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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들레헴의 크리스마스

베들레헴은 작고 사랑스러운 도시다.

 

그게 보기 좋고 아름답다는 뜻은 아니다. 거리는 쓰레기로 가득하고 교통은 막히고 사람들은 불만이 가득하다. 이 도시에서 좋은 경험을 한 적이 없다. 쌍욕을 듣거나 지분거림을 당하거나 도둑을 맞았다. 한인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차량 도난 사건도 베들레헴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만저만 간 큰 도둑이 아니다. 

 

예수님의 탄생교회 앞에서 미소 띤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다. 너무 피곤하고 짜증스럽다. 이 교회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팔레스타인 정부가 너무 적극 관할한다. 물론 소중한 유산, 수백만 달러를 투입해 재건했으니 많이 거둬 들이고 싶겠지. 그게 관광객 마인드의 외국인을 윽박지르고 강요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지 않나. 서비스 정신이 없는 사람은 '관광'의 영역에 있으면 안 된다. 차라리 사업을 하시라.

 

왜 그렇게까지 하냐고 묻고 싶을 만큼 베들레헴 사람들은 날이 서 있다. 비난하는 건 아니다. 그 입장이 되지 않으면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 없는 거니까. 이곳에 웃음이 없다. 여유가 없다. 코로나 사태가 일어난 2020년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큰 수모를 당한 곳이 이 도시였다. 기독교 정신은 고사하고 서비스 마인드만 있어도 그럴 수는 없는 일들을 겪었다. 

 

그러니까 베들레헴이 작고 사랑스럽다는 것은 순전히 내 주관적인 생각이다. 아니, 희망사항이다.

 

베들레헴에 활기를 불어넣은 것은 영국의 그라피티 작가 뱅크시이다. 내 망상일 수도 있는데, 내가 베들레헴에서 뱅크시를 만났다고 짐작하는 순간이 있다. 본명도 밝히지 않은 작가를 이 사람이라고 내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내 온 감각이 그가 뱅크시라는 감각을 받았다. 천사와 꽃과 소녀는 그가 사랑하는 소재이다. 비둘기 역시 그러하다. 그가 베들레헴에 남겨 놓은 작품들을 찾아보는 것은 인스타그램용 소비가 아니다. 그의 목적이 이 도시의 평화였다면, 그 평화를 응원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다.

월드어프 호텔에서 하룻밤 자려고 시도한 적이 있다. 비싸기도 하지만 이 도시의 까탈스러움을 총망라한 곳이라 결국 취소했었다. 그르지 마라,가 저절로 나오는 곳이다.

  

크리스마스를 외면하고 무시하는 나라에서 기독교인으로 살다 보면 산타만 봐도 위로가 된다. 베들레헴의 성물방은 이상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12월 첫 주에 점등식을 한다. 코로나 기간 베들레헴의 경제는 곤두박질 쳤는데 올해라고 딱히 많이 좋아지진 않을 것이다. 그래도 이 도시의 평화와 직결된 중요한 기간이다. 더 많은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얻고, 더 많은 여성들이 일할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크리스마스에 베들레헴이 복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 도시에서 태어난 다윗은 자신이 영웅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몸부림쳐야 했다. 그의 고단한 인생을 생각하면 조금 허무해진다. 인생은 과연 무엇일까. 말이 좋아 언더독의 표상이지, 개고생 전문이다.

인간의 자기 증명에서 빠지지 않는 게 출생지 확인이다. 예수님의 탄생 자리를 표시하는 다윗의 은색 별은 14각으로 이뤄져 있다. 아브라함에서 다윗까지 열네 대, 다윗에서 바벨론 포로로 끌려갈 때까지 열네 대, 바벨론 포로에서 예수님까지가 열네 대이다. 

기껏 물어보길래 대답했더니 듣고 있던 유대인이 그런 거 아니란다. 그럼요, 그렇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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