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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얄론 골짜기, 태양과 달의 이야기

산지는 보통 라임스톤으로 되어 있는데 시간의 풍화작용 속에서 하얀 Chalk로 변형되 부분이 Valley가 된다. 여기에 물(비)과 바람 등 토양을 쓸어내리는 힘이 가해지면 Valley는 부드러운 Hill로 변한다. 이스라엘에는 이 세 가지 지형이 나란히 있는 지역이 있다. 유다 산지와 골짜기와 유다 언덕이다. 유다 언덕(Hills)은 쉐펠라(저지대)로도 불린다. 이스라엘 지형 지도는 지역별로 지반 암석에 따라 다른 색깔로 표시하는데, 해안 평야는 sand dune을 표시하는 분홍색, 쉐팔라는 chalk를 표현하는 노란 색, 유다 산지는 limestone이나 dolomite로 녹색이다.  

 

고대인들이 시대를 거듭하며 거주지를 삼아온 지역을 '텔'이라고 하는데 쉐펠라 근처 골짜기에 텔들이 유독 많은 걸 볼 수 있다. 북쪽에서부터 아얄라 골짜기에는 텔 게제르, 소렉 골짜기에는 텔 바타쉬(딤나)와 텔 벧쉐메쉬, 엘라 골짜기에는 후르밧 케이야파(샤아라임), 구브린 골짜기에는 텔 마레샤, 라기스 골짜기에는 텔 라기스 등이 있다. 골짜기로 모여든 사람들은 이야기를 조형했다. 아얄론에서는 여호수아가, 소렉에서는 삼손과 언약궤가, 엘라에서는 다윗과 골리앗이, 라기스에서는 멸망의 이야기가 전해졌다. 

 

 

그 첫 번째 사이트가 모샤브 카르메이 요세프를 통과해 안쪽으로 들어가게 되어 있는 텔 게제르이다. 이곳은 솔로몬 게이트나 텔 게제르 비문으로도 유명하지만 이스라엘 땅의 모양새에 대해 생각해 보기 좋은 곳이다. 그리고 그 지형을 이용해 승리한 여호수아의 아모리 왕들과 전투에 대해서도 많은 영감을 준다(수 10).

 

기원전 10세기 고대 농사법을 묘사한 텔 게제르 비문-->

아마 서기관의 필사 연습용이었을 것이다. 

 

텔 게제르의 동쪽으로 예루살렘과 기브온(피스갓 제에브 북쪽)이 있다. 예루살렘은 기브온에서 멀지 않기 때문에 기브온이 이스라엘과 화친을 맺었다는 소식에 심기가 불편했다. 그래서 동맹국 왕들에게 전갈을 보낸다. 헤브론, 야르뭇(벧쉐메쉬 근처), 라기스, 에글론(Tel Eton), 순차대로 예루살렘 아래, 남쪽으로 있는 도시들이다. 남부 동맹 왕들은 군대를 거느리고 와서 기브온 앞에 진을 치고 전쟁을 도발한다.

 

여호수아는 여리고 근처 길갈에 있었다. 오늘날 잘 닦인 고속도로로 달려도 1시간이 걸리는 거리다. 광야를 가로지르면 더 신속히 갈 수 있었을까. 아무튼 죽게 생겼으니 도와 달라는 기브온의 청을 받고, 여호수아는 밤새 달려 기브온 앞으로 왔다. 여호수아가 밤을 이용해 어떻게 약 30킬로미터를 완주했는지 트레킹 루트가 제안된 바 있다. 

여호수아는 기브온에 도착하자마자 전투를 시작했을 것이다. 그때 동이 텄을 테니까. 평지가 아닌 산지로 방향을 잡아  적들을 서쪽으로 내몰기 시작했다. 거기 벧호론 오르막길이 있다. 훗날 이 지형을 유다 마카비도 활용해서 셀류키드 제국을 물리치게 된다(166 BCE). 

벧호론에서 남쪽으로 길을 꺾으면 아세가, 엘라 골짜기로 이어지는 내리막길이다. 서쪽에 있는 텔 게제르에서 이 길들이 내려다보인다. 

