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리아인의 초막절

여러 명절 중에서도 수카를 짓는 초막절은 볼거리가 풍성하다. 8일이나 되는 초막절 가운데 하루는 그리심 산에 가곤 하는데 그곳에 살고 있는 사마리아인들의 초막절 풍습도 별나게 재미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그리심 산은 물론이고 사마리아 지역 모두가 봉쇄됐다. 안보 문제 때문이다. 명절이 끝나고 이스라엘 선거까지 두 주, 이곳의 안보 상황은 극도로 악화될 전망이다. 

 

사마리아인들은 그들의 성산 그리심 산 곁에 있는 키리얏 로자에 절대다수가 살고 있지만 아주 일부가 홀론에 마을을 이루고 있다. 1918년 영국은 새로 통치하게 된 에레츠이스라엘의 인구 조사를 했는데 당시 사마리아 공동체가 185명으로 파악됐다. 현재는 대략 850명이라고 말한다. 1951년 이스라엘의 2대 대통령 이츠하크 벤쯔비와 홀론의 시장 하임 쿠겔 박사가 사마리아인을 위한 동네를 조성했다. 10가구에 불과한 작은 규모였지만 곧 후손들이 태어나면서 2-3층 건물이 이어붙게 된다. 거리는 사마리아인들의 대제사장 벤 아므람의 이름으로 불린다. 성경에서 아므람의 아들은 모세와 아론이다. 하나님이 지정하신 대제사장의 계보를 자신들이 이어가고 있다는 과시겠지만, 요세푸스 기록에 따르면 사실 헬레니즘 시대 예루살렘 제사장은 사독 계열이었다.  

사마리아인들의 메주자는 문에 성경구절을 직접 쓴다. 하나님의 명령을 절대 잊지 않도록 집 문설주와 바깥 문에 쓰라고 했으니 저것도 맞는 말이다. 사마리아 문자는 paleo-hebrew, 고대 히브리어와 비슷하다. 

사마리아인들의 회당. 사마리아인 대제사장은 그리심 산에 거주하지만 이곳도 회당을 갖추고 독립적인 예배를 드린다. 홀론의 사마리아인들도 주요 명절을 지내기 위해 그리심 산을 찾지만 샤밧에는 대개 이곳으로 온다. 옥서도스 유대교가 샤밧을 지킨다면서 실제로 전원만 건드리지 않는 방식으로 전기를 사용하는 게 옳지 않다면서 자신들은 샤밧에 전기를 아예 꺼버린다고 한다. 여름철 냉장고나 에어컨을 끄고 지내는 걸 직접 눈으로 보지는 못했다.  

 

유대교는 일곱 카님으로 된 메노라를 둘 수 있는 곳은 성전뿐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회당에는 아홉 카님으로 된 하누키야를 장식한다. 사마리아인들은 반문한다. 성경에 아홉 카님이 나오냐고. 맞는 말이라니까. 하지만 메노라를 성전이 아닌 일반 장소에 두는 것도 옳지는 않다. 사마리아인의 로고는 사마리아어 알파벳으로 쓴 슈마 이스라엘이다.

 

홀론 공동체에서 방문객을 맞이하는 샤하르 예호슈아의 집이다. 사마리아인의 수카는 집 밖에 있지 않고 집 안에 있다. 집 밖에 수카를 만들어놓고 내내 끼니를 챙겨 먹는 건 대단히 힘든 일이다. 현실적으로 정원이 없다면 수카를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사무리아인들은 수카를 집 안으로 들였다. 천장에 철로 프레임을 만들고 철끈으로 네 가지 종을 장식한다. 성경에 쓰인 대로 כפות עץ תמרים 야자나무 가지, ערבי נחל 강가의 버들가지, ענפי עץ עבות 두꺼운 나뭇가지, פרי עץ הדר 아름다운 실과이다. 유대교는 아름다운 실과를 에트로그로 보는데, 이 땅에서 나지 않는 바벨론 수입 과일이다. 사마리아인들은 이스라엘에서 나는 과일, 레몬과 석류로 장식한다. 명절이 끝나면 과일은 가난한 이들에게 기증한다. 예호슈아 부부는 매년 새로운 디자인으로 수카 장식을 고안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마겐 다비드(다윗의 별) 모양을 살리기 위해 별 모양 끝마다 녹색 레몬으로 채워 넣었다. 한가운데 매달린 과일이 에트로그이다. 에어컨이 켜있고 물 흐르는 음악을 틀어놓아서 향과 소리와 촉감이 모두 쾌적하다. 다만 사마리아인들이 수카를 개방하는 것은 자신들에 대해 소개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그들의 주장을 들어주어야 한다. 유대교도 이상한 것 투성으로 느껴지는 마당에, 거기 비교해 독특함을 내세우는 사마리아인들은 매우 이상하게 들린다. 사마리아인들이 주장하는 핵심은 이것이다. 유대인은 에레츠이스라엘을 떠나 바벨론에 갔엇던 사람들이고, 자신들은 이곳을 떠나본 적이 없다. 그러므로 본인들이 하나님의 율법을 지켜온 자들, 쇼므로님שמרונים이라는 것이다. 유대인에게 기독교 사이비에 대해 경고하면 그게 기독교와 뭐 그리 다르냐는 식으로 나오는데, 이쪽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