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순간이 될 거라고, 되도록 TV 시청을 하지 말라는 권고조차 있었던 사망 인질들의 운구 행렬이 지나갔다. 기온이 떨어져 이가 딱딱 부딪치는 추위에 길에 서서 그 장면을 보았다. 오데드 리프쉬츠는 83세에 니르 오즈 자기 집에서 팔레스타인 지하디스트에 납치됐다. 아내 요헤벳은 하마스에 납치됐다. 이들 부부는 니르 오즈 키부츠의 창립자들로, 가자 평화운동을 주도한 이들이다. 우파들이 시나이 반도와 가자에 세운 정착촌에서 철수 불가를 외칠 때, 가자와 평화에 대가가 따른다며 샤론 정책을 지지해 공격을 받기도 했다. 리프쉬츠 부부는 가자의 병자들을 받아 이스라엘 병원에서 치료받게 해주는 운동을 주도했던 이들이다. 하마스는 오헤벳을 가장 먼저 석방했는데 그 대가를 요구하지도 않았다. 오데드 역시 하마스 손에 있었다면 결론이 달랐을까. 오데드뿐 아니라 니르 오즈를 건설한 수많은 이들이 사망했다.
비바스 엄마와 두 아들은 예상대로 살아남지 못했다. 그들의 죽음 때문에, 이 민족은 10월 7일 자신들의 정부가, 군대가 그들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사실로부터 영원히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그날의 진실에도 더 큰 무게가 쏠린다. 그리고 이 나라의 미래에 어떤 희망이 있는지도 묻게 된다.
야르덴, 오페르, 키이스의 생환
이틀 전, 이스라엘 인질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끔찍한 카오스가 벌어졌다. 이스라엘의 항의도 주효했겠지만, 자기들이 봐도 개판이라 빡친 모양이다. 오늘은 꽤나 정렬된 석방식(*이게 말이 되나
jy4kids.tistory.com
시신들은 욥바 근처 아부 카비르에 있는 유전자 검시실로 이동해 신원을 확인한 후, 장례를 치르게 된다.
가자의 미래는 내가 걱정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만, 충분히 암담해 보인다. 35만 채의 집이 무너지고 8-90% 인프라가 파괴돼서가 아니다. 오늘 이스라엘 인질들의 관을 전시하는 하마스의 선동쇼에 동원된 어린아이들 때문이다.
저들의 환한 웃음에 멍해진다. 이슬람의 순교자 교리가 저렇게 가르치는 걸까. 유대인을 죽였으니 좋은 일이라는 걸까. 유네스코가 살해되는 가자 어린이들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전쟁을 멈추어야 한단다. 유네스코는 저들의 아동 학대는 보이지 않나. 이집트가 내일 아랍 정상회담에서 가자 계획을 제안한단다. 가자의 비무장화와 하마스 해체를 이집트가 감독한다는 내용으로. 며칠 전 인질 교환으로 풀려난 폭탄 테러범이 버젓이 저 쇼에 초대받아 인터뷰까지 했다. 이집트로 추방됐어야 하는데도.
이스라엘 인구 30% 이상이 트라우마라며 뉴스 시청을 자제하는 게 좋겠단다. 그만 봐야지 하면서도 오랜 습관 때문에 아침 뉴스를 보다 어이가 없다. 비바스 형제의 엄마 쉬리는 돌아오지 않았다. 어제 밤 늦게까지 운구된 시신들의 포렌식이 진행됐는데 오하드와 아리엘과 크피르는 맞지만 네 번째 시신은 아니란다. 두 아이는 이미 2023년 11월 무렵 살해됐다는데 함께 온 시신은 이스라엘 인질 그 누구도 아니란다. 이 심각한 협정 위반을 그냥 넘길 수는 없겠지. 내일 여섯 명의 살아 있는 인질들이 돌아와야 하는데, 그건 또 어떻게 될지. 새벽에 바트 얌에서는 버스 세 대에서 폭발물이 터졌단다. 타이머의 오작동으로 예정 시간보다 일찍 터져서 빈 버스에 희생자는 없었다. 마침 '코랄' 한파로 기온이 뚝 떨어지고 눈비가 날릴 수도 있단다. 요즘 한파는 면역체계 질환자들에게 아주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는데, 몸을 따뜻하게 하고 마음을 편하게 하란다. 마음이 도저히 편하지 않다고, 하늘을 향해 호소하다 놀랐다. 이런 류의 내러티브를 좋아하지 않지만, 놀랍게도 하늘에 너무나 선명한 무지개가 있다. 이 하루를 살아내는 게 무지개 세상에 살고 있는 내 사명임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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