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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brew Reading

אל תמרחו אותי Don't bull-shit me

אל תמרחו אותי

타라의 5% 화이트 치즈에 적힌 표현이다. 크래커 등에 가볍게 발라먹는 용의 치즈인데, 날 바르지 말란다. 짐작대로 슬랭이다. don't bull-shit me. 헛소리 말라는 뜻이다. 요즘 이스라엘 청소년들은 이런 말을 잘 하지 않는다. 더 직관적인 욕이 있으니. 아무튼 타라의 제품 디자인이 새롭게 다가온다.

 

이스라엘에서 유제품은 세 개의 회사가 카르텔을 형성한다. 자잘한 작은 회사들도 있긴 하지만 그들은 시장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가장 역사가 오래된 트누바, 1926년 시작됐으니 거의 100년이다. 당시 이스라엘 땅에 있던 13개 키부츠와 모샤브가 "마쉬비르" 회의를 통해 협동조합을 설립하는데, 농산물의 가공, 생산, 마케팅의 모든 단계를 중앙에서 관리하고 통합하기 위한 조처였다. 이 나라 역사에서 익숙한 사회주의 운동의 일환이었다. 특히 예루살렘 지역은 키리야트 아나빔, 아타롯, 라마트 라헬 키부츠들이 연합해 유제품을 생산하다가 1927년 국가 조직에 합병된다. 트누바가 상대적으로 예루살렘 브랜드로 여겨지는 이유다. '트누바'תנובה는 열매, 특히 포도 열매를 뜻하는 단어다. 이사야 선지자가 이스라엘을 하나님이 회복하실 포도원으로 묘사하는 장면에 등장한다. 야곱의 뿌리가 박히고 이스라엘의 꽃이 펴서 지면 위에 '결실'(products)이 가득하리라는 예언이다(27:6). 이런 회사가 2014년 중국 상하이의 꽝밍 식품에 매각되더니, 2021년에는 당시 하레딤 보건부 장관 비서에 뇌물을 공여한 것으로 주목을 받는다. 중국의 꽌시 비지니스가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서 유제품을 필두로 시작됐다는 게 흥미롭다.  

   

타라는 트누바의 싸고 질낮은 유제품에 대한 반동으로 출발했다. 고품질 유제품을 선포하며 1942년 텔아비브의 7명 낙농업자들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여기서 뭔가 이상한데, 정치적으로 가장 좌파가 경제적으로 가장 리버럴하다는 아이러니다. 훗날 타라의 지분은 이스라엘 코카콜라에 넘어간다. 타라의 생산 공장이 위치한 나할랏 이츠하크의 땅값이 오르면서, 생산 라인을 늘리기 위한 조처로 이사를 결정한다. 텔아비브 부동산을 국가에 넘기는 대가로, 2014년 남부 네티봇으로 이전한 것이다. 키부츠 연합 트누바가 메이드인차이나가 되고, 사기업 타라는 키부츠 지역으로 이전하다니, 뭔가 두 회사 입장이 역전된 것인가. 

 

세 번째 회사는 생략. 이런 현실이 제품 경쟁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하레딤 인구가 많은 예루살렘에서 타라는 찾기가 어렵다. 유통망이 확연히 다르다는 뜻이다. 세일 드라이브를 모색하던 타라가 쥐어짜낸 자구지책은, 최고 권위의 하레딤 카슈루트 인증을 받아내는 것이었다. 

 

 

이스라엘에는 국가 기관인 랍비기구가 제공하는 카슈룻 인증이 있다. 당연히 하레딤은 그걸로 부족하다고 말한다. 부족할 게 뭔지 본인들도 설명하기 어려울 것이다. 어쨌든 그래서 바다츠הבד"ץ가 있다. 쩨데크 법정, 즉 하레딤의 카슈룻이라는 일종의 사립 기관이다. 국가 기관이 아니니 이들의 인정을 받자면 별도의 비용이 더 든다는 뜻이다. 바다츠에도 여러 등급이 있다. 그중에서도 하에다 하하레딧은 바다츠의 최고봉(염병)으로, 예루살렘 하레딤 공동체가 운영한다. 바다츠 베이트 요셉도 있는데, 스파라딤의 지도자 오바댜 요세프의 기준을 따르는 카슈룻이다. 바다츠 아구닷 이스라엘은 하시딤 공동체가 운영한다. 각 에다마다 자기들 헤게모니를 위한 수단으로 카슈룻 인증을 이용하기 때문에, 유제품처럼 저들 인구에 필수적인 식품을 만드는 회사라면 인증서를 모두 받는 게 최선이다. 참고로 하레딤이야말로 현재 이스라엘에서 아기 인구가 가장 많은 인구집단이다. 

 

텔아비브에서 출발해 자본주의 질서를 따른 타라가, 하레딤 눈에 들기 위해 타협했다는 데 유감도 적지 않다. 한때 보이콧 움직임도 있었다. 지금은 두루 다 똑같아졌다. 아무튼 본인도 자신들의 헛짓거리를 스스로 자조하는 건 아닐까. 헛소리 말라는 저 디자인이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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