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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ife in Israel

유대인 후파 결혼식

우리나라는 5월의 신부라는 말이 있지만, 유대인은 여름 밤 결혼을 선호한다. 쉐펠라 지역이나 유다 산지의 포도밭 사이에서 포도향을 맡으며 보드라운 밤바람 속에 올리는 결혼식을 선호한다. 모든 감각이 결혼식을 오래도록 기억하기 때문이다. 물론 큰 호텔에서 화려하게 하는 사람도 있겠지. 하지만 결혼은 부모를 떠나는 의식인데, 부모 도움을 받아서 화려한 결혼식을 하는 건 좀 이상하지 않나. 바다를 사랑하는 친구 둘이 여름밤 지중해를 택해 결혼식을 올렸다. 

 

우리나라 결혼식은 대개 주말에 잡히지만 이스라엘은 샤밧 때문에 금요일에 한다면 몹시 간소한 결혼식이다. 2부 피로연을 못하는 거니까. 이스라엘에서 결혼식 2부 피로연이란 사이키 조명 아래에서 새벽까지 춤추는 것이다. 그럼 이스라엘에서 결혼식은 어떤 요일일까. 화요일이다. 히브리력에서 일주일 가운데 세번째 날, 욤 쉴리쉬. 예수님이 가나 혼인 잔치에 참석하신 건 사흘째 되던 날이다(요 2:1). 

    

유대인의 결혼은 후파라고 하는데, 히브리어 성경에서 '신방'이라고 되어 있다. 실질적으로 형제들이 붙들고 선 네 모퉁이에 걸쳐진 천조각을 의미한다. '후파를 연다'라는 표현이 결혼식이 열린다는 뜻이다. 여름에는 8시쯤에 식이 시작되니까 7시부터 카발랏 파님, 즉 손님 맞이를 한다. 손님의 규모는 준비된 알코올의 양으로 알 수 있다. 

 

세속인들이라 복장도 자유롭고 남녀가 같은 공간에 있다. 종교인 결혼식은 남녀 분리된 공간에서 열린다. 신랑신부의 남자 형제들이 후파의 각 기둥을 잡는다. 신랑 신부를 가운데 두고 모든 가족이 후파 아래 서는 것이다. 이날 얼굴 나오면 안 되는 사람이 꽤 있었구나. 

 

궁금한 점은 결혼식 사진에 대한 만족도이다. 아무리 신중을 기해도 조명이 안 좋으니 사진이 다 엉망이다. 신랑신부가 따로 사진가를 섭외하지 않고 친구들한테 찍어달라고 부탁했는데, 그나마 내가 찍은 사진이 나았다면서, 카메라 기종을 물어보는 해프닝이 있었다. 이 지경인데!!

 

아무튼 유대인 예식은 랍비가 진행한다. 그것도 옥서더스 랍비만이 주관할 수 있다. 신랑이 군대에 있어서 IDF의 Chief rabbi가 왔다. 라피 페레츠, 계급장이 장군이다. 직임을 다하고 1년 후 정치에 입문해서 바이트 예후디(극우 정당) 대표를 지냈다. 이분과 잠깐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목소리가 너무 좋고 히브리어가 너무 아름다웠다 (히브리어는 구사하는 어휘에 따라 화자의 교양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언어이다). 정치판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이 많았는데 얼마 가지 못하고 결국 은퇴했다. 

 

유대교 결혼식은 전혀 경건하지 않다. 결혼식이 기쁘고 즐거워야 하는 축제여서만이 아니다. 이들은 이미 황폐함을 겪었기 때문이다. 랍비가 후파에서 읽는 기도문은 예레미야 7장이다.

내가 유다 성읍들과 예루살렘 거리에 기뻐하는 소리, 즐거워하는 소리, 신랑의 소리, 신부의 소리가 끊어지게 하리라.

 וְהִשְׁבַּתִּי מֵעָרֵי יְהוּדָה, וּמֵחֻצוֹת יְרוּשָׁלִַם, קוֹל שָׂשׂוֹן וְקוֹל שִׂמְחָה, קוֹל חָתָן וְקוֹל כַּלָּה

그렇게 황폐해진 땅이 다시 회복되지 않았나.

신랑과 신부의 존재가 기쁨과 즐거움의 회복을 알린다. 콜 싸손 베콜 씸하, 콜 하탄 베콜 칼라. 거세지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목소리 좋은 랍비 덕분에 울컥한다. 어느 나라 어느 전통이든 사랑하는 젊은이들이 서로에게 헌신과 정절과 신실함을 맹세하는 의식이 아름답지 않을 이유가 있나. 그러나 특히 이 땅에서 결혼식은 회복의 살아있는 증거기에 의미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