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 메툴라에 있는 하타하나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 먹는 게 낙이다. 드디어 여름 방학이 시작돼 예약을 하려다가 멈칫했다. 일단 뉴스 먼저 찾아보자. 메툴라는 레바논과의 국경에 있는 모샤브다. 어머나, 기사 제목 주옥 같다. "헤즈볼라를 상대로 긴장 확대, 북부 주민들은 버림받았다."
이번 여름 헤즈볼라가 북쪽 국경에서 IDF를 상대로 교전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3개월 전부터 레바논 사람들이 국경 쪽으로 몰려와 이스라엘이 설치한 펜스와 카메라를 부수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면 그게 바로 전쟁이다. 이곳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건, 사실 이 펜스가 국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은 국경을 합의할 만큼 사이가 좋은 이웃이 아니다. 현재 국경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은 전쟁 이후 일종의 휴전선이다.
그동안 텔아비브에서 27주 동안 정부의 사법 개혁안 반대 데모를 벌였다. 북쪽에서 무슨 일이 있었지, 언뜻 기억에 남는 게 없다. 그러라고 친절한 언론은 타임 라인을 제공한다.
4월 6일: 레바논에서 이스라엘로 로켓 34발 발사, 그중 25발이 요격됐고, 이스라엘 영토에서 5개가 터졌다. IDF는 로켓 발사 지역을 중심으로 표적 공격에 나섰다. 레바논 Tzur 시 근처의 Rashediya 난민 캠프에 피해가 집중됐다.
4월 28일: 후세인 아미르 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이 헤즈볼라의 나스랄라를 만나고, 이스라엘-레바논 국경을 시찰했다.
왜, 왜, 국경에 갔는데? 아랍 지도자들이 국경 시찰한 다음에 시작된 전쟁이 욤 키푸르였나?
5월 21일: 헤즈볼라의 특별 훈련, 이스라엘 정착촌에 대한 공격과 포로 납치를 시뮬레이션 했단다. 레바논의 국회의원 33명이 헤즈볼라에 대한 반대 입장을 선언했다. 헤즈볼라는 테러조직이지만 정치 결사체로서 레바논 국회에 진출해 있기도 하다. 레바논에는 다양한 정치 세력이 있는데 현 시점에 이스라엘과 전쟁하려는 세력은 헤즈볼라밖에 없다. 헤즈볼라는 레바논 사람들인가? 백 년 근대사를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복잡한 주제다. 아무튼 레바논에는 헤즈볼라 같은 테러 조직에 끌려다녀서 나라 꼴이 이 모양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특히 기독교인이 그렇게 생각한다. 물론 그게 이스라엘과 친하게 지내겠다는 뜻은 아니지만, 이 시국에, 이 경제 형편에 전쟁하는 게 나라 위한 길이 아니란 것쯤은 알 것이다.
6월 7일: 레바논 마을 쇼바 근처 하르도브 지역에서 국경을 표시하던 IDF 불도저의 길을 막아나선 레바논 민간인이 있었다. 불도저가 밀고 나가려 하자 소리를 지르고 차량에 돌을 던지기 시작했다.
6월 9일: IDF와 레바논 병력이 대립했는데 레바논 군인이 IDF 탱크와 지프를 향해 RPG를 조준했다.
Rocket Propelled Grenade, 싼맛에 쓴다는 대전차 화기다. 메이드 바이 노스코리아 같기도.
6월 15일: 레바논이 예고 없이 지뢰를 폭파해 이스라엘 민간인들을 위험에 빠뜨렸다. 메툴라 주민 대표가 유엔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개입을 요청했다.
6월 21일: 헤즈볼라가 도브 산 이스라엘 쪽 국경에 두 개의 텐트를 세우고 무장 병력 6-8명을 배치했었다는 게 발표됐다. 실제 발견된 건 한 달 전부터이고, 이때 검열이 해제돼 언론 보도가 이뤄진 것이다. 대체 헤르몬 산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7월 6일: 레바논에서 발사된 대전차 미사일이 이스라엘 영토에서 폭발했다. 이스라엘도 거의 20발의 포탄을 발사함으로써 대응했다. 이게 전쟁 아니야?
7월 12일: 2006년 2차 레바논 전쟁 발발 17주년 기념일이었다. IDF가 레바논과의 국경 울타리에 접근해 방해하는 헤즈볼라와 대치했다. 메툴라 근처의 Fatma Gate 근처 국경에서 감시 카메라를 파손하는 헤즈볼라 요원들이 적발됐다.
이 모든 과정에서 IDF는 이것이 국경 불안정은 아니라고 말했다. 1968년쯤 미국 정부가 베트남에 더 파병 안 한다고 했을 때도 이런 심정이었을까. 믿기지가 않잖아. 메툴라 주민들은 당연히 분노하고 있다. 어서 대응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IDF는 손놓고 있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혹시 3차 레바논 전쟁을 해야 할까 봐 속터지는 중일 것이다. 작년까지 가자, 올해 웨스트뱅크, 그런데 북쪽 국경까지? 게다가 레바논은 수렁과 같아서 일단 들어가면 쉽게 나올 수가 없다. 전부 산악지대다.
이럴 때를 대비하라고 유엔이 파견한 평화 유지군 UNIFIL은 뭐하고 자빠져 있는지 궁금하다. 전쟁이 왜 일어나냐고? 평화를 지킬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Ghazar에서 감탄하며 지켜보았던 아름다운 계곡에서 지뢰가 폭파하며 연기가 피어오르는 사진을 보았다. 생애 대부분을 헤즈볼라의 위협 앞에 민병대로 싸워온 아자르의 주민들이 떠오른다. 그저 평화롭게 가족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싶을 뿐인 그들의 삶이 다시 수렁에 빠지는 일이 없기를. 어딘가 풍경 좋은 곳에서 여름 휴가 보내며 세계 정상급 지도자의 위상을 만끽하고 있을 저 높은 분들은 이런 소원따위 우습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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