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 협상안 타개 여부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워싱턴포스트가 희망사항을 나열했지만 이스라엘도 하마스도 거기 동의한 것 같지 않다. 6주간의 휴전 동안 포로와 수감자가 3:1 비율로 풀려난다는 점 외에, IDF의 상당한 거리로의 철수, 수천 명 팔레스타인 수감자의 석방이 조건이란다. 네탄야후 총리가 절대로 그런 일은 없다고 했던 그런 일들이다. 저분은 정직하게 털어놓고 국민을 설득하는 대신, 최대한 안 그렇게 보이려고 거짓말을 하다 들통나는 루트를 타고 있다. 무슨 멘탈이면 그럴까. 어쨌든 연로한 인질들에게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절로 기도가 나온다. 파괴된 이들의 삶이 아무리 안타까워도 끝나버린 데 비하면 여전히 희망이 있다. 제발 두 민족이 이번 기회에 잘 갈라설 수 있기를.
이스라엘이 UNRWA 직원 12명을 10월 7일 테러에 참여한 혐의로 고발했다. 이스라엘 시민의 납치, 시신 이동, 테러 참여 등의 항목이다. 7명은 UNRWA 학교의 교사(!)이고, 2명은 학교에서 다른 직책으로 근무하며, 3명은 사무원, 사회복지사, 창고 관리자로 묘사됐다. 가자 시민 대부분이 하마스 지지자라는 게 익히 알려진 사실이긴 해도, UN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이 테러에 가담한 건 차원이 다르다. 이스라엘 자료에 따르면 가자의 UNRWA 직원 중 적어도 10퍼센트인 1200명 정도가 하마스나 이슬람 지하드와 연관돼 있다. 난민 3세대에 이르도록 국제 원조를 받고 있는 것부터가 정상이 아니다. 상대가 이스라엘이 아니었어도 국제사회가 이렇게 열심히 팔레스타인을 도왔을까. 아프리카의 수많은 나라들이 식민지 이후 기아와 쿠데타와 경제 불안정을 겪고 있지만 누가 가자만큼 도움을 받나. 그 엄청난 원조금이 하마스 지도자의 호화로운 망명 생활과 가자 지구를 테러 기지로 변모시킨 데 쏟아부어졌다. 책임져야 할 인물들이 과연 책임을 질까. 이스라엘은 UNRWA가 전쟁 이후 폐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이긴 해도, 전쟁 중에 이 기관이 와해되면 가자 지구에 인도주의적 위기가 닥치고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이 계속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필수적인 지원은 UNRWA를 통해 계속해야 한다는 모순이다. 복잡하다 이 바닥.
2024년 노벨 평화상 후보 지명이 오늘 마감됐는데, 후보자 중에 하마스 전쟁이나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평화 운동가들이 포함됐단다. 노벨상위원회는 후보 추천을 비밀로 유지하지만 후보 추천 권한이 있는 기관이 자신의 추천을 공개하면 알 수도 있다. 중동에 기반을 둔 EcoPeace, Women Wage Peace, Women of the Sun가 지명됐다. Women Wage Peace의 공동창시자 Vivian Silver는 10월 7일 브에리에서 실종됐는데 유해 발굴을 통해 사망이 인정됐다. 전쟁 후 가자 지구의 상황을 기록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비디오 저널리스트 Motaz Azaiza도 지명됐다. 전쟁 보도 언론인은 좀 식상한데.
스웨덴에 있는 이스라엘 대사관 근처에서는 폭발물이 발견됐다.
10월 7일 테러가 일어나기 하루 전날, 캘리포니아에 있는 DNA 테스트 회사 23andMe가 해킹을 당했다. 사용자의 재활용된 비밀번호가 원인이 되어 회사 전체 고객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690만 개의 계정에 영향을 미쳤다는데, 알고 보니 그 대상이 100만 명 아슈케나지 유대인(aka. 미국의 유대인 대부분)과 중국 혈통 10만 명이었단다. 이게 구체적으로 알려진 이유는 작년 사건 발생 시점에 회사가 데이터 유출의 타겟이 된 사용자들을 제대로 밝히지 않았고, 이제 그 정보가 다크 웹에 올랐기 때문이다. 10월 7일 이후 미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 유대인들은 표적이 되었고 반유대주의도 급증했다. 해커들이 판매한 정보가 이들에게 불리하게 사용될 수도 있다. 유대인 정치가들이 이 사건 조사를 FBI에게 요구하고 있다. 세상은 점점 무서워지고 있다.
인간들 전쟁에 개들이 고생이다. 폭발 장치나 전투요원의 매복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개를 이용하는 오케츠 부대는 이번 전쟁에서 대단한 전과를 올렸다. 17마리나 희생됐지만 160개 이상의 폭팔물을 발견해, 수십 명의 IDF 군인들을 살렸고 테러리스트 체포에 공을 세웠다. 하마스도 당연히 이를 눈치 챘고, 그래서 오케츠 개들이 수색할 예정인 곳에 개들을 묶어두기 시작했다고 한다. 무슬림은 원래 개를 싫어한다. 이번 전쟁으로 길거리 개들이 많이 생겼는데 가자의 토양과 물이 오염되면서 광견병 외에도 특이한 개 관련 질병이 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IDF는 가자의 개들까지 데려와 치료하고 있다. 그러지 않으면 좁은 국경 너머로 쉽게 병이 옮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케츠 부대의 개는 말리누아 מלינואה 종인데 네덜란드와 독일에서 훈련해 공급하고 있단다. 우리나라에서 이 개를 말리노이즈라고 하던데 벨기에가 원산지라 불어로 읽어야 한다.
이민자 나라 미국의 하원의원이 12살에 탈출한 조국을 미국보다 앞세웠다가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일한 오마르가 소말리아계 모임에서 "우리는 우선 소말리아인이고 그 다음 무슬림"이라면서 미국은 언급도 안 했단다. 공화당 디샌티스가 나서서 오마르를 국회에서 탄핵하고 국경에서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성, 장애인, 노인 등에 대해 막말을 했지만 무슬림을 건든 적은 없다(있나?). 막말조차 막무가내가 아니라 계산 속이라 그런 게 아닐까. 공화당 내에서 심심찮게 반무슬림 발언들이 있지만 트럼프는 아니다. 트럼프의 비난은 좀 더 미시적이고, 그래서 좀 더 야비한 편이다. 오마르는 소말리아 난민으로 1995년 미국에 도착해 5년 뒤 미국 시민이 됐다. 트럼프는 이런 오마르가 남자 형제의 미국 영주권 취득을 돕기 위해 비밀리에 결혼했다고 주장한다. 영국 시민인 오마르의 전 남편 Ahmed Nur Said Elmi가 사실은 오마르 오빠였다는 것이다. 이민 사기는 중죄인데 당연히 이 주장을 입증할 만한 증거는 없고, 당사자는 터무니없다고 답했다.
한 달 방학을 앞두고 꽃놀이 답사를 했다. 단 지파의 땅인 쉐펠라 삼손의 무덤 앞에 칼라니트가 많이 피었다. 전쟁 중인데도 꽃은 피고, 또 누군가는 그걸 보고 감탄하고 있다. 후방이 살아 있어야 하므로.
이스라엘의 봄은 데이지 계열의 노란 꽃들이 많다. 학명이 leontodon tuberosus라는데 히브리어로 כְּתֵמָה עֲבַת-שָׁרָשִׁים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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