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의 혼인잔치 교회를 방문하면 결혼 갱신 예식을 올릴 수 있다. 개인사적 축하 의식을 매우 어색해 하는 우리나라 사람에게 권하지 않는다. 요즘 말로 관종기가 있는 사람들도 쉽게 소화하기 어려운 행사다. 자기 배우자가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맹세를 남 앞에서 하는 건 우리 정서가 아니다. 할 말은 많지만 이쯤에서 생략하고.
이 예식 역시 카톨릭에서는 미사의 일종이다. 예배를 고민한다면 다른 기독교 정파들이 어떻게 이 예식을 치르는지 참고해 볼 만하다. 하루 날 잡고 여러 차례 다양한 나라 사람들의 예식을 본 적이 있다. 내가 너무 냉소적인지 마음을 두드리는 순간은 별로 없었다. 예상을 깨고 노년층보다 젊은 커플이 훨씬 자연스럽게 해냈는데, 그들이 '갱신'의 의미를 알기는 하는 건가 싶었다. 본질적으로 결혼의 맹세를 왜 갱신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맹세의 효력이 약화된 게 의식으로 회복이 되나? (이 주제는 예배학 논문으로 써 볼 만할 것 같기도.) 무엇보다 예수님의 기적이 이혼하지 말고 살라는 의미였나? 아무튼 이 예식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투어 가이드였는지, 프란체스칸 신부님이었는지, 대박을 터트렸다고 여길 것이다.
이 제단은 아름답다. 아이콘이 아닌데도 상징물들로 이 제단의 의미를 풍성하게 만든다. 오, 이 절묘한 것 좀 보라고 떠들고 싶지만 그 감정을 누르고 침묵하곤 한다. 볼 수 있다는 것이 복이라는 생각과 함께. 물이 포도주로 변하는 기적은 평범함이 비범함으로 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방법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단순했다. 하나님이 우리를 인도하시는 방식이 때로 너무나 단순하다는 것이 위로가 된다. 비범함에의 욕구를 후려치는 세상에 나를 증명하는 외로운 싸움은 의의로 단순하다는 깨달음?
이 교회 역시 기원후 4세기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어머니 헬레나 황후가 세웠다고 믿는다. 1254년 Sidon의 영주에 의해 Knights Hospitaller에게 매각됐다. 프란체스칸 수도회는 1641년에 가나에 도착했고. 4세기 건물 잔해가 발견됐다. 현 교회 건물은 1883년에 봉헌됐다. 정교회는 현현절을 예수님의 공생애가 시작되는 세례로 이해한다. 그레고리력으로 1월 19일이다. 예수님의 첫 번째 이적은 공생애 초반이었을 테니 가나의 기적은 1월의 주일에 기념한다. 교회가 4세기 유물이라는 걸 증명하는 고고학 발굴물은 교회 바닥에 있다. 아람어 비문의 가치는 대단치는 않다. 탄훔의 아들 요셉이 이 모자이크 작품을 기증해서 고맙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Cana는 위치부터 해결이 안 났다. '갈대' 카네와 관련된 이름의 단서도 찾지 못했다. 대부분의 성지 사이트는 프란체스칸보다는 정교회가 더 전통이 길기 마련인데, 가나 혼인잔치를 기념하는 정교회는 1886년에 지어졌고, 성 조지 교회이다. 정교회에서 두 개의 돌항아리가 발견됐는데, 그게 예수님 첫 번째 기적에 사용됐다고 주장한다. 이미 믿음의 반열에 들어가버린 사이트는 학문적 논의가 불가능하다.
요한복음에는 나다나엘이라는 이름의 예수님 제자가 유난히 두드러진다. 예수님은 나다나엘을 만나기도 전에 무화과나무 아래 앉아 있는 그를 보셨다. 나다나엘의 소개 이후 삼 일째 (일주일 가운데 세 번째 날이라는 뜻이다. 화요일이다. 유대인은 지금도 화요일 결혼을 선호한다.) 가나에서 결혼식이 있었다. 가나는 나다나엘의 고향으로 알려진다.
일반적으로 포도주가 떨어진 것은 유대인들의 영적 메마름을 상징한다고 해석한다. 예수님이 부어주시는 성령으로 우리는 만족될 것이다. 게다가 이 기적을 일으킨 물은 유대교 정결 예식을 위한 것이었다. 종교적 관습으로 채워질 수 없는 공허함이 있다면 단순한 순종을 해 보라고 일깨우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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