 

저지대로 쫓겨 내려가는 아모리 왕들과 군대 위로 우박이 떨어진다. 우박? 지금 무슨 계절이지? 우박은 예외적인 기적이라고 치자. 

 

여호수아는 그 와중에 여호와께 얘기했다(ידבר). 기도를 한 건지 대화의 속성을 가진 동사가 사용됐다. 이 내용은 이스라엘 목전에서 선포됐다(ויאמר).

 

"태양아 너는 기브온 위에 머무르라 달아 너도 아얄론 골짜기에서 그리할지어다( שֶׁמֶשׁ בְּגִבְעוֹן דּוֹם, וְיָרֵחַ, בְּעֵמֶק אַיָּלוֹן)"

 

메소포타미아 문헌에서 신이 태양을 멈추게 하는 이야기는 다른 곳에도 있지만 히브리 성경의 여호수아 이야기는 달이 언급된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여호수아가 태양에게 '돔'을 명한 것은 전투를 오래 할 수 있도록 조명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달을 언급할 이유가 있을까? 지금은 아침이다. 달빛은 곧 햇빛에 가려질 운명이다. 여호수아가 아침부터 조명 확보에 나선 것 자체도 이상하다. 도망치는 적들을 쫓아가 끝내기 한판을 하려는 것이라면 아직 시간이 한참 남았다. 여호수아의 '돔'은 조명 확보를 위해서가 아니라고 봐야 한다. 

 

우박이 시야를 가려 어두워졌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있기는 하다. 그렇다면 우박이 멈춰야 할 일이지 태양이 '돔'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두 가지 자연 현상은 별개다. 하지만 우박이라는 변수에 대해서는 그다지 아는 바가 없다. 

 

서쪽에 있는 텔 게제르에 서서 보면 기브온은 앞쪽, 즉 동쪽이다. 아침에 태양이 동쪽에 있는 건 당연하다. 아얄론 골짜기는 텔 게제르가 있는 방향이다. 즉 아침에 두 개의 천체가 떠올랐는데 태양이 달보다 더 먼 동쪽에 있다(태양과 달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사실도 처음 깨달을 수 있다). 새벽 기도를 수십 년 한 랍비에 따르면 대개 이스라엘에서는 음력 말일에 이런 배치가 된다고 한다.   

 

여호수아는 이 상태, 즉 태양이 달보다 더 먼 상태에서 '돔'하기를 바랐다. 자, "돔"은 무엇인가? 시편 37:7에서는 여호와 앞에 '잠잠하라'로 번역했다. 이사야 62장에서도 파수꾼들이 예루살렘 성벽 위에 서서 주야로 '잠잠하'지 않으면 여호와도 잠잠하지 않으신다고 했다. 태양은 기브온에서 달은 아얄론에서, 잠잠하라?

 

돔의 의미가 무엇이든 우리의 믿음 생활에 큰 영향은 없다. 여호와께서 자기 백성을 위해 기적을 베푸셨다는 것, 그 기적이 오늘 우리에게도 있으리라는 희망이면 족하다. 게다가 매사에 물리학이니 천체학이니 뭔가를 동원해서 성경의 사실을 증명하려는 시도를 모두가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믿음은 합리화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사건 뒤에는 고고학적 증거나 역사적 진실이 있을 수 있다.

 

브엘세바 Ben Gurion 대학의 세 과학자가 NASA의 데이터를 활용해 기원전 1500-1000년 사이에 이 지역에서 단 한 번의 개기일식이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기원전 1207년 10월 30일이었다. 태양과 지구 사이로 달이 들어서 지구의 시야로부터 태양을 차단해준 것이다. 태양과 달이 그 자리 그 배치에 들어섬으로써 마치 태양과 달이 멈춘 듯한 효과가 생겼다. 어두워진 것이다. 그것이 '돔'이다. 여호수아가 원한 건 우박에 쫓겨 남쪽 내리막길로 달리는 적들에게 더 많은 혼선을 가할 수 있는 것이었다. 

 

Dr. Hezi Yitzhak가 이끄는 세 과학자들의 주장은 Beit Mikra: Journal for Study of the Bible and Its World, 2017에 실렸다. 우박은 이들도 노코멘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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