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eople

예루살렘 추기경 임명

카톨릭 교회가 예루살렘 대주교 Pierbattista Pizzaballa를 추기경으로 임명했다는 소식이다. 올해 9월 30일 열리는 consistory에서 공식 임명될 예정이다. 

 

피자발라 현 총주교는 이탈리아 북부의 Cologno al Serio에서 1965년 태어났다. 19세에 공부를 마치고 수도원에 들어갔다. 1990년에 이스라엘에 왔고 몇 년 후 히브리어를 공부하면서 성서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정교회와 유대교 지도자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교류하고 있다. 

 

예루살렘이 역사상 최초로 추기경을 갖게 된 것은 카톨릭 교회가 예루살렘의 위상을 높이려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팔레스타인과의 평화 과정을 지원하려는 교황의 바람을 반영한다. 그래도 추기경까지나? 추기경은 차기 교황 선출에도 참여한다. 현 교황이 새로 임명한 추기경이라면 교황청의 후계자 후보 명단이라고도 볼 수 있다. 자신의 이념을 고취할 사람을 선호하는 법이니까.

 

현재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과 분리할 수도 없다. 예루살렘은 성지이고 매사가 민감한 지역이니 교황청이 주목하는 곳이다. 물론 매일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고받는 교황이 예루살렘만 특별취급하고 개인적인 결정을 내린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교황청이 우려하고 있다는 사인으로는 충분하다.

 

예루살렘의 기독교 공동체는 폭력적인 공격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 십자가나 사제복에 침을 밷고 돌을 던지고 윽박지른다. 이런 현상은 언제나 있었지만 새 정부와 함께 빈도가 더 늘었다. 극우파 정치가들이 그러라고 시키는 건 아니지만, 그들을 뒷배로 여기고 극단주의자들은 대담해졌다. 

 

최근 독일 베네딕트 수도원 원장 Nikodemus Schnabel이 독일 교육부 장관을 동행해 통곡의벽을 방문했다. 통곡의벽 안내원이 다가와 가슴에 달고 있는 수도원장의 십자가를 가리라고 명령했다. 

 

카톨릭 교회의 예복을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저렇게 큰 십자가가 선동적이라고 느낄 수 있다. 슈나벨 수도원장은 자신이 교회의 사제라는 걸 밝히고 십자가가 예복의 일부임을 알렸다. 사제가 자기 옷을 입는 방식은 종교적 자유에 속하고, 공공장소에서 그 자유에 제약을 받아서는 안 된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고 이 과정은 미디어에 노출되었다. 때가 때이니만큼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일각에서는 슈나벨 수도원장이 2016년 인터뷰에서 유대교를 존중하는 의미에서 통곡의 벽에서 십자가를 가리겠다고 한 발언까지 끌고 왔다. 이제 와서 말을 뒤집느냐는 거겠지? 엘악사 모스크를 올라갈 때 자기 종교를 암시하는 어떤 상징도 착용할 수 없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아, 유대교가 이슬람과 같은 수준인가?  

 

사진도 보여주지만 슈나벨 원장은 통곡의 벽에서 기도한 게 아니라 광장 구석에서 장관의 차량을 기다리고 있었다. 타종교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스스로 삼가는 것과, 피치 못한 경우 지나가다가 제지를 받는 것과는 사정이 다르다. 예루살렘이 세 종교의 성지이고 공존하도록 지원하는 것은 시오니즘의 자부심 중 하나다. 여기 지장이 생긴다면 시오니즘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것이다. 

 

통곡의벽을 관리하는 기관은 성명을 내고 사과했다. 통곡의 벽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특히 통곡의 벽 광장에는 이런 문제에 관한 규정이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럼 그렇지. 모든 것은 오해였구나. 


문제는 분위기다. 많은 극단주의자들이 그렇게 해도 좋다는 믿음이 있기에 기독교 사제들을 밀치고 교회 건물에 침을 뱉는다. 정부가 이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지 않으면 저절로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이번 여름 독일 교회 소속 천 명이 넘는 필그림이 방문을 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