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aily life in Israel

욤 쉬쉬(금요일) 오전 풍경

나는 상비약이 필요한 사람이다. 정기적으로 약국에 들러야 하는데, 외노자에게 자유롭게 약국 갈 시간은 없다. 물론 수퍼처럼 체인으로 있는 약국(수퍼팜)에 가면 되지만 거기는 비싸다. 나는 명색이 외노자로서 어마어마한 건강보험료를 내고 있는데 수퍼팜에서 약을 사면 혜택이 거의 없다. 그래서 이를 악물고 쿠파트 홀림에서 직영하는 베트 미르카하트, 약국에 간다. 

 

돈을 아끼기 위한 일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법이다. 욤 쉬쉬 오전, 눈 뜨자마자 일어나 약국에 가서 줄을 선다. 나라고 왜 삶을 개선하려는 욕망이 없겠나. 이스라엘 쿠파트 홀림의 온라인 서비스를 부지런히 연구해, 약국 방문 시간을 미리 예약하면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걸 알아냈다. 근데 이게 참, 비인간적인 게, 대부분 돈 아끼러 쿠파트 홀림 약국 오시는 분들은 노인들이다. 전자 상거래의 세계를 모르신다. 그래서 이제 막 도착한 내가 몇십 분을 기다린 자신들을 제치고 창구로 다가가면 난리가 난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외노자이다. 게다가 동방예의지국 출신이라 부조리함으로 인한 반사이익을 보는 게 불편하다. 결국 예약을 포기하고 평균 30분 이상 줄을 선다. 

 

 

약국 업무가 끝나면 장을 보러 간다. 집에는 반드시 구비해 두어야 할 먹거리들이 있고, 그게 떨어지면 삶의 질이 저하된다. 그렇다고 필요할 때마다 수퍼에 갈 수 있는 삶이 아니다. 욤 쉬쉬 오전에 장을 보지 않으면 일주일이 엉망이 된다는 걸 최근에야 인정하게 됐다. 

 

먼저 빵집에 간다. 대개 나이 지긋한 아저씨들이 많은 건, 요리하느라 바쁜 부인들이 시장 봐 오라고 보냈기 때문이다. 이 독특한 욤 쉬쉬 풍경을 파를라멘트, Parliament라고 부른다. 지난 일주일의 정치 토론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대개 고정 멤버고 빵집에 따라 모이는 사람의 정치 성향도 다르다. 이 빵집은 코셔가 세지 않아서 세속인들이 많이 온다. 빵집은 고기를 다룰 필요가 없기 때문에 코셔를 안 지킬 이유가 없는데 코셔 감독 기관에 따라 레벨이 다르다. 종교인들 빵집은 또 다른 풍경이다. 지금 선거철이라 여느 때보다 파를라멘트들이 열띠다. 

 

야채와 과일을 사기 위해서 모샤브에 간다. 

 

모샤브는 일종의 농산물 직거래 현장이다. 인근 밭에서 재배한 야채 과일을 파는데, 더 싸지는 않다. 품질도 좋고 신선한 제품이 더 싸야 할 이유가 없다. 이스라엘도 농약을 많는 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유기농을 먹을 수는 없어도 최소한 믿음직한 농부들에게서 사는 게 낫겠지 싶어서 간다. 

 

할바(sweet in Arabic)를 만들어 판다. 세몰리나 밀가루에 넛츠와 설탕과 꿀을 잔뜩 넣어 만든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동남아시아를 자주 다니다 보니 태국이나 베트남 과일도 많이 들어왔다. 

 

대추 비슷한 게 쉐이자프 씨니, 중국 주주브이다. 사실 이스라엘 네게브에서 농업 혁신을 통해 그토록 많은 물이 필요하다는 jujube를 생산하고 있다. 당연히 비싸다. 그러자 중국산이 들어오는 거다. 자본이란 참. 

 

마지막으로 고기를 사기 위해 정육점으로 간다. 

 

킬로당 244세켈이나 하는 건 에겔이라는 송아지 고기다. 99세켈짜리가 샤이텔이라고 안심이 포함되는 부위다. 정말정말 착한 아저씨가 외노자 고생한다고 좋은 부위를 줄 때도 있다. 

 

얼른 집에다 갔다 놓고 일하러 간다. 일주일 가운데 욤 쉬쉬가 가장 숨가쁜 이유다. 

'Daily life in Israel' 카테고리의 다른 글

텔아비브, 개와 함께 달리기 대회  (1) 2022.09.23
Ayala Hassan을 보다!  (0) 2022.09.22
텔아비브, 벤구리온 대로  (1) 2022.09.21
유대인 후파 결혼식  (2) 2022.09.20
내가 본(?) 이스라엘 정치인  (1) 2022.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