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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brew Reading

הולכים לידי על ביצים

2025년 2월의 마지막 날, 다음날부터 라마단이 시작될 텐데, 이스라엘 인질 59명이 511일째 하마스에 붙들려 있다. "신실한" 무슬림 하마스는 이 라마단에 자신들의 포로에게 어떤 아량을 베풀까. 인질들의 이야기는 모두 가슴아프지만 엘리 샤라비는 특별하다. 그의 현자와 같은 태도는 진짜 고난을 통과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아우라일 것이다. 그는 자신을 희생해서 지키려 한 가족 전부를 잃었다. 아내와 두 딸에게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인질로 끌려갔는데, 알고 보니 그날 그들은 살해된 것이다. 옆집에 살던 자신의 형도 납치됐고 결국 이스라엘 공군 폭격에 사망한 것이다.

   

적십자에 의해 이스라엘 군대에 인도되자마자, 그는 자기 가족의 안부부터 물었다. 당시 일종의 사회 복지 업무자가 나와 있었는데, 서두르지 말라고, 곧 어머니와 여동생을 만날 텐데 그들이 말해줄 거라고 했단다. 과연 곧 그들은 재회의 기쁨을 나누고 함께 헬기를 타고 병원에 도착했다. 내 가족들은? 이번에는 기다리던 의사가, 종교인이라 기지에 가지 못했던 남동생 부부를 만나 보라고 권했다. 종교인인 동생은 탈리트를 뒤집어쓰고 그와 함께 울었다. 그는 바보가 아니고, 자기 가족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음을 그렇게 눈치챘다.

 

הולכים לידי על ביצים They walk on eggshells around me. 우리말로는 '살얼음판을 걷는다'에 가까울까. '달걀 껍질 위로 걷는다'는 표현은 말과 행동을 조심하며 대하는 것이다. 동방예의지국 출신은 예의바른 행동으로 오해할 수 있는데, 그보다는 눈치를 살피느라 말과 행동에 제약이 생긴다는 의미다. 부하 직원이라면 보스의 눈치를 보며 아첨하는 행동으로도 확대 해석된다. 엘리 샤라비의 경우에는 그의 비극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그 불행을 무심코 노출하지 않기 위해 극도로 조심하는 행동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가족과 병원 스태프에게 선포했다. 제발 내 곁에서 달걀 껍질 위로 걷지 말라고. 자신을 위해 에둘러 말하지 말고, 살해된 가족이든 하마스에 납치돼 자신이 겪은 일이든 말하고 싶거든 자유롭게 물어보라고 당부한 것이다. 

 

아무나 시도할 수 있는 용기가 아니다. 나는 권위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제발 이스라엘 사람들이 내 곁에서 달걀 껍질 좀 떠올려주기를 바라는 지경이다. 이들의 말은 너무나 거침이 없기 때문이다. 모든 솔직함이 선한 건 아니다. 때로 큰 상처가 되기도 한다. 우리말 '눈치'에 해당하는 히브리어는 없다. 필요를 못 느끼는 거겠지. 그래도 490일 인질 생활이 어떤 고초인지 상상은 가능하기 때문에 누구라도 그들에게 거침 없기는 힘든 거다.

 

카메라 앞에서 그는 감정을 억누르고 인질들이 처한 어려움을 묘사하는 데 집중했다. 이유는 거기 그대로 여전히 남아 있는이들 때문이다. 시청률이 얼마였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내 주변에는 안 본 사람이 없고, 주말 내내 화제가 됐다. 그런데 이스라엘 경제부 장관이라는 분이 다른 프로그램에 나왔다가 입방정을 떨었다. 엘리 샤라비의 인터뷰를 봤냐고 물어보니, "더 중요한 일을 하느라 못 보았다"고 한 것이다. 지금 이스라엘에서 인질들보다 더 중요한 일이 뭘까. 경제부 장관 주변에 여기저기 유착 혐의가 극성이던데, 뭘로 바쁘신 건지. 전에 스모트리치 재정부 장관은 인질들이 하마스에 끌려가는 영상을 봤냐는 질문에, "밤에 악몽을 꿀까 봐 일부러 안 봤다"고 답했다. 네탄야후 총리는 그 참혹한 공격을 당한 키부츠 니르 오즈를 비롯한 남부 공동체를 "바빠서" 아직 방문하지 않았다.

 

여기서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한다. 엘리 샤라비를 백악관으로 초대한 것이다. 다음주 3월 5일 면담이 예정돼 있다. 주말에 젤렌스키와 입씨름으로 전 세계에 폭탄을 터트리는 와중에, 이스라엘 인질의 인터뷰 일부를 영어 자막으로 보고, 그를 만나야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물론 무시할 수 없는 후원자 미리암 애들슨 때문이지만, 바쁘신 이스라엘 정부 인사들에 비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대중의 마음을 헤아려보고 점수 따는 데는 도가 튼 듯. 미국 대통령도 이런데, 왜라는 질문이 들지 않나.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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