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eople

마블의 뉴 히어로 사브라

마블이 캡틴 아메리카 4탄을 제작할 예정인데, 주인공이 안소니 매키란다. 팔콘 아니었나? 아무튼 거기 모사드 요원으로 새로운 히어로가 등장하는데 이름은 사브라이고 이스라엘 배우 쉬라 하스가 캐스팅 됐단다. 

'사브라'는 히브리어로 짜바르(צבר)이다. 선인장류를 가리키는 단어이다. 이스라엘은 이민자들로 이뤄진 나라이고 그러다 보니 새로운 조국의 새로운 인물상을 조형할 필요가 있었다. 이민 1세대에게는 당연히 먹고 사는 게 중차대한 문제였고, 게다가 유럽 출신의 유대인은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기고 뿌리채 도려내진 경험을 가진 이들이었다. 약하고 무능했기에 빼앗기고 살해당한 상실의 트라우마가 있었던 것이다.

2세대들은 그런 부모 세대들로부터 상처를 받으며 자랐다. 악몽에서 깨어나거나 자해하는 부모를 지켜보는 어린 자녀의 심정은 어땠을까. 그들은 부모들과 다르기를 바랐다. 자신들이 태어난 이스라엘 나라가 그렇게 유약하고 허약하지 않기를 바랐다. 그래서 사막에서도 강인하게 자라는 선인장을 자신들의 정체성으로 취했다. 현대 히브리어에서 짜바르는 이스라엘 태생의 이민자 2세대 이상을 가리킨다. האם אתה צבר או לא? -כן, אני צבר

도쉬라는 펜네임으로 알려진 카리엘 가르도쉬는 1950년대 Maariv라는 신문사에 들어가 한 인물을 창조해 낸다. 스룰릭크, 당시 키부츠 사람들처럼 짧은 바지에 템벨 모자를 쓰고 있었다. 에레츠 이스라엘을 사랑하는 개척자정신 가득한 인물로 그려진 카툰의 주인공이다. 이스라엘은 스룰릭크를 애지중지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스툴릭크 역시 나이가 들어 군대에 들어가 군복을 입고 우지 총을 들게 된다. 

스룰릭크에 비견되는 팔레스틴의 캐릭터가 한달라이다. 나지 알알리가 1969년 창조한 카툰의 주인공으로 누더기처럼 초라한 뒷모습으로 그려지는 인물이다. 팔레스틴의 자의식을 가장 잘 드러내는 이미지이며, 그렇기 때문에 현재까지 팔레스틴의 저항정신을 표현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텔아비브의 플로렌틴이라는 동네는 그라피티의 거리로 유명하다. 조나탄 키스 레브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작가가 그린 The Peace Kids라는 작품이다. 그저 길거리 저항정신에 불과할 수도 있는 그라피티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 것도 진귀하지만, 그 정점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틴의 자화상이 조우한 것도 새롭다. 실제로 이방인인 나는 스룰릭크와 한달라가 참 닮았다고 생각한다. 사이프러스나 부겐벨리아 같은 유럽의 흠잡을 데 없는 빼어난 식물들과 달리 메마르고 황무한 이 땅에서 강인하게 자라나는 선인장, 짜브라 같은 이들이기 때문인가. 

'People'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비행기로 둘러본 지중해  (0) 2022.09.15
이스라엘 역사 요약 (feat. 코난 오브라이언)  (0) 2022.09.14
UEFA 2022 H조, PSG 대 마카비 하이파  (0) 2022.09.14
영국과 예루살렘  (0) 2022.09.12
Patriarchs of Jerusalem  (0) 2022.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