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에는 나라 규모치고는 꽤 큰 동물원이 있는데 간 하하이욧 하타나히, 이름도 성경 동물원이다. 노아의 방주를 읽고 난 샤밧에는 성경 동물원에 가고 싶어진다. 그곳에 테밧트 노아흐, 노아의 방주가 있기 때문이다.
입구는 이것의 세 배이다. 히브리어와 아랍어로도 써 있기 때문이다. 성인 입장권이 63NIS이다. 비싼가?
정말 넓다. 아주 넓다. 너무 넓다. 아이들의 흥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공 호수를 따라 오른쪽으로 도는 게 낫다. 사자나 레어파드나 각종 앵무새나 신기한 동물들이 많다. 성경 묵상을 하고 싶다면 왼쪽으로 가서 성경에 등장하는 동물들을 보며 노아의 방주까지 도착하는 루트가 낫다.
현재 성경 동물원을 조성하는 데 큰 기여를 한 우지 웩슬러의 기념비이다. 이스라엘에 인물이 많다고 해야 하나. 각계각층에서 자신의 다양한 흥미분야에 헌신함으로써 나라에 기여한 인물들이 참 많다.
우지 웩슬러는 예루살렘의 전설적인 시장 테디 콜렉을 도와 이 도시의 공공건물 조성에 큰 역할을 했다. 그가 없었다면 예루살렘은 훨씬 재미없고 다툼만 하는 도시가 됐을 것이다.
성경 동물원 곳곳에 이런 추모비들이 있다. 가족들이 추모하는 사람의 이름으로 동물원 측에 기증을 했다는 뜻이다. 유대인에게 이름의 중요성, 죽음 이후에도 이름이 불리는 데 대한 관심을 확인할 수 있다.
샤밧을 맞은 예루살렘에서 아랍인을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곳, 성경 동물원이다. 종교 유대인은 오지 않기 때문에 아랍인 입장에서는 샤밧을 선호하는 편이다. 유대교 샤밧에 문을 연다고 시비를 걸 수 없는 게 이곳은 예루살렘 모든 시민을 위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물론 샤밧에는 공식 기념품 샵 등은 문을 닫고 대개 아랍인 스탭들이 근무한다. 유치원 초등학교에서 단체 관람도 많이 하고 아랍인 가족들도 잔디밭에 자리잡고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다 간다. 어린이들의 관심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동물의 세계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는 가이드 스탭에게 감동했다.
성경 동물, 팔레스타인 출신 동물들을 모아 둔 곳이다. 근데 기린은 왜? 그러하다.
야엘יעל ibex이다. 우리말로 산양이다. 이스라엘 국립공원의 상징 동물이기도 하다. 저 뿔이 쇼파르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야흐무르יחמור fallow deer이다. 페르시아 산이다. 이스라엘과 아직 사이가 좋던 팔레비 왕조 시절, 이란이 멸종 위기의 이 사슴들을 이스라엘에 선물로 주었다나 보다. 이슬람 혁명이 시작되기 직전 그 극적인 순간에 8쌍의 야흐무림이 비행기를 타고 이스라엘에 도착했고, 살아 남아 이렇게 번식했다. 히브리어는 이들도 그냥 야엘, 아얄라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른다. 야흐무르는 기원전 10세기 우가릿 문서에도 나온다. 우리말 성경은 '불그스름한 사슴'으로 옮긴다. 한마디로 밤비이다.
뿔 있는 수컷 야흐무르.
쯔비צבי gazelle이다. 메소포타미아 제국에서는 쯔비가 왕의 상징이다. 날씬한 다리로 높은 절벽을 오르는 담력이 왕의 미덕이다. 얼굴도 오묘하다.
디숀 דישון pygarg과 비슷한 oryx이다. 우리말은 영양이다.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이유, 성경이 이들을 먹어도 되는 짐승으로 기록하기 때문이다. 신명기 14:5이다.
אַיָּל וּצְבִי, וְיַחְמוּר; וְאַקּוֹ וְדִישֹׁן, וּתְאוֹ וָזָמֶר 양(ram), 쯔비(gazelle), 야흐무르(fallow deer), 아코(wild goat), 디숀(pygarg), 테오(antelope=영양), 자메르(mountain sheep)
기린도 방주에 탔었다니까.
동물원은 맘 편히 즐길 수 있는 곳은 못 된다. 특히 이곳 날씨에 어울리지 않는 동물들이 좁은 공간에 갇혀 있는 건 슬프기조차 했다. 그래도 멸종 위기의 동물들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선기능도 없다고는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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