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눈 뜨자마자 확인하는 간밤의 전황 보고서를 읽다 말고 놀라 일어났다. IDF 전사자 10명, 이름을 쭈욱 살펴본다. 일단 아는 이름이 없어 안심한 데 대해 죄책감이 따른다. 지난 밤 이들의 가족은 소식을 받고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겠지. 한 시간 지나 다시 뉴스가 떴는데, 전사자가 21명이란다. 22살에서 40살까지 예비군들이다. 지뢰를 설치한 2층 건물이 RPG 공격을 받아 무너지면서 전원 사망했단다. 어제 오후 4시경의 일이었다. 무슨 이런 일이. 비를 기다리는 스산한 바람에 오싹 추운 아침이다. 지상전 이후 IDF 전사자는 221명이다.
아침 출근길에 보니 웃고 있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이런 종류의 슬픔은, 감각 자체를 마비시키는 것 같다. 전화가 울렸다. 장례식 안내다. 이방인인 나조차 21명 중에 아는 사람이 있다면, 오늘 전국에서 열리게 될 장례식에 수만 명이 참석한 게 이해가 될 것이다.
죽음은, 원치 않는 죽음은 면역이 안 된다. 말들이 많다. 왜 공군 폭격으로 해결하지 않았느냐 같은 레퍼토리다. 이들의 작업은 키부츠 키수핌 근처 국경 지역에 있는 건물을 클린함으로써, 피난민들이 자기 집으로 돌아오게 하는 중요한 사명이었다. 모든 건물을 전투기를 보내 폭격하자면, 이스라엘은 국가 부도를 맞아야 할 것이다. 2층짜리 건물은 D-9 카터필러를 가지고 공병들이 처리해야 할 임무다. 왜 지뢰를 사용했을까. 그보다 왜 이렇게 많은 병사들이 같은 공간에 있어야 했을까. IDF의 작전방식을 하마스가 알았던 것인가? 놀랍지는 않다. 현대전은 TV에 노출돼 있고, 하마스는 가자의 민간인과 구분되지 않으니까. 젊은 예비군들이라 어린 자녀들이 너무 많다. 아버지를 잃은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다 말고 멍해진다.
이 노래가 이렇게 슬펐다니. 장례식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라디오에서 이 노래가 나왔다. 오랜 기간 복무를 마치고 돌아오기 시작한 예비군들을 위해 들려준 곡이었다.
당신이 집에 와서 얼마나 좋은지요 כמה טוב שבאת הביתה
당신을 다시 볼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요 כמה טוב לראות אותך שוב
어떻게 지냈는지 얘기 좀 해 봐요 ספר מה נשמע, ספר
거긴 어땠는지 얘기 좀 해 봐요 ספר איך היה
참 왜 엽서는 안 보냈어요 ?ולמה לא שלחת גלויה
엽서 안 보냈잖아요 לא שלחת גלויה
모사드는 하마스에게 2달 간 인질 교환을 위한 휴전을 제안했다. 하마스는 진작 거절한 모양이다. 전쟁의 완전한 종결과 생존 보장 없이는 협상하지 않겠단다. 어지간히 깊은 터널 속에서 살 만한 모양이다. 하마스에게 전쟁의 '종결'이란 힘을 길러 다시 전쟁을 시작하는 것이다. 하마스를 없애는 건 전술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다. 아라파트와 PLO를 없애는 게 불가능했던 것처럼. 그런데 이스라엘이 동의해도, 파타흐와 하마스가 힘을 합해 팔레스타인 국가를 세우는 일도 없을 것이다. 칼레드 마샬이 쿠웨이트 팟캐스트와 인터뷰를 했는데, 두 국가 해결책 같은 건 필요 없고 바다에서 강까지 이스라엘을 쓸어버릴 거란다. 10월 7일 공격은 그 생각이 현실화될 수 있음을 입증했단다. 가자 시민들의 평범한 삶이 무너지고 모든 것이 파괴된 데 대해 후회는 없냐는 질문에, 칼레드 마샬은 어차피 10월 7일 이전 그곳의 생활은 감옥과 같았고 이스라엘과 이집트가 부과한 17년간의 봉쇄로 천천히 죽어가는 중이었단다. 카타르에서 펑펑 돈 쓰고 살면서 가자의 삶을 뭘 안다는 건지. 이분 자산이 50억 달러란다. 혁명 어쩌고 하는 인간 중에 구리지 않은 경우를 못 보았다.
러시아 외무부장관이 안보리 회의를 앞두고 이란, 터키, 레바논 외무부장관을 만났다. 이란과는 홍해 문제를, 레바논과는 국경 문제를, 터키와는 양자 접촉(?)에 대해 논의했단다. 하마스는 주요 논의도 아니다. 예멘 본토 지하 무기저장고에 대한 미국과 영국 군의 공습이 어제 진행됐다. 다마스커스에서 이란 혁명군 11명이 사망했고. 이란은 자기 문제 신경쓰기도 바빠 보인다.
이집트는 가자와의 국경 14km 필라델피아 회랑에 대한 통제권을 두고 이스라엘과 각을 세우고 있다. 이곳을 통해 무기가 이집트에서 가자지구로 밀수입된다는 이스라엘의 주장은 거짓이란다. 그럼 무기는 어디로 들어간 것일까. 이집트가 저 국경을 고수하려는 이유는 하나다. 가자 난민이 자기 땅으로 밀려오는 걸 막는 것이다. 그것도 그들의 권리이기야 하지만.
어제, 국회에서 미하엘리 노동당 지도자가 발의한 네탄야후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표결했는데, 120명 중에 찬성표는 18이었다. 현 정부 63석은 보이콧했고, 야당 중 상당수도 '전시 중 선거는 비실용적'이라는 입장이다. 미하엘리도 어지간히 정치 감각이 없다. 그러니까 물러나는 거지만. 이 불신임안으로 국회 밖에서 경찰에 수모를 당한 사람들의 시위가 부질없는 짓이 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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