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ites

갈릴리 바다 교회들

Church of the Beatitudes, 우리말은 팔복교회, 히브리어는 כנסיית הר האושר 행복 산 교회이다. 

 

마태복음은 예수님을 모세에 견준다. 모세가 시나이 산에서 율법을 받은 것처럼 예수님은 산에 올라 새 백성의 도덕법을 일러주셨다. 현재 팔복교회가 서 있는 에레모스 산은, 산이라기엔 너무 완만하다. 그래서 근처에 있는 아르벨이나 카르네이 하틴 전투가 벌어졌던 산이 팔복 설교 장소에 더 적합하다는 견해가 있다. 하지만 나폴레옹은 갈릴리 호수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현 장소에 매혹됐고 이 장소에 대한 기독교의 현저한 선호에 따라 1938년 이탈리아 자금으로 교회가 세워진 것이다. 프란체스칸이 관리한다.    

Beatitudes는 참행복이란 뜻이다. 예수님이 그런 행복으로 여덟 가지를 말씀하셔서 우리말은 팔복이라고 부르지만 뭔가 '참행복'이라고 해야 의미가 바른 것 같다. 안토니오 바를루치가 설계한 팔각형 구조의 교회 건물도 대단하지만 갈릴리 바다 바람을 맞으며 조형된 아기자기한 조각들을 살펴보는 것도 즐겁다. 

일단 바닥에는 성경을 묘사하고 있는 모자이크가 있다. 몸을 긁고 있는 욥, 노아의 방주, 프란시스가 한데 묘사돼 있다. 공통점이 뭘까. 제법 큰 바닥 모자이크가 성경 전체를 묘사해 주고 있다.   

 

다른 교회들처럼 이곳에도 산상수훈을 여러 언어로 기록해 전시하고 있다. 한때 남북한이 통일될 수도 있다는 희망이 꽤 컸던 시절에 제작됐나 보다. 지금은 새삼스런 과거의 한조각이 됐구나.

 

올해 7월 14일 팔복교회에 큰 화재가 일어났었다. 강한 바람 때문에 순식간에 불이 번지면서 일부 건물까지 상했다. 소방 항공기까지 출동한 위험한 순간이었다. 무엇보다 교회의 지붕에 피해가 막대하다고 한다. 다행히 사상자는 없었고, 교회는 내년에 재건할 가능성을 위해 재정 지원을 전 세계 성도에게 요청하고 있다. 대략 600,000달러가 필요하다고 한다.
교회는 입장료를 받지 않기 때문에 평소에도 큰 소득은 없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누구도 찾지 않는 긴 시간을 보낸 터라 절박한 상황이다. 겨울을 맞아 큰 비가 내릴 때마다 팔복교회의 지붕을 떠올린다. 복구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돼야 할 텐데.

 

갈릴리 바다에서 하루 밤을 묵는다면 아마도 팔복교회 게스트하우스가 가장 쾌적할 것이다. 티베리아스 시내는 너무 분주하고, 조용히 피정하는 기분이다. 

 

이스라엘을 방문한 두 교황이 모두 착용하던 팔리움 (흰색 가운 장식)을 기증했다.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체스코 교황도 이스라엘을 방문했지만 그전 같은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기독교 성지는 주로 베들레헴을 방문해 PA와 접견하는 걸 선호하기 때문에 갈릴리 교회에 대한 바티칸의 관심이 전같지 않다. 

 

타브가Tabgha라는 교회 이름의 단서가 되는 조각품이다. 타브가는 7개의 샘, 즉 브엘세바라는 뜻의 아랍어다. 예루살렘에 있는 Dormition Abbey와 함께 베네딕트 수도회의 교회이다. 4세기에 비잔틴 교회가 최초로 세워졌고 5세기 모자이크가 제작됐다.

 

현재 서 있는 바실리카 교회 건물은 1980년대 건설됐다. 제단에 있는 빵 4개와 물고기가 있는 모자이크에서 알 수 있듯 타브가 교회는 예수님의 오병이어 사건을 기념한다. 꽃과 새로 장식된 바닥 모자이크 중에는 Nilometer가 있다. 범람하는 나일 강의 수위를 측정하는 기구이다. 아마도 이집트의 순례자들이 여기서도 고향의 흥취를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 제작했을 것이다. 

예수님이 오병이어 이후 건너가셨다는 달마누타이다. 바람이 세게 불면 물결이 거세져서 좀 무섭기도 하다. 갈릴리 바다는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그래도 한여름 더위 속에 이곳에 앉아 바람을 맞는 기분은 갈릴리 바다를 혼자 독점하는 심정이다.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루 묵고 가기 좋은 곳이다. 

