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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ed

Shabbat, עונג שבת, 이사야 58

토라는 여러 군데에서 샤밧의 의무를 명령한다. 그런데 샤밧의 속성, 샤밧의 본질을 다루는 본문은 역시 이사야서다. 진정한 금식의 정의로도 유명한 본문이다. 이사야 58장

 

וקראת לשבת עונג 네가 샤밧을 오네그라 부르리라

אז תתענג על יהוה  그러면 네가 여호와에게서 즐거움을 얻으리라

오네그라는 단어가 처음에는 명사로, 다음에는 재귀용법 동사로 사용되었다. 오네그는 즐거움을 가리키는 단어다. 

 

샤밧의 오네그란 무엇일까. 당연히 우리가 생각하는 즐거움과는 거리가 있다. 유대교는 위의 성경 본문을 근거로 이런 해석을 내놓는다. "샤밧 식사에 선별된 음식을 먹고 마시는 행위, 따라서 샤밧에는 금식해서는 안 된다." 

유대인들이 금요일 저녁, 샤밧 식사를 갖는 게 이 때문이다 먹는 거 빼면 남는 게 없다지만, 어지간히도 일차원적인 해석이다. 하지만 먹고 마시는 즐거움을 외면하는 건 참으로 위선적이지 않은가. 그게 인생에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물론 시대가 지나며 고차원적인 랍비들의 해석도 덧붙여졌다. "오네그란 사소한 것일지라도 샤밧을 위해 행하는 것이다." 나는 이 해석을 참 좋아하는데, 내가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샤밧이기 때문에 나를 절제해 보려고 하는 일이 있다. 동네를 청소한다.ㅋㅋ 유대교는 샤밧에 해서는 안 될 일이 있는데 거기에는 일상의 노동뿐만 아니라 휴지조각 하나 줍는 일도 포함된다. 그런데 휴지를 버리는 일은 허용이 되는지 쓰레기는 언제나 넘쳐난다. 나참. 그래서 샤밧에 산책을 하면서 동네 한바퀴를 돌며 쓰레기를 정리한다. 나는 이방인이기 때문에 이런 노동을 해도 된다. 물론 이것은 내 사욕을 채우는 목적도 있다. 요즘 이스라엘 앱 중에 청소하는 앱, Clean Coin이 있다. 이 나라는 너무 청소를 안 하니까. 휴지 줍는 영상을 찍어 올리면 도토리를 준다. 이 앱을 후원하는 가게들에 가서 도토리를 쓰고 물건을 살 수 있다. 아직 물건을 살 수 있을 만큼 많이 줍지는 않았다. 

 

현실적으로 샤밧의 오네그는 당연히 거룩한 책, 성경을 읽는 것이다. 유대교는 토라를 일정 분량으로 나누어 일년에 한 번 통독하는 시스템인데, 그걸 파라샤라고 한다. 파라샤 분량이 꽤 되는 데다가 예언서와 성문서도 조금씩 읽어야 하기 때문에 샤밧 하루로는 안 된다. 그래서 월요일, 목요일, 그리고 샤밧, 세 번에 걸쳐서 읽는다. 샤밧에 회당에서 토라 읽는 게 대단히 비장한 일은 아니다. 모든 파라샤는 비마 위에 올라가는 7번의 알리야로 나뉘는데 당연히 남자들만 할 수 있다. 읽기가 시작되면 비마 주위로 와르르 모여들어 같이 읽는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말씀을 들어야 하는 거지만 다 외우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시끄러운 것이다.

 

오네그 샤밧에는 낮잠과 부부의 친밀한 행위도 포함된다. 이와 관련된 농담들이 어마어마하다. 

 

유대교가 샤밧에 노동을 금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정확히는 일한다와 같은 의미의 단어인 לפעול 동작, 작동을 중지한다는 뜻이다. 즉 자동차도 굴러가게 하면 안 되고, 전기의 흐름을 끊거나 연결하는 행위도 해서는 안 되고(그래서 계속 켜둔다ㅋㅋ), 하다못해 두루마리 화장지를 떼어내는 행위도 하면 안 된다(샤밧이 되기 전에 일정 분량씩 끊어서 접어둔다).

 

그런데 무크쩨מוקצה라는 개념은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단어 자체는 '따로 분리해 두다"라는 의미이다. 샤밧에 유대인들은 노래를 정말 많이 한다. 종교인들도 샤밧 식사가 끝나면 으레 자정이 넘도록 노래를 부르는 법이다. 그런데 악기가 안 된다. 왜냐고 했더니 악기는 무크쩨란다. 한마디로 샤밧에 만져서는 안 되는 '물건'들이다. 많이 있지만, 나는 알 필요가 없으니 패스.

정말 골치아픈 일들이 많이 있다. 예를 들어 애완동물을 키운다면 샤밧에 어디까지 할 수 있는 걸까? 일반적으로는 개도 무크쩨이다. 그럼 유모차는 끌 수 있나? Eruv 안에서만 가능하다. 동네마다 활동 가능한 영역을 표시하는 막대기다. 그 너머로는 가서는 안 된다. 예레미야 17장 21절을 근거로 한다. וְאַל-תִּשְׂאוּ מַשָּׂא בְּיוֹם הַשַּׁבָּת 샤밧에 짐을 들지 말라.

 

이 에루브가 유대인 공동체에 이만저만 아름다운 게 아니라는데 나는 잘 모르겠다. 저렇게 막대기를 죽 세우고 줄로 연결할 수도 있고 펜스를 치는 경우도 있다. 바람이 심하게 불거나 비가 많이 오면 줄이 늘어지거나 끊어지는데, 만약 샤밧에 그런 일이 일어나도 누군가 연결을 해야 한다. 다, 나를 찾는다. 이방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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