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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마노르 솔로몬의 새 아파트

2023년 7월의 어느 날 토트넘은 마노르 솔로몬을 데려왔다 (이 수탉 팀은 소니를 끝까지 고문한다). 시즌당 300만 유로 연봉에 5년 계약이다. 이런 돈을 구경도 해본 적이 없는 나는, 솔로몬이 1년 계약금으로 뭘 할지 쓸데없이 궁금했다. 텔아비브에 아파트를 장만한 모양이다. 나도 그랬을 것이다. 만약 그런 돈이 생기면. 유대인은 한국인과 비슷하다니까. 

 

마노르 솔로몬이 구입한 아파트는, 한 두 달 전 노아 키렐이 천만 세켈, 우리 돈 35억을 주고 펜트하우스를 장만해서 화제가 됐던 건물이다. 이스라엘에서 최고로 사랑받는 20대 억만장자끼리 이웃 사촌이 됐으니 인생 참 재미있겠다. 

 

이들의 아파트가 레인보우 프로젝트다. CIA가 진행한 동명의 군사작전과는 아무 상관없는 부동산 이름이다. 

 

누가 만들었는지 이 광고는 정말 이스라엘스럽다. 텔아비브 북부 부유촌에 세워지는 주거용 리조트라면서, 여성들은 수영장에서 선탠하거나 요가나 한다. 남자는 랩탑 들고 일하고 있고. 60년대 믹 재거가 만든 She's a rainbow를 2023년에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가수 노아 키렐한테 부르게 만든 것도 어이가 없는데.  

 

이곳은 과거 텔아비브와 에일랏을 잇는 국내 공항 쓰데 도브(Sde Dov)가 있던 곳이다. 100년 전에 도시가 세워질 때야 이곳이 공항 입지로 좋게 보였을 것이다. 지금은 엄청난 교통 지옥을 뚫고 여기까지 가서 한참이나 수속을 하고 1시간 비행기 타고 에일랏에 내려 다시 택시 잡고 싶은 사람이 많지 않다. 2019년 공항은 결국 폐쇄됐고 정부는 이 토지를 이용해 수익을 올리기로 한다. 이스라엘 부동산 회사들이 너도나도 뛰어 들어 수십억 세켈에 토지를 매입했다. 정부와 복잡한 계약을 맺고 거주용 단지로 조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만 해도 텔아비브 부동산 가격은 최고 절정이었다. 4-5년 만에 이스라엘 부동산 가격은 떨어지고 코로나 이후 이자율은 상승세다. 엄청난 자금을 빌려다 쓴 회사들은 그야말로 죽을 지경일 것이다. 어쨌든 팔아야 할 때다. 

 

아비스로르, 쉬쿤 우비누이, 레빈슈타인, 얼라이드 등 굴지의 부동산 회사들이 대중 판매를 예고하는 가운데 이스라엘 캐나다(나라 이름 같지만 부동산 회사 이름이다)의 마케팅 전략이 눈에 띈다. 바로 노아 키렐, 마노르 솔로몬 같은 유명인에게 먼저 판매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진작에 시작된 마케팅 전략이다. 유명인에게 판매를 하면 정말 효과를 볼 수 있나? 이스라엘 캐나다는 이제까지 그래온 모양이다. 바르 라파엘리가 이런 방식으로 Towers 동네에 아파트를 장만했고, 그때 세금을 속여서 엄마가 대신 감옥 갔다 왔다. 이단 라헬리, 아비브 게펜 같은 가수들이나, 요시 베냐윤, 에란 자하비 같은 축구선수도 이 마케팅에 참여했다. 그러고 보니 가수 아니면 축구선수다. 이 두 집단이 현찰 장만에 특히 수완이 뛰어난가.

 

이스라엘 캐나다의 레인보우 텔아비브는 전체 480채 거주용 리조트다. 올드 항구가 내려다 보이는 지중해 뷰가 아무리 좋아도 방 5개짜리 복충 아파트를 평방미터당 7,000세켈을 주고 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발코니만 17제곱미터라니까 가끔 바다를 내려다 보기 위해서만 10만 세켈을 지출해야 한다. 회사 광고 효과를 위해 선택된 유명인들은 상당한 디스카운트를 받았을 거란다

 

부동산으로 황금알 놀이를 하는 이스라엘 캐나다의 CEO는 바락 로젠과 아사프 투흐마이르다. 두 사람이 캐나다에서부터 부동산 사업을 시작해서 이런 희한한 회사 이름이 되었다고 한다. 바락 로젠은 의료용 대마초 회사도 소유하고 있다. 돈 되는 걸 귀신 같이 알아서 비저너리인가. 