2015년 6월 타브가 교회는 극우 종교인에 의해 price tag 테러를 당한다. 유대교의 성지인 갈릴리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독일 교회에 분노한 유대인이 일부러 불을 낸 것이다. 이논 레우베니라는 이름의 테러리스트는 재판 과정에서도 대단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종교의 이름으로 혐오와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모순된다는 것을 혼자만 눈치 못 챈 듯했다. 교회의 재건 비용은 전액 이스라엘 정부가 제공했다. 바티칸, 독일, 기독교인 모두와 틀어질 수 있는 중대 범죄였던 것이다. 

타브가 교회는 오랫동안 묵묵히 재건에만 최선을 다했다. 작업이 모두 끝나고 갔을 때 불에 탔던 자리에 새로운 벽돌 하나가 채워져 있었다. "테러 방화 앞에서 우리는 빛을 증거한다."  

 

가버나움, 크파르 나훔으로 이동한다. 

예수님의 회당 사역 중 한곳인 크파르 나훔의 회당이다. 유대교 회당이지만 기독교 사이트인데 프란체스칸 수사가 일찌감치 이 일대를 모두 사들였기 때문이다. 갈릴리와 골란 고원에서 회당 양식은 그 자체가 중요한 고고학 주제이다. 크파르 나훔의 회당은 이 연구에서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멀리에서도 눈에 띄는 하얀 라임스톤으로 지은 크파르 나훔의 회당 건물은 기원후 4-5세기 세워진 바실리카 양식이다. 그래서 언뜻 교회처럼 보인다. 그 옆으로 이 지역에서 나는 거무죽죽한 현무암 바젤레트로 세워진 크파르 나훔의 거주지들이 발굴돼 있다. 돌 색깔의 차이는 적어도 두 가지 가설을 가능하게 하는데, 아마도 회당 주인은 어마어마한 자금을 쾌척해 어디서나 눈에 띄는 건물을 지어 이름을 높이려 했다는 점이다. 그의 희망대로 하얀 돌들은 멀리 케이사랴 근처에서 운반돼 왔을 것이다. 또 라임스톤 건물 아래로는 바젤레트로 지어진 부분이 남아 있는데, 아마도 주후 1세기 예수님 시대의 회당 위에 탈무드 시대 회당을 재건했을 가능성이 크다.

크파르 나훔의 주거지 중간에, 돌을 나란히 세워 연결한 듯한 구조물을 코라짐 윈도우라고 부른다. 양쪽에서 바람이 들어와 한여름 열기를 식혀주는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이 지역에서 개발된 것이다.  

1990년 크파르 나훔 컴플렉스에 프란체스칸의 기념 교회가 세워진다. 이곳이 베드로의 집, 혹은 베드로의 장모를 치유한 집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초기 기독교 Domus Ecclesia, 가정 교회의 원형이다. 

 

크파르 나훔의 동쪽 부지에는 동방 정교회 Church of the Holy Apostles이 있다. 예수님의 일곱 제자를 기리는 교회다. 요한복음 21장에서 킨네렛 바닷가로 돌아와 다시 고기 잡던 제자들이다. 이름이 밝혀진 제자는 다섯 명인데 베드로와 도마와 나다나엘과 세베대의 아들들이다.

교회 정원이 아름답다. 정교회답게 수많은 아이콘들이 장식하고 있는데 제단을 가리고 있는 Iconostasis도 인상적이다.

 

마쥐달, 혹은 막달이다. 막달라 마리아의 고향이다. 이곳도 유대교로서는 놓친 게 아까운 카톨릭 사이트다. 19세기에 보스보러스 환자로 누워 있던 오토만은 그나마 가치가 낮은 팔레스타인 영토를 팔아 근대화에 매진했었다. 마쥐달은 유대인 대항쟁 때 결사항전을 벌이다 멸망된 갈릴리 도시 중 하나이다. 2차 성전 시대의 회당이 발견됐고, 여기서 나온 라임스톤 단상에 메노라가 장식돼 있다. 로마가 예루살렘 성전에서 탈취한 메노라와 다른 디자인으로, 골란 일대에서 공히 발견되는 메노라 양식이다. 마쥐달 근처의 기노사르 키부츠 박물관에서 오랫동안 전시됐다가 바티칸으로 향했다. 

마쥐달 역시 갈릴리 바다가 눈앞에 펼쳐지는 곳이다. 코로나 기간 레노베이션을 단행해 현재는 꽤 높은 수준의 호텔이 되었다. 회당 발굴 사이트와 호텔에서 나와 뒤쪽 건물로 이동하면 duc in altum 건물이 있다. "깊이 던지라"는 뜻의 라틴어로,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주신 사명을 되새기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곳이 예수님의 중요한 여제자가 배출된 막달라인 만큼, 여성들의 사역에 많은 도전을 주고 있다. 정기적으로 세미나도 열린다. 

'Sit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나 혼인잔치 교회  (0) 2022.12.03
베들레헴의 크리스마스  (0) 2022.12.01
벤구리온 국제공항, 나트바그נתב"ג  (0) 2022.11.28
비아 돌로로사, 예루살렘  (1) 2022.11.25
람라, 이슬람의 수도  (0) 2022.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