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정계 은퇴했던 사디 하리리 전 총리가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왜 지금 나타났는지가 궁금하지만 일단 확연히 달라진 외모부터 화제다. 무슨 다이어트를 하셨나. 정계 복귀 루머가 솔솔 나오고 있다.
레바논 국제공항의 이름은 라픽 하리리, 사디 하리리의 아버지 이름으로 불린다. 레바논 역사상 가장 끔찍한 테러라는 2005년 2월 14일 발렌타인 데이 학살로 암살됐다. 라픽 하리리 전 총리를 포함해 모두 22 명이 숨지고 220 명이 부상을 입었다. 약 1,000kg 의 TNT를 실은 미쯔비시 트럭은 일본에서 도난당한 차량이었다. 용의자는 헤즈볼라 요원 살림 아야쉬, 현재까지 도피중이다. 정황상 시리아 지도부의 소행이 분명한데, 유죄 판결을 받은 건 살림 아야쉬 달랑 한 명이다. 이 엄청난 테러를 혼자 했다고?
라픽 하리리의 암살은 레바논의 반시리아 정서를 자극했고 결국 아랍 세계에서 유일한 정권교체를 끌어낸다. 그 유명한 Cedar 삼나무 혁명이다. 사디 하리리는 그 후 레바논으로 돌아와 아버지 자리를 이어 2009년 총리가 됐다. 아버지에 이어 레바논에서 시리아의 장기적인 영향력에 대한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당시 사디 하리리의 라이벌이 현 총리 나집 미카티였다. 헤즈볼라의 지원을 받는 인물이다. 세월이 흘러 사디 하리리는 2017년 국제 뉴스의 초점이 되는데,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중 돌연 사임을 선포해서다. 외국 간 총리가 기자회견으로 총리직을 사임하면서 이유는 이란의 개입이 커지고 자신도 아버지처럼 암살될까 봐서란다. 당시는 레바논에 대한 이란의 간섭이 초절정일 때라, 이를 불편히 여긴 사우디의 폭로전이 아니냐는 말이 많았다.
무책임한 사임을 유보하긴 했지만 결국 2022년 정계 은퇴를 했다. 그런 사드 하리리가 다시 나타났다. 미국이 어떻게든 하마스 전쟁을 마무리하려는 이때에. 사드 하리리는 대표적인 사우디 이니셔티브의 지지자이다. 2002년 3월 28일 사우디아라비아의 통치자 압둘라 왕세자가 발표한 베이루트 선언, 아랍 평화 이니셔티브이다. 즉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 간의 갈등을 종식시키려기 위해서, 모든 아랍 국가가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선언이다. 이를 위해 이스라엘은 골란고원, 웨스트뱅크, 동예루살렘에서 완전히 철수하고,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독립 팔레스타인 국가를 세우는 게 전제돼야 한다. 하마스 전쟁이 135일째인데, 미국이 나서서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는 것이 이 때문이다.
베이루트 선언은 2007년 3월 28일 아랍 연맹 회의에서 재확인됐는데, 이 회의에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도 참석했었다. 그의 참석이 평화 이니셔티브를 받아들이려는 하마스의 정치적 견해인지, 단지 아랍 지도층의 눈밖에 나지않은 마지못한 참석이었는지 그때도 의견이 분분했다. 그로부터 16년 후 10월 7일 테러를 일으킨 걸 보면, 하마스는 당시 사우디의 입장에 위협감을 느꼈던 것 같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평화 이니셔티브를 지지하고, 헤즈볼라를 통해 이란이 레바논에 미치는 영향에 반대하는 인물이 2년 만에 다시 나타났다. 수렁에 빠지고 있는 하마스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일까. 이스라엘이 사우디 아라비아나 레바논과 평화 협정을 맺게 된다면, 중동은 완전히 새로운 시대에 진입하게 될 것이다. 그런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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