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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리 반 휴튼 석방

지난 5월 캘리포니아 항소 법원이 반 휴튼을 석방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찰스 맨슨 패거리에게 살해된 샤론 테이트의 동생 데브라 테이트는 반 휴튼의 가석방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여왔다. 캘리포니아 주지사 개빈 뉴섬도 반 휴튼이 대중에게 위험하다는 이유로 반대했지만 가석방을 막지는 못했다.

 

타란티노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를 보았는데도 찰스 맨슨이 블랙팬서를 공격하려고 살인을 벌인 이유는 이해가 안 된다. 살인자의 동기 같은 건 어차피 이해할 필요도 없지만. 레슬리 반 휴튼은 샤론 테이트 사건에는 가담하지 않았지만 그후 일어난 로스앤젤레스 식료품점 주인 부부 르노와 로즈마리 라비앙카 살인 사건의 공범이었다. 당시 19세, 최연소라 사형이 아닌 종신형을 선고받았지만 53년 간 복역하고 올해 73세가 되어 석방됐다.

 

맨슨 추종자들에게 있는 이마의 사인. 히피의 허세란 쯧쯧. 2017년 사면 청문회에서 반 휴튼.

 

찰스 맨슨은 자신이 예수라면서 흑인들을 향한 인종 전쟁을 촉발할 목표로 1969년 여름 5주 동안 살인을 벌였다. 추종자들이 그에게 설득된 이유는 맨슨의 카리스마 때문이라지만 마약이 더 큰 이유였다. 희생자는 최소 9명이었다. 베트남 전쟁, 흑인 민권 운동, 마틴 루터 킹과 케네디의 암살 같은 격동의 시기에 일어난 사건이다. 맨슨과 추종자들에 관한 다큐멘터리와 책들이 대단히 심오한 동기를 찾으려는 것 같은데, 솔까 히피와 대마와 흥청망청 시대정신이 낳은 추잡한 증오가 아닌지.  

 

반 휴튼은 중산층 가정에 태어나 부모의 이혼을 겪으며 마약에 빠졌다. 이혼한 부모의 자녀들이 다 살인자 되지 않는다. 입양된 한국인 형제 자매가 있다. 

 

맨슨은 주로 중산층 젊은 여성을 유인했다. Susan Atkins, Patricia Krenwinkel, 반 휴튼. 이들은 예수의 화신이라는 맨슨의 지시대로 살인 행위를 저질렀고 이로써 인종 전쟁과 종말이 올 것이라 믿었다. 흥미로운 부분이 이 소녀들이다. 여성스러움을 강요당하며 자란 이들이 가장 여성스럽지 않은 일에 뛰어들어, 자기 존재의 무엇을 증명하려 한 것일까. 타란티노 영화에서 히피들을 공격하는 방식이 엽기적이라고 놀라는 요즘 사람들이 많던데, 당시 저 순진무구해 보이는 히피들이 희생자들에게 한 짓이 얼마나 끔짝했는지 믿기 어려울 정도다. 그에 대한 공분이 반영된 것 같기도. 영화의 문맥은 이들을 나치에 빗대고 있다. 사실 크게 다르지도 않고. 

 

 

라비앙카 부부 살해 사건에서 반 휴튼은 동료들이 희생자들을 칼로 찌르는 것을 보고만 있다가 "뭐 좀 하라"는 말을 듣고 사후에 칼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현장의 벽과 냉장고에는 "Death to Pigs"와 "Healter Skelter"가 쓰여 있었다. 맨슨이 가장 좋아한 밴드 비틀스의 노래 Helter Skelter의 오자다. 폴 매카트니는 타워에 나선형으로 미끄러지는 놀이기구 Helter Skelter가 로마 제국의 몰락과 멸망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인종 전쟁으로 대변되는 종말론적 사건을  상징한다. 비틀스 노래에서 무슨 거창한 이념을 찾는 게 우습지만.

 

당시 맨슨 패밀리 중에 최연소였던 반 휴튼은 이제 최초로 자유의 몸이 되었다. LA의 여성교화시설을 나와 임시거처로 옮겨져 1년 반 동안 지내게 된다. 자동차 운전, 식료품 쇼핑, 은행 카드 발급 같은 기본 기술을 배우며 보내게 된다고 한다. 인터넷 사용과 다양한 결제 방식도 배우게 되겠다. 오늘날 세상은 반 휴튼이 감옥에 들어갔을 때와 아주 다르니까. 

 

찰스 맨슨의 지시를 받은 맨슨 패밀리는 1969년 8월 9일,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유럽에 가 있는 동안 부부의 집에 침입해 샤론 테이트와 친구 세 명을 살해했다. 전남친 Jay Sebring, 그의 사업 파트너 Wojciech Frykowski, 여자친구 Avigail Foger(Folgers coffee 상속녀). 관리인을 방문하던 Steven Parent는 차 안에서 사망했다. 샤론 테이트는 26세였고 임신 8개월이었다. 타란티노가 결론을 비튼 영화에서 샤론이나 제이는 릭 달튼에게 계속 묻는다. Is everybody okay? 안도하는 네 명을 공중에서 비추는 카메라 앵글에서 타란티노의 B급 영화를 보고 있는 의미를 깨달았다. 헐리우드는 이들의 희생에 이토록 애통해 했던 것이다.   

 

내세울 게 자기 피부 색깔밖에 없는 백인 루저의 눈에 이 부부는 지나치게 아름답고 재능있게 보였겠지. 지금 세상이 막막해 보여도 지난 시대와 비교하면 확실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폴란스키가 미성년자 강간 혐의로 망명중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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