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정부의 사법 개혁안이 법제화 단계에 들어갔다. 이번을 놓치면 다시 안 올 기회라고 여기는지 필사적이다. 반대하는 사람들도 만찬가지다. 27주째 텔아비브에 시위대가 모였는데 16만 명이나 된다. 이쪽도 저쪽도 끝장을 보는 성격들이다. 역사적으로 유대인은 대개 그랬다. 공동 자멸할지언정 다른 견해와 타협하지 않는다.
텔아비브 시위를 주도하는 사람들은 매주 다른 주제의 플랭카드를 마련한다. 매주 쟁점이 되는 사안이 워낙 다르긴 한데, 매번 그 사안을 표현해 내는 문학적 예술적 수준이 대단하다. 모든 시위는 그 행위 자체로 이념적이지만 카플란 광장의 펀치라인은 매번 심오한 언어적 자극을 준다. "הנסיך הקטן מפלוגה ב" 이 중대의 작은 왕자라니..!
"이 중대의 작은 왕자"는 요나탄 게펜이 1972년 쓴 칼럼에 등장하는 그의 동료 군인이다. 너무 마르고 키가 작아 별명이 찌프찌프였던 작은 왕자는 결국 훈련 도중 아군의 총에 맞아 사망한다. 그는 다시는 양이 꽃을 먹는 것을 보지 못할 것이고, 그의 모든 장미가 이제 가시가 되었으며, 그의 작은 심장은 얼음처럼 얼어붙어 버린 것이다.
----------그는 거기 가지 말았어야 했다! 그는 시를 쓰는 어린 소년으로 200미터만 달려도 기절해 버렸다. 그는 너무 가벼워서 쿰타 완주에서 언제나 들것에 실리는 역할을 맡았다. 그날 아침 다시 그를 들것에 실어 마지막으로 옮길 때 그가 어찌나 무겁던지 우리는 모두 그의 슬픈 눈을 들여다보았다.
이스라엘의 전쟁 문학은 대단하다. 적어도 90년대까지는. 1996년 요나탄 게펜이 아들 아비브 게펜과 공동 무대를 가졌다. 아비브 게펜은 평화주의자로 군대 징병을 거부했다.
올해는 1973년 욤키푸르 전쟁 50주년이다. 이스라엘이 존망의 갈림길에 섰던 마지막이자 가장 끔찍했던 전쟁이다. 그 전쟁에 참여한 이들이 현재 70세 이상의 노년층이고 그들이 현재 이스라엘 데모대의 주요 동력이다. 그들은 이스라엘이 적들의 손에 떨어질 수도 있었던 그때처럼 지금이 독재 국가로 전락할 위기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때 전쟁에서 물러서지 않았던 것처럼 이번에도 물러설 수 없다고 말한다. 너무나 작고 마르고 허약했던 2중대 작은 왕자가, 그 자리에 가지도 말았어야 했지만 애통한 마지막을 맞이했던 그의 자리에 서겠다고 다짐한다.
이스라엘 안보의 첨병으로 이름 높은 공군 조종사 10명과 공병 엘리트부대 야할롬의 전투병 160명이 예비군 훈련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500명 이상의 전사자 유가족들도 정부에 사법개혁안 중단을 촉구했다.
야할롬 부대는 주요 병력보다 먼저 전투 현장에 도착해 폭탄 지뢰 등 장애물을 제거하고 터널이나 땅굴 등을 추적하며 주로 게릴라전을 수행하는 사예레트, 엘리트 부대다. 이들이 없이 이스라엘 군대는 전투를 시작할 수도 없다.
우파 정부의 인사들은 이들이 나라의 안보를 팽개치고 항명하는 배신자들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애초에 말이 통할 것 같으면 데모가 27주나 지속될 일도 없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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