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30일 새벽 2시, 이스라엘은 겨울 시간으로 돌아간다. 한 시간 늦춰져 원래대로 한국과 7시간 차이가 된다. 유럽과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에는 여름 시간שעון קיץ과 겨울 시간שעון חורף이 있다. 3월 말에서 10월 말까지 한 시간을 앞당겨 해가 긴 낮 시간을 더 사용하는 제도, 라고 지금은 말할 수 있다. 처음엔 이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언제부터 언제까지인지 매번 논쟁이었다. 지금도 아찔한 경험인데 욤 쉬시 금요일 낮에 한글학교에서 가르친 적이 있다. 목요일까지 초죽음을 경험하던 시절이라 금요일 오전에 늦잠을 잤는데, 왜 안 오냐는 전화가 울린 것이다. 네? 한 시간 남았는데요. 썸머 타임 시작이잖아! 머리털이 쭈삣 선다는 걸 그때 경험했다.
이스라엘에서 여름 태양을 절약해 낮 시간을 늘리는 제도는 이미 영국 통치 때부터 도입돼 건국 초기부터 법으로 자리잡은 제도이다. 전쟁이 수시로 일어나고 에너지 위기가 상시적인 만큼 태양처럼 소중한 건 없었다.
아직 10초 남은 상태에서 시간이 변한다는 걸 표현하는 저 세심함 봐라. 여름 시간은 3월 마지막주 금요일에 시작되는데, 대개 욤 쉬쉬에는 일하지 않기 때문에 적응 기간을 갖기 위해서다 (학교에 등교하는 학생들만 골치아프다). 겨울 시간은 10월 마지막주 일요일에 시작되는데 설사 몰랐다 해도 한 시간 늦춰진 거라 문제가 안 된다. 당일 아침에 신문마다 저 표시가 있다. 전날 알려줬어야 하지 않을까.
이스라엘 Daylight 시간이 제도적으로 고정된 것은 2013년이다. 그 전에는 매년 정당 간의 협상 결과로 정했다.ㅋ 유대력이 음력을 베이스로 하기 때문이다. 종교 정당은 3월경에 있는 유월절까지 시간 변동이 없기를 바랐고, 어떤 정당은 9월 경인 욤 키푸르에 끝나서 금식이 한 시간 빨리 끝나기를 바라기도 했다. 세속 정당은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더 일찍 시작하고 더 늦게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매번 IDT 날짜를 정하느라 정당들이 논쟁을 일삼았다.
이스라엘에서 IDT는 논쟁의 결과로 결정됐기 때문에 천하의 마이크로소프트도 시간 변경 추적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ㅋ 어찌어찌 임시값으로 만들었지만 그게 안 맞아서 다양한 솔루션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프로그램이나 앱에서 시간이 결정되지 않으면 에러를 일으키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 이스라엘은 마이크로소프트를 강하게 키웠다.
겨울 시계에 비 오고 있다ㅋ
이스라엘은 중동 지역이라 10월달도 아침 6시가 대낮 같다. 9월 중반에 벌써 겨울 시간으로 돌아갈 이유가 없는 것이다. 정작 에너지 절약을 실행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치는 비합리적인 제도에 대중의 불만이 폭발했다. 어떤 정치인은 욤키푸르 때만 겨울 시간으로 돌렸다가 그후 다시 여름 시간을 실행하자는 한심한 의견도 내놓았다. 새벽 해뜨는 시간에 일어나 한 시간 기도할 일이 없는 사람은 이런 논쟁이 쓸데없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샤하릿 기도를 해야 한다면 11월 동틀녁 한 시간 차이는 몹시 크다. 늦게 뜨는 해를 기다려 기도해야 하기 때문에 출근 시간 자체가 늦춰지는데, 오히려 제도적으로 한 시간이 앞으로 당겨졌으니 기도 시간 확보에 어려움이 크다. 그래서 11월에 바이오리듬에 문제를 일으킨 많은 사람들이 피로를 호소한다. 게다가 계절적으로 비가 오고 추워지면서 몸살기도 동반한다. 내과마다 진료를 보러 온 호흡기 환자들로 인산인해다.
2011년 6월 6일 드디어 종교 정당이 IDT 연장을 지지했고 2013년 국회 승인을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10월 말이 될 때가지는 따로 신경 안 써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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