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샤는 무엇인가

파라샤는 유대교가 1년에 토라, 즉 모세오경을 통독하기 위해 매주 일정 분량으로 나눈 히브리 성경 본문이다. 창세기 50장, 출애굽기 40장, 레위기 27장, 민수기 36장, 신명기 34장 구분은 codex라는 개념이 등장한 이후 책으로서 필요에 따라 분리한 것이다. 그 전에 유대교의 경전은 두루마리라고 하는 scroll 형태로 양피지에 기록됐다. 그래서 일정 분량을 파라샤의 이름으로 지정해 두었다. 예를 들면 창세기 1-5장까지는 파라샤 브레쉬트, 창세기 6-11장은 파라샤 노아, 창세기 12-17장은 파라샤 레흐레하, 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샤밧이 되면 아론 하코데쉬라고 부르는 보관함을 열고, 그 안에 들어 있는 세페르 토라, 두루마리를 꺼낸다. 아슈케나짐의 세페르 토라는 두루마리 위에 천만 씌우고, 스파라딤은 은으로 만든 케이스(תיק)에 넣어둔다. 보통 책 별로 두루마리 하나를 차지하는 법인데, 두루마리를 꺼내는 사명을 가진 이는 혹여 두루마리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해당 두루마리를 찾았으면 비마로 올라가 펼치고 그주에 해당하는 파라샤 본문을 찾는다. 맨손으로 양피지를 만져 훼손하지 않도록 에쯔바(אצבע לספר התורה)라고 하는 손가락 모양의 기구를 쓴다.

세페르 토라와 에쯔바 레세페르하토라, 스파라딤의 세페르 토라

2022년 9월은 히브리력으로 엘룰 월이다. 니산 월을 시작으로 여섯 번째 달인데, 이 엘룰 월에 유대교는 토라에서는 신명기를 읽는다. 함께 읽는 하프타라는 이사야 본문이 7번 연속된다. 신약성경에서 예수님이 신명기와 이사야 본문을 자주 인용하신 것은 우연이 아니다. 엘룰 월은 회개의 시간이고, 때가 다가왔음을 알리신 예수 그리스도의 시간표 역시 엘룰 월과 자주 연관돼 있었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이사야는 66장, 그중에서 어느 부분을 읽을까? 40장 이후 본문이다.

각 본문은 첫 구절을 따라 지어진 이름으로 불린다.

1. 이사야 40:1–26  Nachamu, Nachamu Ami 내 백성을 위로하라 

2. 이사야 49:14–51:3  Vatomer Tziyon 시온이 이르기를

3. 이사야 54:11–55:5  Aniyah Soarah 곤고하며 광풍에 요동하는 자여

4. 이사야 51:12–52:12  Anochi, Anochi 나 곧 나이니라

5. 이사야 54:1–10  Rani Akarah 잉태치 못하는 자여 노래하라

6. 이사야 60:1–22  Kumi Ori 일어나 빛을 발하라

7. 이사야 61:10–63:9  Sos Asis 내가 크게 기뻐하며

 

걸리는 부분이 있다. 회개의 토대와도 같은 이사야 53장이 없다. 고운 모양도 풍채도 흠모할 만한 아름다운 것이 없는 그, 멸시를 받아 버림받고 간고를 겪은 그, 우리의 질고를 지고 슬픔을 당한 그에 대한 본문을 건너뛴 것이다. 유대교 메시아에 대한 예언을 일년 중 한번도 읽지 않는다고?

그런 상태로 야밈 노라임(ימים נוראים)을 맞는다. 로쉬 하샤나(나팔절)부터 욤키푸르(대속죄일)까지 열흘이다. 날마다 회개하며 자기 죄를 물 위에 띄워보내고 생명책에 기록될 죄 내역을 삭감하는 기간이다. 이 삭감을 정식으로 하나님께 요구하기도 한다. 쇼파르, 나팔을 부는 것이다. 양의 뿔로 만든 쇼파르의 소리를 듣고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하셨던, 죄 용서의 약속을 이행해 달라고 촉구하는 것이다. 성경에 써 있는 방법을 제쳐두고 자기 의를 앞세우는 것으로 보이지 않나. 

 

그래서 이 기간에 나는 굳이 이사야 53장을 열심히 읽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