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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3 모스크바 테러

조용한 샤밧 아침, 일찍 일어나 동네를 걸었다. 내가 낫고 있구나 느낀다. 기분이 좋다. 응아 하러 나온 아는 개들을 만나는 것도 흐뭇하고, 안부 한마디 건네며 낯선 사람과 친밀해지는 것도 뿌듯하다. 169일 전, 그날 아침도 이렇게 완벽했겠지. 침략자는 평화를 깨뜨리고 무질서를 가져오며 희열을 느끼나. 왜 이런 아침이 파탄나야 하는지 침통하다. 이걸 갖지 못해서, 가진 이가 괘씸해서, 그걸 부수며 정당화하나. 지중해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 가자다. 그런 곳을 차지하고도, 여전히 넛때문이라는 마인드라니. 여론 조사 결과 가자 인구의 60퍼센트 이상이, 향후 가자의 통치자는 여전히 하마스라야 한단다. 

 

IDF가 라피아흐 작전을 고수하고 있다. 하마스의 지도부가 거기 인질들과 함께 있다. 가자 지구 전체를 장악하지 못하고 또 물러난다면 10월 7일이 또 일어나겠지. 미국도 강경하다. 무기를 안 보내줘서 이스라엘 국방부장관이 워싱턴에 직접 갔다. 간다고 별수없을 건데. 6개월 전부터 정부 폐쇄 위협중인 예산안이 여전히 타결이 안됐다. 토요일 바이든이 서명하지 않으면 부활절 휴가까지 2주간 다시 묶인다. 블링켄은 이스라엘을 생각해서, 이렇게 말을 안 들으면 전 세계로부터 고립될 거라고 경고했다. 슬프게도, 이미 고립됐다. 라피아흐 앞에서 물러선다고 이스라엘의 고립이 해결되지 않을 거다. 바이든도 블링켄도 연일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캐나다 신문에서는 네탄야후를 20년대 독일 무성영화 Nosferatu에 등장하는 뱀파이어로 묘사했다. 그러면서 단순한 비판이란다. 역사 공부를 다들 안 하니까. 

 

유엔 안보리에서 가자 휴전안이 또 거부됐다. 토요일에 재투표한다더니 다시 월요일로 미뤄졌다. 주말엔 다들 쉬어야 하니까. 

 

미국이 어제 모스크바 인근 크로커스 시청 공연장에서 일어난 총기 테러가 IS 소행이라고 밝혔다. 사망자 집계가 60명쯤에서 시작하더니 하루가 가기도 전에 133명이 되었다. 부상자가 많았고 대부분 총격에 중상을 입었기 때문에 사망자 숫자는 더 커질 것이다. IS가 책임을 인정했고, 미국이 몇 주 전에 정보를 러시아와 공유했다는데, 모스크바는 테러가 일어나자마자 우크라이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지금은 테러리스트를 추적하는 데 집중하겠단다. 무슨 고집이신지. 테러리스트들이 사용한 차량은 르노란다. 그러하다. 용의자 2명이 잡혔다나 보다. 국적이 제일 궁금하다. 시리아려나.   

 

러시아 앰뷸런스가 112구나.

 

홍해에서는 미 항공모함 아이젠하워 호가 예멘 수도 사나를 공격했다. 예멘은 이게 무모하다며 노발대발중이다. 지금 블링켄이 어디 있나부터 확인한다. 언젠가부터 이분들은 저쪽 싸움에 더 진지하신 듯. 

 

미 의회가 2025년까지 UNRWA를 지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맞는데, 그런데 통치자가 바뀌지 않은 가자는 콩고물마저 떨어져 더 힘겨운 삶이 될 것이다.  

 

그래, 유엔 사무총장도 웃기도 하겠지. 인도적 참사를 비난하는 자리지만, 자기가 웃기면 웃는 거지. 구테흐스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게 집단 보복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하마스 공격을 정당화 할 수 있는 건 없다면서도, 끝까지 하마스를 비난하지 않았다. 

 

샤밧이 끝난 저녁, 예루살렘 총리 관저 앞에서, 텔아비브 국방부 본부 앞에서 인질들의 생환 협상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슬프고 참담한 말들이 많이 나왔다. 2024년 애가가 이곳에 있다. 푸림 전날이라 공동체마다 에스더서를 읽는다. 라아샨이라 부르는 시끄러운 도구를 들고, 하만이 나올 때마다 소리지르는 꽤 재미난 행사이다. 하지만 올해 메길랏 에스더 읽기는 절규로 변해 버렸다. 

 

그나저나 올해 들어 벌써 몇 번째 지진이 감지되고 있다. 키프로스가 진앙지이니 거기 연결된 북부 카르멜과 하이파가 흔들린 모양이다. 

 

유대교 미쯔바인 비쿠르 홀림, 즉 병자를 문안하는 일은 샤밧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다. 그러나 샤밧마다 병자를 찾는 것은 엄청난 정신적 피로를 쌓는 일이고, 그래서 몸도 상할 지경이다. 하지만 집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짐이 덜어지지 않으니, 길을 나설 수밖에. 절박함으로 기도했다. 이것이 인생일지라도, 숨고르기가 필요하니, 하늘의 사인을 달라고. 병원까지 가는 길에 누가 애써 방해하는 양 수많은 일이 일어났다. 차를 돌려 집으로 돌아갈까 수십 번도 더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친구는 평소보다 얼굴빛이 환했다. 그리고 우리를 위해 어렵게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팔을 들어올렸다. 그분이 내게 건네 주신 숨고르기였다. 삶은 이렇게 또 계속된다.  

이 병원의 정원을 설계한 이는 인생을 좀 아는 것 같다. 사실 하늘의 사인은 아주 가까운 데, 곳곳마다 있다. 그래서 감사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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