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브리력에서 תשפ''ג (aka 2023년)은 9월 26일부터 시작된다. 새해의 첫날을 히브리어는 로쉬 하샤나, 한 해의 시작이라고 부른다. 티슈레이 월 첫째 날이다. 이미 한 달 전인 엘룰 월부터 시작되는 전체 40일 간의 회개의 시간에서 최정점에 달하는 야밈 노라임의 시작이기도 하다. 회개는 하나님의 은총을 간구하는 촉구와 함께 이뤄지는데, 그 상징이 쇼파르이다. 양의 뿔로 만든 나팔, 그래서 성경은 이날을 나팔절이라고도 한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의 믿음을 시험하신 아케다 사건(창 22장)에서 그의 자손들을 절대로 멸망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을 주셨다. 쇼파르는 하나님께 그 기억을 촉구하는 것이다. 유대교에 대한 복잡한 심정에도 불구하고, 로쉬 하샤나의 쇼파르 소리를 듣고 있으면 인간과 하나님의 관계성에 대해 숙연한 마음이 든다. 이 종교는 참, 매력적인 요소가 많다고 해야 하나?
유대인 여성들에게 로쉬 하샤나는 뼈빠지는 날이다. Jewish Mother라는 존재는 몹시도 독특해서, 숨 넘어가기 전까지 부지런히 음식을 하고 가사를 돌보고 자식들을 멕이고 그러면서 불평 한마디 하지 않는다. 잠언 31장을 보시라. 에쉐트 하일, 에쉐트는 여인, 하일은 군인과 관련된 단어로 valour 용기라는 뜻이다. 고대 사회에서 먹고살며 대를 이어가는 일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 맞다. 요즘 시대에도 자신을 에쉐트 하일이라며 안간힘을 쓰는 유대인 여성이 참 많다. 그 진수가 로쉬 하샤나에 펼쳐진다. 이틀에 걸쳐 3번의 식사를 준비한다. 저녁 식사에 고기를 먹고 점심에 할라비, 즉 치즈가 들어간 키슈나 파스타를 먹는다. 종교인들은 명절에 일을 할 수 없으므로 사전에 이 준비를 다 마쳐야 한다. 적어도 2-30명이 모이는 대가족의 세 번의 만찬을 책임지는 어머니들의 희생이 유대교를 지탱해 왔다.
로쉬 하샤나의 오후 석양이 지기 전 지중해로 몰려간다. 타슐리흐(תשליך), 자기 죄를 물에 떠내려 보내는 의식을 갖기 위해서다. 바다가 없는 예루살렘은 연못이나 분수에서 한다. 미가서 7장 19절에서 기원한다.
וְתַשְׁלִיךְ בִּמְצֻלוֹת יָם, כָּל חַטֹּאותָם (주님은) 우리의 모든 죄를 깊은 바다에 던지신다
주와 같은 신은 아무 데도 없다는 본문이다.
반기문 UN 총장 역시 뉴욕 허드슨 강에서 이 의식에 참여한 적이 있다. 의식 자체는 물을 둘러싸고 기도문을 읽는 것이다.
하이파에 있는 개혁파 유대교 공동체의 타슐리흐다. 정말이다. 태양을 향해 숨을 내쉬는 동작을 하는 중이다. 한쪽 구석에서 한 명이 기도문을 '혼자' 읽고 끝내셨다. 물에 젖을까 봐 옷차림도 참 간편하다. 초정통파 유대교만 유대교가 아니다. 유대교는 삶의 종교이고, 어떤 삶을 사느냐는 전적으로 개개인의 선택이다.
같은 날, 회개고 뭐고 해수욕을 즐기는 저들도 엄연히 유대인이다. 화이팅.
새해 아침 일출을 보러 온 사람들로 정동진이 인산인해가 되는 이유는 우리나라가 동쪽(어디 기준?)에 있기 때문이다. 서쪽에 있는 이스라엘은 해가 지는 걸 대수롭지 않아 한다. 이 바다를 넘어 흘러 흘러가면 한국에 닿겠지, 혼자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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