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몸을 매개로 치열한 정신 싸움을 하는 스포츠에 특이할 만큼 무심하다. 테니스와 사이클이 대표적이다. 몸을 쓸 거면 복싱을 하고 정신을 아작낼 것 같으면 바둑을 두면 되는데 왜 저러나 싶다. 유럽 사람들이 이 두 스포츠를 특이하게 애호한다는 건 뭘 말해주는 걸까. 매년 7월 윔블던과 TDF가 열린다. 몸이 부서져라 뛰어다니다 결국 멘탈이 나가버리는 선수들을 보았다. 저건 고문인데. 오늘, 7월 23일, 110회 Tour de France가 샹젤리제 스테이지 21로 막을 내린다. 그린 저지는 야스퍼 필립슨이 확실하고, 엘로우 저지 우승자는 빙예르 아니면 포가차르겠지. 여기 참여한 이스라엘 사이클링 팀이 있는데, 그게 더 신기하다. 그 역사를 좀 더듬어보자면 이러하다.
2018년 Giro d'Italia는 예루살렘에서 출발했다.
실반 아담스는 천만 유로나 투자해서 이스라엘로 지로 대회를 가져온 것도 대단하지만, 사실 그 다음이 더 대단했다.
일단 유럽 인권단체들의 반대를 물리쳤다. 당시 BDS가 최고조였다. 이스라엘의 모든 제품은 물론이고 사람에 대해서까지 보이콧하던 암울한 시기였다.
이스라엘 관료들은 용어에 민감했다. 예루살렘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국의 공동 수도로 여기는 유럽이 예루살렘 루트를 "서 예루살렘"이라고 하면 바로 보이콧이라고 압박했다. 60번 고속도로 서쪽으로만 다니는 서 예루살렘 루트 맞는데 ㅋ.
이스라엘에 억만장자가 워낙 많지만 실반 아담스는 그중에서도 특이하다. 그 힘든 사이클에 미친 것부터가.. 실반 아담스가 워낙 두드러졌기에, 지로 대회 자체에는 관심이 없었다. 21개 스테이지가 로마에서 마무리되고 누가 maglia rosa를 입었는지도 그닥.
사이클링은 아직 이 수준이라. 뭐, 크리스 프룸이 우승했구나 했다.
그런데 실반 아담스에게는 계획이 있었나 보다. 2017년 부엘타 에스빠냐, 2018년 지로 디탈리아에서 연속 우승한 크리스 프룸을 2020년 실반 아담스가 소유하고 있는 이스라엘 팀으로 이적시킨 것이다. 문제는 그 사이에 프룸이 크게 부상을 당했고 수술까지 받았다는 건데, 대개 위대한 선수들은 부상을 극복하는 법이니까 크게 우려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3년이 지나도록 크리스 프롬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리고 2023년 크리스 프룸은 돈 값을 못한다는 말을 들으며 Tour de France를 포기해야 했다. I was ready for the tour 비디오까지 찍었는데. 아마도 이대로 은퇴 수순을 밟을 것 같기도 하다. 2025년에 40세가 되니까.
그렇게 프룸이 참가도 못한 2023 투르 드 프랑스에서 이스라엘 프리미어 테크 팀은 역대 최고의 성적을 낸다. 스테이지 나인에서 마이클 우즈가 우승을 해버렸다. 빙예거와 포가차르의 대결에서 어부지리인 면이 있지만 어쨌든 생애 첫 스테이지 우승이다.
뭐, 그래도 큰 관심은 없었다. 나중에 넷플릭스로 나올 테지. 스테이지 15에서 또 관중들의 비매너로 대형 충돌 사고가 있었다는 정도만 챙겨보았다. 그런데 뜻밖의 국내 뉴스가 나왔다.
크리스 프룸이 이스라엘 National Trail로 사이클링한다는 것이다.
Guy Niv, Nimrod Cohen, Israel Kaufman, Yamin Keren은 모두 이스라엘 선수들이다. 사이클링에서 드론 촬영이 얼마나 중요한지 입증한 신박한 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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