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 산지의 골짜기는 남북으로 겹을 이루며 반복된다. 아얄론(수 10, 머무르는 태양), 소렉 (삿 14, 삼손과 블레셋 여인), 엘라(삼상 17,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구브린=마레사(대상 11, 르호보암이 건축한 성읍 중 하나), 라기스(왕하 18, 앗수르 왕 산헤립 정복)가 순서대로 놓여 있다. 모두 나름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들이지만 그중에서도 소렉 골짜기는 구석구석 보석같은 곳이 많이 있다.
성경에서 소렉골짜기는 희한하게도 성추문과 연루된 곳이다. 유다와 며느리 다말의 무대이고, 삼손과 블레셋 여인의 무대이기도 하다. 특히 삼손 이야기의 배경은 딤나 포도원이라고 되어 있는데, 삼손의 나실인 서원과도 관련돼 의미심장하다. 포도즙도 손대서는 안 되는 인물이 왜 굳이 포도원을 찾아간 건가. 아무튼 이 지역은 성경 배경 이야기가 증명해주듯 케렘, 빈야드가 무한히 펼쳐진 곳이다.
저 아름다운 밭에 불을 지른 삼손이 미울 만도 하다.
삼손의 블레셋 아내는 딤나 사람이었다. 성경의 딤나는 Tel Batash로 알려져 있다. 아랍어 지명이 Butashi였다. 1977-89년 사이에 고고학 발굴 작업을 하고, 사진 촬영 마치고, 이후로는 잘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 이후로는 더 엉망이 됐다. 이스라엘 고고학에서 1차 성전 시대가 아니면 인기가 없기는 하니까.
텔바타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수도회와 교회가 있다.
Queen of Palestine, 아베마리아 교회이다. 아베 마리아는 카톨릭에서 마리아에게 전구를 간청하는 기도를 말하는데, 이 라틴어를 히브리어로 어떻게 표현할까. 누가복음 1장 28절 천사의 방문이 힌트다. 우리말 성경은 평안할지어다, 라고 다소 거창하게 표현돼 있지만, 한마디로 샬롬 라흐이다. 안녕, 마리아.
수도원의 이름은 데이르 라팟, 치료의 수도원이고, 아베 마리아 교회는 팔레스틴 카톨릭 교회에 속한다. 1927년에 세워졌다. 그해 팔레스틴 땅에는 끔찍한 지진이 있었다. 사실 이 땅은 성경에도 등장하는 지진 다발 지역이다. 그도 그럴 것이 사해를 중앙에 두고 Syrian African Rift가 쭉 쪼개져 있지 않은가. 원래 하나의 대륙이었던 곳이 지각 활동으로 쪼개질 정도인데 그 아래는 얼마나 불안정하겠나. 아모스와 스가랴 선지자가 증언한 기원전 8세기 지진도 사실로 증명되고 있다. 이슬람 우마야드 왕조는 749년 지진으로 레반트에서 패권을 잃었다. 일본의 스나미 이후 텔아비브를 비롯한 대도시들은 스나미 대피 안내를 만들기 시작했을 정도다.
1927년의 지진이 이 지역에서 멈췄다고 한다. 신앙인들은 이것이 마리아의 전구로 인한 거라고 믿었다. 팔레스틴의 카톨릭 신자들은 매년 10월 마지막 주 주일날 이곳에 모여 축제를 벌인다. 그들을 과거에 보호했던 마리아가 여전히 그들과 함께 해 주기를 기원한다.
수도원 생활을 하는 수녀님들이 인근에 있는 벳 자말 수도원과 함께 도자기와 공예품을 구워 판매하신다. 우리집 그릇은 거의 다 여기에서 샀다.
교회 울타리 바깥으로 빈야드와 와이너리가 있다. 수도원과 큰 상관이 없는 와이너리였다. 와이너리 창립자 이름이 모니 아르툴 박사로 되어 있다. 아랍인은 술을 못 마실 텐데? 아르툴 집안은 하부갈릴리 마가르에서 이주해 왔다고 하는데, 드루즈 마을이다. 드루즈도 술을 못 마실 텐데? 그럼 기독교인이다.ㅋㅋ 가족의 아버지 샤키브 아르툴은 원래 올리브 상인이었다고 하는데, 이 소렉 골짜기의 Terroir를 선구자적으로 알아보셨단다. 와이너리는 아들 모니의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멀리 벧쉐메쉬까지 확 트여 있다. 한여름에도 포도나무 아래 앉아 있으면 더운 줄 모른다.
딤나 포도원에서 넋빠지는 일만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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