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관심사는 과연 비슷하다. 가자 터널 속 신와르의 영상이 공개되자, 신와르의 도피 장소나 생존 여부보다 아장아장 걸어가는 그의 벤 자켄, 노년에 낳은 세 자녀들이 화제다. 아예 하마스 지도자들의 가족들이 기사로 언급되기 시작됐다. 남의 가정을 가장 효율적으로 박살낸 전략으로 150일 가깝게 전쟁을 이어가면서, 제 자식은 무척이나 사랑하는 부성이라니, 어찌할 수 없는 인간의 본능이라지만 역하다. 그래도 궁금은 하다. 50이 가까운 신와르의 신부가 되어, 그를 아부 이브라힘으로 만들어준 여성. 무슬림의 경칭 쿠니야는 큰 아들의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다. 신와르의 쿠니야는 이브라힘의 아버지라는 것이다. 압바스의 쿠니야가 아부 마젠이다. 아들 없는 무슬림 남성의 고통은 불임 여성의 고통과 맞먹는다. 딸만 하나 낳은 아라파트가 대표적이다.
유대인도 무슬림도 결혼식 전에 신부를 부양하겠다는 계약서, 크투바를 작성한다. 시집오는 여성을 부려먹으려만 한다는 점에서 유교만한 가부장제가 없다. 그걸 신봉한 조선이란 나라는 참나. 마침 삼일절이니 이만 하자.
아무튼 터널 속에서도 니캅으로 전신을 감싸고 있는 투철한 무슬림 사마르 아부 제마르의 사진은 아직 없는 모양이다. 가자에 있는 이슬람 대학에서 종교학 석사를 공부했고 결혼 전에는 강의도 했다는데, 어떻게 사진 한 장이 없냐. 저쪽 종교에서는 여성의 사회진출조차 여성의 초상권 제약을 누를 수 없나 보다. 올해 44세, 2011년 11월 21일 결혼 당시 31세였다. 남편과 18살 차이다. 배우자와 나이 차이보다 왜 결혼이 늦었는지가 의문이다. 가자 지구에서 여성의 평균 결혼 연령이 20세다. 집안이 딸렸나? 아부 제마르 팔레스타인 가문은 반이스라엘 투쟁에 헌신해 온 유서 깊은 명문가다. 사마르의 집안 남성들은 전부 하마스에 들어갔고, 그중에서 엘리트부대인 누바 부대에도 다수 있단다. 야심 큰 사마르의 눈에 차는 남성이 없었던 것일 수도 있다. 길라드 샬리트 석방 거래로 풀려나오자마자 신와르는 메카로 하지를 수행했는데, 그 한 달 만에 신와르의 자매들이 사마르와 결혼을 성사시켰단다. 영향력 있는 남자와 결혼하는 걸 인생의 기회로 여기는 여성들이 의외로 많다. 테러에 일찌감치 투신하느라 자녀를 두지 못한 지도자들을 위해 기꺼이 헌신할 의사도 있고.
신와르는 사생활을 언론에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자녀들을 하마스 사무실로 데려와 기꺼이 놀아주는 좋은 아버지였단다. 종신형으로 수감중이었으니 기대치 못했던 자녀이기도 하고, 이스라엘의 수배자 명단에 있으니 자녀들과 함께 할 시간이 길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무튼 그가 경험한 이 사랑이라는 감정이 이스라엘을 상대로 효과적인 전술로 활용되고 있다. 자식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이스라엘 부모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면서 하마스가 원하는 대로 시간을 끌어주고 있으니까.
3월 2일 저녁 7시, 이스라엘 납치자 가족들은 일주일 전 가자 국경에서 시작한 행진을 예루살렘 총리 관저 앞 광장에서 마친다. 벌써 네 번째 행진이다. 이스라엘 쪽을 보자면, 지금 인질들의 값을 올리고 있는 자가 인질들이 끌려가게 만든 장본인이다. 당신 말이에요, 네탄야후 씨.
카톨릭 성직자가 순결을 서약하는 이유가 갑자기 떠오른다.
그걸 뒤집은 마르틴 루터도 떠오르고.
종족 보존의 본능조차 통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출산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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