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러 포스는 밴더빌트에서 MBA 과정을 밟고 있는 대학원생이었다.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하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했고, 제대해서 민간인으로서 삶을 고민하던 차였다. 28세의 경영학도는 학교가 후원하는 해외 스타트업 기업 탐방 여행으로 이스라엘을 방문했다. 2016년 3월 9일 욥바 항구에서 테러리스트의 칼에 살해당했다. 이날 하루만 12명이 테러리스트의 공격을 받고 부상을 입었다. 당시 이슈도 엘악사 모스크였을 것이다. 3차 인티파다가 이미 시작됐다고 떠들던 때였다.
테일러 포스의 희망 찬 삶을 빼앗은 테러리스트는 21살의 팔레스타인 청년으로 현장에서 사살됐다. 미국 언론은 자국민을 살해한 테러리스트의 가족이 팔레스타인 일반인의 월급보다 7배가 많은 연금을 받는다는 사실을 대서특필했다. 연금의 출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산하에 있는 순교자 클럽 기금이다. 순교자 클럽이란 이스라엘을 공격하거나, 공격을 지원하거나, 폭동, 폭력 시위, 돌 던지기를 포함한 정치적 폭력에 연루되어 사망, 부상, 투옥된 팔레스타인 시민을 후원하는 조직으로, 이들이 조성한 기금으로 수감자와 '순교자'의 가족에게 매달 현금 수당을 지급해 왔다. 팔레스타인 정부는 이 기금이 웨스트뱅크에서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군사 사법 제도의 희생자들에게 제공하는 사회 복지와 보상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멀쩡한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이런 사실에 분개하기 마련이다. 마침 테러가 발생한 날은 당시 부통령 바이든이 이스라엘 대통령과 만나고 있을 때였다. 미 육군 대위에 대한 테러는 이듬해 트럼프의 대통령 선거에서 자주 언급되는데, 오바마의 민주당 정부가 아무 일 안했다는 비난과 함께였다. 대통령이 된 트럼프는 2018년 3월 테일러 포스를 기념하는 법을 통과시킨다. Taylor Force Act, 한마디로 미국의 원조를 받는 나라나 기관이 미국인에게 테러를 가한 자를 돕는다면 원조를 중단한다는 법이다. 또 그런 자는 미국 법정에 세울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팔레스타인 정부 PA는 이미 1년 전에 미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 문제 때문에 미국과 관계를 끊어버린 상태였다. 트럼프는 거침없이 PA에 대한 공식적인 후원을 모두 중단했다.
1990년대 체결된 임시 평화 협정에 따라 이스라엘 재무부는 PA를 대신해 세수를 징수하고 매월 라말라로 이체해 오고 있었다. PA의 자금이 테러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감시하는 목적이다. Taylor Force Act에 뒤이어 이스라엘도 법을 제정한다. PA가 수감자나 '순교자' 가족에게 지급하는 연금과 동일한 금액을 팔레스타인에 이체해야 하는 세수에서 보류할 수있다는 법령이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 테러가 일어나자 이스라엘은 이 법을 근거로 PA에 세수 이체를 보류했다. 수억 셰켈에 달하는 거금으로 대부분 PA 정부 공무원의 월급이었다. 이스라엘 영토에서 일하던 팔레스타인 사람 10만 명이 일제히 출입 정지되면서, PA 경제가 휘청일 때였다. 바이든 정부는 PA를 유지하고 완전히 붕괴되지 않도록 이체를 이행하라고 이스라엘 정부를 압박했다. 적어도 전쟁 초반에 PA나 웨스트뱅크는 하마스에 동조하지 않았다. 이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은 중요했다.
전쟁 후 가자 재건을 둘러싸고 이스라엘과 바이든 행정부는 충돌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마흐무드 압바스가 이끄는 PA가 가자를 통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됐지만 어리석은 판단이다. 하마스는 그걸 두고보지 않을 것이다. PA에 그런 능력도 없다. 어쨌든 바이든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PA를 돕고자 했다. 바로 테일러 포스 법령을 받아들여 수감자와 '순교자'에 연금 지급을 중단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 말년에 이 문제는 거의 해결 수준이었다. 하지만 PA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호의의 표시로 미루는 것을 선호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의 평화를 알선하는 아브라함 협정에서 PA는 철저히 무시당했다. 아마도 그때로부터 교훈을 얻은 모양이다. 적극적으로 트럼프에게 어필하는 편이 낫다고 말이다. 지난 2월 10일 압바스는 드디어 이스라엘 감옥에서 복역하는 수감자에게 수감 기간에 따라 지급하던 복지금과 테러로 사망한 자의 가족에게 지급하던 수당을 취소한다는 법령에 서명했다. 여기 서명함으로써 향후 몇 달 안에 미국인 테러 피해자들이 PA와 국제 지부인 팔레스타인 해방 기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미국 법정에 제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아마도 PA는 다른 채널을 통해 테러범과 그 가족에게 보상금을 지불할지도 모른다. 이 조처가 가족 부양의 수단으로 테러를 저지르려고 결심하는 이들의 의욕을 가라앉힐 수는 있을 것이다. 아니, 그러기를 바란다. PA도 이제 그럴 듯한 국가조직이 될 때도 됐다. 이스라엘 네탄야후도, PA의 압바스도, 요르단의 압둘라 왕도 모두 트럼프 월드에 사는 게 분명하다. 하마스는 어떨까.
잘 좀 하자,를 영어로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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