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보면 꽤나 예쁘장한 꽃나무 같이 보인다. 덤불이라고 하는 게 맞다. 히브리어 로템רותם 우리말성경이 로뎀이라고 옮기는 관목shrub이다. 히브리어로 발음이 비슷한 לוטם로템은 cistus 키스투스 꽃이다. 둘 다 사람 이름으로 쓰이는데 관목 로템은 남녀 공용이고 꽃 로템은 여성이 많다.
건조한 바위틈에 자란다 해서 rock rose로 불리는 로템לוטם. 우리말이 시스투스라고 하는데, 헬라어 어원이니 키스투스가 맞다. 강력한 항산화 작용 때문에 염증약으로 쓰인다. 차로도 마신다.
줄기trunk는 짧고 잎은 거의 없고, 긴 녹색 가지branch에 흰 꽃이 핀다. 향이 강하다지만 하다스חדס 만큼은 아니다. 욥기에는 로뎀의 뿌리가 형편없는 먹을거리로 묘사된다(욥 30:4). 로뎀 덤불은 훌륭한 연소 재료로 고대 사막에서 요리와 난방 도구로 사용됐다. 시편에는 로뎀의 숯불이라는 희한한 표현이 나오는데(120:4), 중상모략의 집요함에 비유한다.
로뎀은 엘리야 선지자와 관련돼 있다. 성경 본문은 엘리야가 갈멜 산에서 여호와의 불로 제사를 드리고 기손 강에서 아합의 선지자들을 격파한 다음, 마차를 타고 이즈르엘로 돌아가는 아합의 앞을 달렸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날 밤 이세벨이 경고를 보낸다. 너는 내일 죽는다! 하룻밤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엘리야는 형편을 보고 일어나 목숨을 위해 도망친다. 아니, 이렇게 도망치려고 갈멜 산에서 그 난리를 쳤다고? 멀리고 간다. 브엘세바까지 내려간 것이다. 고대의 길은 하나였다. 지금의 60번 고속도로로 사마리아를 거쳐 예루살렘과 헤브론을 지나 브엘세바에 이르렀을 것이다. 거기 사환을 머물게 하고 자신은 하룻 길을 사막으로 더 들어갔다. 어느 방향이었을까. 거기서 40 주야를 걸어 호렙산, 시나이 산에 당도할 수 있는 장소였다. 로뎀 나무가 주로 해안 평야에서 보이기 때문에, 엘리야가 가자 지역으로 들어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수기 33장 이스라엘 백성의 진영 목록에 따르면, 브엘세바 근처인 기브롯핫다아와, 하세롯 다음이 릿마(리트마)이다. 리트마는 로템이 많아서 생긴 이름일 것이다. 아무튼 어지간하면 피할 곳이 있었을 텐데, 이 가냘픈 덤불이 최선일 만큼 엘리야는 삭막한 곳에 도달해 죽기를 청했다.
성경의 이야기는 정교한 상징을 갖는다. 엘리야가 몸을 피한 나무가 올리브 나무나 무화과 나무면 너무 생뚱맞다. 로템, 그 뿌리가 석탄이 될 만큼 은근한 불을 지닌 관목, 대단히 무성하지 않지만 한 몸 피할 정도 그늘이 되어 주는 나무. 그래서 로뎀이 치유와 회복의 상징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추운 겨울에 핀다.
개나리인가, 싶게 노란색 꽃이 피는 아히로템אחירותם 로뎀의 형제다. 봄에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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