 

이번 시즌 마카비 텔아비브의 스폰서가 이스라엘 캐나다이다. 왜 나라 이름이 두 개나 써 있어, 다들 헷갈릴지도.

쉐란 예이니 (21), 에란 자하비 (7), 엔릭 사보리트 (4), 판매율에 이분들이 도움이 되니까 모델을 삼았겠지? 

 

이스라엘 캐나다 소유의 Galei Kinneret Hotel. 갈릴리 바다를 럭셔리 휴양지로 만들어가고 있는 끝판왕이다. 미슐렝 쉐프 아사프 갈란트의 레스토랑도 들어가 있다. 기독교 사이트가 나아지기를 바랐지만 그게 이런 뜻은 아니었다. 물가를 너무 올려놓았다.  

 

1990년대 이후 하이테크 붐에 힘입어 급속한 경제 성장이 이뤄지면서 이스라엘의 토지 가치도 급격히 상승했다. 이스라엘 토지는 국가 소유이기 때문에 국가의 수입이 늘어났다고 좋아할 일일 수도 있다. 토지의 공공 소유는 사실 오토만 제국의 정책이다. 토지는 알라의 것이므로 술탄은 관리만 한다는 입장이다. 그런 술탄도 팔 수 있는 곳은 팔아 치웠는데, 그게 19세기 유대인들이 이 땅에서 토지 장만에 성공한 이유다. 이스라엘 정부 역시 나라를 세우고 나서 토지를 국가의 것으로 귀속시키고 사람들에게는 토지 임대권을 판매했다.

 

그렇다고 아예 토지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일정 시기가 되면 이스라엘 토지청에 TABA 등록을 하게 되어 있다. 아주 복잡한 문제니 생략. 문제가 되는 곳은 키부츠나 모샤브처럼 농사 지을 목적으로 대규모 토지를 임대받은 기관들이다. 임대 계약이 대개 99년인데, 이스라엘은 건국 75년된 나라다. 임대가 끝나가는 기관들은 줄줄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중이다. 국가 입장에서는 나날이 토지 가격이 상승하는데, 고릿적 싼값대로 임대를 연장해 줄 수 없고, 그런 국가를 상대로 자진해서 임대료를 올려 드리고 싶은 기관도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농업은 이 나라에서도 이윤이 적다.

 

나는 이스라엘에서 집을 장만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장만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12년쯤 미국으로 이민을 가면서 자기 집을 사라고 제안해준 친구가 있었다. 내게 그 정도 능력이 있을 거라고 믿어준 친구가 고마워 집을 보러 갔었다. 집은 역시나 참 좋아 보였는데, 그런 집을 젊은 나이에 어떻게 장만했는지가 더 궁금했다. 그 친구 경우에는 조부모의 유산이었다. 이 나라에서는 유산 받을 일이 없으면 집 장만은 불가능한 게 맞다. 아, 로또도 방법이긴 하다. 이런 말 하면 이스라엘 사람들은 내가 집 한 칸 없는 처지라 배배 꼬여서 그렇다면서 Think positive를 권한다. 이스라엘은 빈부 격차가 미국 다음인 나라다. 긍정을 사발로 들이켜 봐라. 집 살 수 있나. 그러고 보면 이스라엘 부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이 얼마나 가난한지 모르는 눈치다.   

 

재빠른 사람들은 이스라엘에도 이상할 만큼 싼 주택이 있다는 걸 눈치챘을 수도 있다. 하레딤들의 대규모 아파트다. 이스라엘에 건축 공급을 결정짓는 정부 부서는 오래 전부터 하레디 정당이 쥐고 있다. 오해라는데 정부가 짓는 아파트 타운은 번번히 하레딤 도시다. 어차피 그분들이 사는 곳에 나같은 이방인은 발도 못 들여놓는다. 이래저래 마음을 비우고 신축 호텔이나 스태프로 방문하며 힐링해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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