도 다음날에도 북쪽 국경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이 보름달을 바라보는 지구상의 인간들 중에 몇 명이나 행복을 느끼고 있을까. 일단 나는 울적했다. 몇 걸음 걷다가 앉았다가 다시 걷다가 결국 기어서 들어왔다. 크로닉 페인의 가장 큰 문제점은 통증이 악화될까 봐 신체 활동에 소극적이 된다는 것이다. 과연 그러하다.
몸이 아플 때 식물을 보면 도움이 된다. 동물은 어떤지 모르겠다. 요즘 피탕고, 일명 수리남 체리에 열매가 맺히기 시작하고 있다. 저 앙증맞은 열매가 빨갛게 되면 따먹는데 꽤 맛이 있다. 네츠 할라브는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이스라엘스럽다고 느끼는 꽃이다. bird's milk, hawk's milk라는 뜻인데 왕하 6장 25절에 나오는 하레요님חריונים, 우리말성경이 '비둘기 똥דב יונים'으로 옮기는 단어라는 해석이 있다. 영어는 베들레헴의 스타이다.
이스라엘은 유월절 이후 라피아흐 작전을 시작할 예정이다. 미국이 170억 달러에 해당하는 원조를 제공하는 데 사인했다. 가자 지원에 사용될 추가 지원금은 10억 달러라고 한다. 선거를 걱정해서인지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주 스쿼드의 Ocasio-Cortez 같은 인물과 나란히 서 있는 광경도 연출했다. 인질들 가족들은 IDF의 작전으로 결국 남은 인질들이 위험에 빠질거라며 석방을 위한 협상을 촉구하고 있다. 마침 예루살렘에서 설치는 벤그비르를 데모대가 둘러쌌는데 이들을 해산시키느라 경찰이 스컹크를 물대포와 함께 사용했다나 보다.
너무나 또렷이 들린다. 벤 조나. Son of BXXX라는 히브리어 욕이다. 데모대의 분노는 이해하지만, 대중의 분노를 관심으로 여기는 이런 관종은 그냥 무시하는 게 최선이다.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여론이 반쪽으로 쪼개져 도무지 상대편과 대화가 안 될 정도지만 이스라엘의 경지는 아직 아니다. 이들의 분열은 2천 년에 걸친 유구한 역사다. 그 분열의 결과 종종 암살 같은 파괴적인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극우파 정치가로 암살된 가장 최근의 인물은 2001년 10월 아랍인들에 의해 암살된 르하밤 제에비였다. 본의 아니게 벤그비르의 안전을 위해 기도중이다.
올해 스웨덴 말모에서 열리는 유로비전은 5월 7일 시작된다. 프랑스 하계 올림픽 개막식은 7월 26일이다. 유럽 국가의 대테러부대가 총출동해야 할 지경이다. 프랑스에서 '순교자'가 될 준비중이던 16살짜리가 잡혔다나 보다. 모든 무슬림을 테러리스트 취급하지 말라는 주장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미국 대학들에서 반이스라엘 집회도 거세다. 1930년대 독일 대학들을 연상시킨다. 콜롬비아 대학 강사인 이스라엘 출신 교수가 캠퍼스로 입장하는 걸 시위대가 막아서기도 했다. 미국 대학들에서 BDS가 한창일 때 결국 이런 일이 있으리라 우려했었다. 미국 대학 시스템이 그래도 아직은 견고하다는 낙관론이 깨지고 있다. 미국 대학의 몰락은 어떤 결과를 낳을까.
하마스 지도부가 해외 거처를 터키로 옮길 작정이었는데 카타르의 설득으로 그냥 도하에 주저앉기로 했다나 보다. 그동안 그 엄청난 지원금을 받아놓고 이제 와서 튀겠다는 배짱이 놀랍다. 이집트와 요르단은 그럼 그렇지 하는 눈치고. 팔레스타인이 아랍 국가들에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런 이미지 때문이다. 먹튀로 보이는.
하마스가 미국 시민권자이기도 한 헤르쉬 골드버그-폴린의 비디오 영상을 공개했다. 납치 당시 손에 총을 맞은 사실이 선동 영상으로 나타났었는데, 수술을 통해 손목 이하를 잘라낸 것이 확인됐다. 헤르쉬의 부모는 비록 하마스의 선동 영상이긴 하지만 인질 협상을 촉구할 수 있을까 기대하며 공개에 동의했다. 10월 7일부터 그의 안부를 걱정하고 기도해 왔기에 아픔이 더 크게 다가왔다. 그의 부모가 어떤 심정일지, 가늠도 되지 않는다. 부디 강건하기를, 굳세기를 기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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