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부츠 브에리에서 납치된 인질들이 돌아왔다. 491일 만이다. 팔레스타인 죄수 183명이 대가로 풀려난다. 이중 7명이 추방돼야 하고 18명이 종신형 복역수이다. 한 명 이상 살인한 적이 있다는 뜻이다. 하마스는 오늘의 무대를 데이르 알발라흐에 마련했다. 대추열매תמר 수도원이란 뜻이다. 십자군의 성채가 있었던 곳. 쇠약해진 이들을 그 무대로 끌어올려 인터뷰를 한다.
오하드 벤아미의 이야기는 그나마 숨쉴 만한 해피엔딩이다. 오하드는 독일와 이스라엘 듀얼 시민권자이다. 안식일 아침, 잠자리에서 속옷 차림으로 끌려갔다. 그 납치의 순간, 자녀들과 마지막 통화에서 슈마 이스라엘, 기도문을 외웠다고 했다. 그들의 집에서 함께 납치됐던 아내 라즈는 2023년 1차 협상 때 석방됐고, 같은 키부츠에 사는 그들의 딸 엘라, 나탈리도 모두 안전하다. 그동안 힘겨운 싸움을 해온 이들 가족은 이번에야말로 마음을 놓고 치유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됐다. 라즈는 뇌종양을 앓고 있다.
엘리 샤라비는, 가히 욥의 현실판이다. 그날 아내와 두 딸이 은신한 방공호는 하마스 테러리스트에 의해 불탔다. 가족들은 그들이 납치됐기를 바랐지만 결국 시신으로 드러났다. 엘리의 형 요시도 납치됐는데, 2024년 1월 26일 사망했다. 오늘 엘리는 풀려났지만 자신의 가족이 모두 사라진 걸 모르고 있었다. 그야말로 모든 것이 파괴된 현실이다. 그의 앞날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오르는 아내 에이나브와 함께 그날 새벽 즉흥적으로 노바 음악 축제에 갔다. 1살배기 아들 알모그를 장모님께 맡기고 모처럼 부부가 휴식을 취하러 간 것이다. 에이나브는 도로 옆 방공호의 시신더미에서 발견됐고 오르는 훗날 그 방공호에서 끌려간 부상당한 남성 인질들을 찍은 영상으로 납치 사실이 알려졌다. 알모그는 이제 2살 반이 되었고, 당연히 너무 오랜만에 만난 아버지를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알모그는 아빠를 만나, 돌아오기까지 오래 걸렸다לקח לך הרבה זמן לחזור고 말했단다. 오르는 그날 아내 에이나브가 살해된 걸 짐작은 했지만 정확히는 몰랐다고 한다. 인질 기간 지옥 속에 있었던 걸 그 얼굴에서 읽을 수 있다.
하마스는 시간이 지날수록 통치력을 회복했다는 징표를 보인다. 오늘도 국제적십자가 우버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마스 고위층이 타고 온 차가 현대다. 세차를 한 건지, 새차인 건지.
다들 트럼프의 가자 제안이 그저 해프닝인 줄 알지만, 조지워싱턴대학의 조셉 펠츠만 교수가 가자 개발 계획을 제출한 건 2024년 7월이었단다. 논문 제목은 An Economic Plan for Rebuilding Gaza: A BOT Approach란다. build-operate-transper 방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진심이다. 아무도 호응하지 않을 뿐.
하마스의 인질 석방식은 이전과 달리 침통하기만 했다. 살아돌아오는 환희 같은 건 없다. 이들의 참혹한 모습은 지난 1년6개월이 어땠는지, 현재 갇혀 있는 이들이 어떤 지옥에 있는지 헤아리게 만들었다.
전투 중에 적군에 사로잡힌 전쟁 포로의 안전을 염려해 제네바 협정이 생겼다. 자기 집에서 납치돼 1년 6개월 지하에 억류된 경우를 대비해 무슨 안전보장이 필요할까. 그동안 10월 7일을 홀로코스트에 비유해도 그저 상징 수준이었다면, 이제야말로 홀로코스트 실사판을 보는 것 같다. 홀로코스트는 이들에게 나라와 군대가 없을 때 일어난 일이다. 왜 지금, 이스라엘 국가와 짜할이 존재하는 지금도 이런 장면을 봐야 할까.
하마스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저걸 보며 참 잘했다, 자부심이 들지 궁금하다. 인질들의 석방을 이유로 너무 큰 대가를 치른다고 협상을 반대하던 이들은 저걸 보며, 가족과 자식들의 내일을 축복하며 잠자리에 들 수 있을까. 네탄야후 총리가 도하에 2단계 협상을 위한 대표를 보내는 데 동의했단다. 단, 그 전에 안보 내각 회의가 열려야 하는데, 그게 월요일이단다. 아직 워싱턴 고급 호텔에 머물고 계시다. 전용기 타고 움직이면서 샤밧은 지켜야 한단다. 뭐하느라 정상회담 끝나고 재깍재깍 자기 나라로 돌아오지 않는지 답을 모르는 사람도 있을까. 그의 아내와 아들은 마이애미에 있는 최고급 호텔에서, 그 소유주가 카타르라는 것 같던데, 장기 투숙하며 휴가를 보냈다. 이스라엘 장관들도 전쟁과 인질로 당면현안들이 다 미뤄져서인지, 급한 할 일 없다며 경쟁적으로 해외여행을 나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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