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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ed

하누카

하누카는 유대력 키슬레브 월 25일부터 8일간이다. 2022년은 18일 일몰부터 26일 일몰까지이다. 다시 말해 올해 하누카는 크리스마스와 겹쳤다. 이런 경우 '크리스누카'라고 부른다. 크리스마스는 12월 25일 하루지만, 12월 초부터 기독교 도시마다 대형 트리 점등식을 갖고 크리스마스 마켓이 진행되기 때문에 역시 꽤 오래 진행된다. 크리스마스는 유대인과 상관이 없기 때문에, 유대인 거주지에서는 전혀 크리스마스를 눈치챌 수 없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볼 수 없는 곳은 눈이 오지 않는 아프리카 대륙이 아니라 유대인이 사는 곳이다.

크리스마스를 시작으로 연말과 연초로 이어지는 웬지 느슨한 분위기를 이스라엘에서는 느낄 수 없다. 더 숨가쁘다. 일단 학생들만 하누카 기간 방학을 하기 때문이다. 자녀들이 방학을 하는데 부모라고 별수 있나. 어린 자녀가 있으면 휴가를 내고 집에서 자녀를 돌보는 수밖에 없다. 가정에 텐션이 커지는 기간이다. 8일 동안 저녁마다 촛불을 켜는 의식을 해야 한다. 날짜를 잘 나누어 각 가정을 방문해야 한다. 이스라엘은 이혼율이 27퍼센트인 나라다. 할아버지, 할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가정을 전부 따로 방문하는 경우도 보았다. 두 번 이혼해서 적어도 세 번 모여야 하는 경우도 있다. 재정적인 부담도 장난아니다. 하누카는 전통적으로 돈을 선물로 주는 절기다.

유대교 명절은 음식 준비가 절반 이상이다. 아무리 평등한 부부관계라도 누군가 더 헌신해야 한다. 대부분 여성에게 그런 헌신이 적합한 법이고, 유대인 특유의 문화에서 jewish mother의 역할이자 에쉐트 하일 (잠 31장)의 압력이다. 그래도 우리나라처럼 며느리의 독박이란 있을 수 없다. 남편 가정이 먼저라는 등식도 없다. 매년 돌아가며 순서를 정한다. 아무튼 그 순서 정하는 게 대단한 스트레스다. 얼굴을 비쳐야 할 곳은 많은데 그다지 가고 싶은 곳은 없는.

유대인이라고 모두 가족끼리 사이가 좋지 않다. 점차 명절이 골치아픈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럴 때는 해외로 가는 비행기를 예약한다. 덕분에 벤구리온 국제공항 나트바그는 12월 최고 출국자 기록을 갱신한다. 국내 여행으로 시간을 떼워야 하는 사람들은 부지런히 계획을 짠다. 전국에 걸쳐 행사는 많다. 어디든 가서 아이들이 에너지를 발산하게 해줘야 한다.

개방적인 세속인의 경우 가장 많이 찾는 곳은 하이파다. 와디 니스나스에서 12월 한 달 동안 Holiday of Holidays 축제를 벌이기 때문이다. 하이파 아래쪽 계곡인 Wadi Nisnas는 기독교 인구가 65퍼센트, 무슬림이 30퍼센트인 곳이다. 약간의 유대인도 살고 있다. 하누카와 크리스마스는 대개 비슷한 기간이고, 음력만을 따지는 이슬람의 에이드 알 피트르나 무함마드 선지자 탄생일까지 겹칠 때가 있다. 그래서 삼 종교의 축일을 함께 축하하는 축제가 시작된 것이다. 기독교 동네이기 때문에 가능한 아이디어였다. 덕분에 이스라엘 사람들은 12월 축일을 보람있게 보낼 수 있게 됐다.

와디 니스나스 입구에 압둘 하디 할라위얏, 크나페 가게가 있다. 저기 들어설 때 신용카드가 있으면 큰일난다. 딱 현찰만 들고 가서 예산 한도에서만 사야 한다. 일부러 카드를 두고 갔지만 유혹에 져서 남한테 돈 빌려 산 적도 있다. 정신줄 놓기 쉬운 곳이다.

와디 니스나스의 문화센터 베이트 하게펜이다. 포도나무의 집. 예수 그리스도 안에 붙어 있는 타종교라는 뜻일 테다. Ἐγώ εἰμι ἡ ἄμπελος ἡ ἀληθινή 예수님은 왜 자신을 포도나무라고 칭하셨을까(요 15:1). 이스라엘에서 수많은 포도나무를 보면서 그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본다. 아직도 모르겠다. 포도나무를 보면 그냥 맛있겠다 생각밖에 안 드니까.

예루살렘 올드시티의 크리스천 쿼터를 찾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1889년 크리스천 쿼터와 로마 카톨릭 본부 노트르담을 연결하기 위해 콘라드 칙이 만든 문이 뉴게이트다. 최근 이곳에 상권도 만들어지고 활기를 찾고 있다. 무슬림 쿼터는 어렵지만 크리스천 쿼터에 들어오는 건 유대인에게 크게 힘들지 않다. 최근 유대교 랍비 친구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여기서 만나자니까 조금도 망설이지 않는다. 무슬림 주인이 운영하는 베이커리에서 커피까지 마셨다.

예루살렘 YMCA에서도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다. 별로 사고 싶은 건 없지만, 크리스마스 기분 내기에는 최고다. 전통적으로 크리스마스 이브, 캐럴 공연도 있다.

