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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지방 선거

37개 자치단체에서 이뤄진 결선 투표 결과는 종교인과 세속인이 대결하면 종교인이 이기게 된다는 걸 증명했다. 더 이상 정치나 이념이나 사회 정의를 논할 일은 없을 것이다. 선거는 그저 머리 세기 산수로 전락했다. 민주주의의 미래가 어차피 인구조사로 마감할 거라면, 그걸 위해 뭐하러 굳이 싸우나 싶다.   

 

2018년 예루살렘 지방선거에서 하레딤이 꽂아준 시장이 결국 당선됐다. 예루살렘의 평화를 위해 잘된 일인지 모르지만, 그때 예루살렘을 변화시켜 보겠다고 나선 많은 젊은 세대가 선거 이후 '이사'를 택했다. 이 도시는 더 이상 가망이 없다고 느꼈다. 5년 만에, 전쟁 때문에 5년 4개월 만에 치러진 선거에서 예루살렘은 역사상 최초로, 하레딤과 종교인이 시의회를 과반 이상 차지했다. 세속인이 소수가 된 것이다. 하레딤이 도시를 좌지우지하게 됐다고 예루살렘이 더 거룩해질 일은 없다. 그들은 시 예산을 마음껏 사용해, 자기네 예쉬바와 학교를 강화할 것이다. 거기서 여성은 남성보다 열등하며, 세상 학문은 배울 필요가 없고, 우리 삶에 닥쳐오는 모든 위기는 하나님 말씀을 어겼기 때문이니 회개하라 가르칠 것이다. 지구 온난화나 일회용 제품 사용이나 환경보호 같은 건 구전이 될 것이다. 

 

종교적이었던 도시는 하레딤화 되었다. 벧쉐메쉬가 그렇다. 몇 년 전 저 도시에 사는 8살 여자아이가 하누카(기독교는 크리스마스) 즈음에 빨간색 드레스를 입었다가 하레딤들에게 돌을 맞았다. 하레딤은 메시아를 기다리느라 검정색만 입고 있다. 버스 앞부분에 남자가 타고, 여자는 버스 뒤로 가야 한다. 그렇게 나눠진 삶을 요구했다. 이제 드디어 하레딤 시장을 배출했다. 제 2의 브네이브락이 탄생한 것이다. 

 

하이파는 너무 구려서 치를 떨리게 하던 5년 전 시장이 돌아왔다. 종교인의 지지를 받았다. 노동자들의 아랍인-유대인 연합도시로 안식일 공공버스가 다니던 유일한 도시였는데, 이제 그것도 끝났다. 

 

쉐펠라의 주요 도시들도 대개 종교인과 손잡은 리쿠드 시장이 당선됐다. 쉐펠라의 특징은 교육에 강점을 두는 것이다. 이제 그 예산들은 코너마다 미크베를 설치하거나 안식일을 위반하지 못하도록 기상천외한 일들에 쓰이겠지. 문화 기관들과 학생 오케스트라는 지원이 없어 폐업할 테고. 흉칙한 예쉬바 건물들은 더 크고 웅대하게 미관을 해치며 들어서겠지. 

 

너무 비관적인가. 오늘 도시의 우울함은 어떤 것으로도 떨쳐지지 않았다. 그래서 무베무에 가서 스테이크 먹었다. 이게 마지막일 수도. 코셔 안 지키는 고기 유통이 안 되지 않을까. 원래 이 도시는 오렌지 과수원으로 시작했다. 초기 농부들은 잊혀지고 이제 그 자리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종교인들은 신도시로 침투해 종교 생활을 공동체에 도입하는 걸 과제로 여긴다. 20층짜리 아파트에 종교인이 한 가구라도 있으면 안식일 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해야 한다. 버튼을 누르지 않도록 자동으로 매층마다 열렸다 닫히는 엘리베이터다. 타고 내리는 사람이 없어도 혼자 열렸다 닫힌다. 버튼 누르는 게 안식일을 어긴다는 한심한 생각에 왜 동의해야 하는가. 전기를 아끼는 게 보다 현실적이지 않나. 아무튼 그런 종교인들의 노력으로 도시마다 그런 생활양식들이 강요되고 있다. 코로나 직전 우리 골목에 미크베를 설치하기 위해 엄청난 예산이 투입됐다. 우리 골목 사람들은 종교인이 아무도 없었는데 그랬다. 이번 시장은 좀 더 많은 골목에 미크베를 설치하는 걸 공약으로 내세웠다. 자기 집에 목욕탕 내지는 샤워 시설을 만들게 됐는데도, 미크베에 가서 몸을 담궈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미크베 지키는 종교인을 고용해서 그 가정을 보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사용하지도 않는 시설이 만들어지고 사람을 고용하고 비용을 지출하는 걸 지켜봐야만 한다. 

 

변호사 하던 친구가 이번에 시의회에 입후보했다. 자신이 변호사지만, 법률가들이 정치에 입문하는 건 법으로 금지해야 한단다. 법을 기괴하게 만드는 일등공신들이라고. 한국은 있잖아. 그만하자. 

 

네탄야후 총리는 국내에서 싸우는 것도 모자라, 미국 상대로 싸우고 있다. 기다렸다는 듯이 폭스 뉴스가 인터뷰한다. 바이든 욕하라고 깔아준 판이라, 트럼프가 침묵하나 보다. 트럼프는 재선에 실패한 직후 네탄야후를 제일 먼저 욕했다. 자신이 해준 게 있는데 배신했다는 거다. 트럼프가 뒤끝이 굉장하기도 하고, 네탄야후와 사이 좋은 사람이 지구상에 많지 않기도 하다. 그래도 너무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닌다. 몸도 아프신데 적당히 하시라. 

 

IDF가 어제 오늘 가자 지구에서 70명 이상의 고아를 구출해 예루살렘 프렌치힐 터널을 거쳐 웨스트뱅크 베들레헴으로 들여보내는 작전을 수행했다. 독일 대사관의 요구로 이뤄졌다는데, 기독교가 운영하는 고아원이라 가능했다. 이들의 삶에 새로운 좋은 일이 일어나기를. 

 

오스카는 오펜하이머가 석권했다. 엠마 스톤은 벌써 두 번째 여주연상이라는데 왤케 무게감이 없냐. 가자 휴전 핀을 달고 온 사람들이 많다. 홀로코스트 영화를 만든 조나탄 글레이저가 반이스라엘 발언을 하자, 관중의 환호가 있었다. 

 

The Zone of Interest는 홀로코스트를 구경만 한 유럽인의 시선이다. 거기 자기 반성이 없다는 게 놀랍다. 미학의 가치는 구전의 유물이 됐다.  

 

오늘 밤 텔아비브를 겨냥한 대규모 테러 공격이 사전에 적발돼 좌절됐단다. 

 

올해 내 작심은 하루에 하나씩 선행을 하는 것이다. 쓰레기 줍기나 미소짓기 같은 자기 만족이 아니라, 진짜 남을 위해 하는 일이다. 오늘은 키오스크에서 번호표 뽑기가 익숙치 않은 할머니에게 내 표를 양보했다. 너무 고마워하셨다. 그리고 순서를 기다리며 이야기를 했는데, 너무너무 말씀이 많으셨다. 외로운 분이라는 게 느껴졌다. 나하고 얘기하면 웃을 일이 많겠다며 전화번호까지 따가셨다. 이 할머니 전화를 받아드리는 것만으로도 매일 선행이 가능할 것 같다. 요즘 웃기는 얘기도 연습한다. 세상을 너무 심각하게 여기지 말아야지, 웃어 넘겨야지, 그러나 조롱하지 말아야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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