1926년 공사를 시작해 1933년에 완공된 건물이다. 완공 기념식에서 알렌비 경이 연설했다. 길 건너에 있는 킹 데이비드 호텔도 없을 때였더. YMCA 꼭대기에서 보는 예루살렘 전망은 한번은 볼 만하다. 1844년 영국에서 창설된 국제 '청년기독교협회' YMCA는 1878년 유대인, 기독교인, 이슬람교도 사이의 문화적, 사회적 다리를 만들려는 희망으로 예루살렘에 지부를 세웠다.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건축가 중 한 명인 Arthur Loomis Harmon이 설계했다. 세 개의 윙으로 구성됐는데, 중앙 타워, 북쪽 콘서트 홀(창문이 12개 있는 큰 돔), 남쪽 체육관이다. 기독교 삼위일체와 "몸, 마음, 정신의 일치"라는 YMCA 신조를 암시한다. 중앙 정면의 벽에 예언자 이사야의 환상에서 묘사된 천사를 볼 수 있다. 여섯 개의 날개를 가진 스랍이 두 개는 얼굴을 가리고, 두 개는 날고 있다(이사야 6:2) ). 이사야서의 유명한 구절도 기록되어 있다: “그 이름은 기묘자라, 모사라, 전능하신 하나님이라, 영존하시는 아버지라, 평강의 왕이라 할 것임이라”(사 9:6).
또 다른 비문은 북쪽 벽에 히브리어로 "יְהוָה אֱלֹהֵינוּ, יְהוָה אֶחָד"(신 6:4), 남쪽 벽에는 아랍어(lā ʾilāha ʾillā -llāh), 중앙에는 아람어로 "나는 길이다"( 요한복음 14:6)가 있다. 이만저만 생각을 많이 한 게 아니다.
정문 왼쪽에는 물동이를 든 여인이 있다. 요한복음 4장에서 예수님을 만나 구원에 대해 토론한 사마리아 여인이다. 돌기둥 뒤에는 마태, 마가, 누가, 요한 네 복음서 저자를 상징하는 사람, 사자, 소, 독수리의 형상이 조각되어 있다. 에스겔 1장의 환상에 근원을 두고 있다. 입구 바닥에는 마다바 지도에 나오는 예루살렘 묘사의 사본이 있다.

하누카가 기념하는 인물 유다 마카비는 유대 역사상 메시아에 가장 가까웠던 인물이다. 유대교에서 메시아는 신이 아닌 인간이다. 고통 중의 백성을 물리적으로 구원해낼 군사 지도자이다. 고통받는 메시아는 너무 이상한 개념이다. 예수님은 마카비와 그들로 인해 생겨난 하누카, 수전절을 아셨다. 유대인의 메시아라고 떠받드는 인물이 속절없이 죽임을 당하고 그 형제 시므온에 의해 이어진 하스모니안 왕조와 로마와의 관계도 아셨다. 예수님이 이 시점에 유대 역사에 태어나셨다는 것은 절묘한 타이밍이다.

헨델이 작곡한 유다 마카비 중 "SEE, THE CONQU'RING HERO COMES"이다. 기독교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송 "주님께 영광 다시 사신 주"의 곡조로 사용한다.

별명이 미치광이인 셀류키드 에피파네스로 인해 야기된 유대교 박해는 모디인 출신의 마카비 가문의 아들들을 게릴라 사령관으로 변화시켰다. 이들은 사마리아 근처에서 출몰하기 시작해서, 기원전 167년  마알레 레보나 전투로 존재를 각인시킨다. 166 BCE 베스 호론, 165 BCE 엠마오와 미스바에서 승리한다. 점점 예루살렘에 다가가는 것이다. 셀류키드 제국은 이쯤에서 유다 반란군을 손보기 위해 대규모 침공을 감행한다. 164 BCE 마침내 Beit Zur에서 마카비는 대승을 거둔다. 예루살렘 성전이 유다인 손에 들어왔고 이들은 성전을 정결하게 하고 8일 동안 기념한다. 그동안 성전 메노라는 기름이 떨어지지 않는 기적을 경험한다. 마카비 기적의 배후에는 에피파네스의 죽음이라는 정치학적 현상이 있었다.
162 BCE 마카비의 총사령관 유다는 예루살렘에 있는 셀류키드의 요새 아크라를 포위한다. 크파르 즈카리야에서 마카비 형제 엘라자르가 유다군을 궤멸시키려는 코끼리에 뛰어들어 사망한다.
161 BCE Adasa (חדשה) 전투다. 셀류키드의 새로운 왕 Demetrius가 Nicanor 장군을 보냈다. 참담한 말로 하나님의 성전을 모욕한 니카노르를 아달 월 13일 제거한다.
160 BCE 유다는 셀류키드를 제압하기 위해 로마의 지원을 받아들인다. Elassa 전투에서 Bacchides를 맞아 싸우던 유다 마카비가 사망한다. 동생 시므온이 전쟁을 이어간다.
마카베오서는 카톨릭에서는 여전히 경전으로 읽힌다. 개신교와 함께 작업한 공동번역이 남았다.

아무데서나 불을 붙이는 게 아니다. 창문이 있어야 한다. 하누카의 촛대를 하누키야라고 부른다. '하누카 메노라'라고 할 수 있다. 7개의 카네를 가진 메노라와 달리, 9개의 카네(줄기)를 갖고 있다. 9개 중 하나가 샤마쉬שמש이다. servant라는 뜻이다. 샤마쉬 초에 가장 먼저 불을 붙이고, 그 불로 다른 초들에 불을 붙이기 때문이다. 기적의 시작은 그 토대가 된 전제가 있었기 때문임을 상기시켜 준다. 가족마다 자기 하누키야를 가져와서 붙인다.

유대인 거주지의 입구에는 하누카 기간에 대형 하누키야가 밝혀진다. 전기로 연결한다. 모든 유대교 상점과 집들에도 하누키야가 불을 밝힌다. 종교인들의 종교 절기를 위한 열성 때문인지 하누키야 사이즈가 점점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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