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aily life in Israel

유대인의 빵 할라

유대인에게 주식이 빵이냐고 물어보면 출신지에 따라 답이 다르다. 중동이나 북아프리카 출신들은 의외로 쌀이 주식이다. 그래도 샤밧이나 명절에는 필수 구비해야 하는 빵이 있는데 할라다. 할라는 공간을 뜻하는 단어와 관련돼 있는데 이스트를 듬뿍 넣어 부풀린 빵이기 때문이다. 미숙한 솜씨로 만들면 달걀 냄새가 날 정도로 달걀을 많이 쓴다. 반죽에도 들어가고 겉을 바삭하도록 달걀물도 바르기 때문이다. 단맛이 많이 느껴지는데 설탕을 듬뿍 넣었기 때문이다. 일단 먹기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다. 무서운 빵이다. 많은 종교인이 비만으로 고통받는 편인데 그 이유는 단연 샤밧과 명절마다 먹는 이 빵에 있다. 유대인의 식문화는 영양학적으로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분주한 텔아비브 거리에서 꽤나 웃기는 장면인데, 차마 사람들은 찍지 못했다. 다양한 신장 사이즈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이 작은 구멍들은 빵 냄새를 맡는 곳이다. 갓 구운 빵을 구멍 아래 두어서 지나가는 사람들로 하여금 냄새를 맡게 한다. 사실 이 베이커리는 워낙 커서 구멍이 없어도 사방 200미터까지 빵 냄새가 진동을 하긴 한다.  

 

텔아비브에서 장사하면서 샤밧을 지키겠다는 기특한 가게다. 코셔 증서가 정문에 붙어 있다. 빵이면 그럴 만하다. 대신 비싸다. 평균 28세켈. 하레딤은 이 집 빵 가격을 감당하지 못할 테고 다티 레우미-종교 시오니스트들은 이용할 수 있는 코셔 등급이다. 저게 다 할라 빵이다. 가끔 나도 할라 빵을 굽는데 저런 사이즈 두 개를 만드는 데 20세켈도 안 든다. 

 

텔아비브 시내 코셔 빵집의 위력이라고 해야 하나. 저렇게 많은 할라를 누가 사 갈까 했는데 한 시간 만에 다 사라진다. 막 구운 빵은 문 앞에 두고 식혔다가 끌어와 계산대 옆에 둔다. 샤밧 오전에 커피와 브런치 먹고 가는 사람들이 할라를 포장해 가는 것이다.

 

이 빵집의 이름은 레하밈, 빵들이다. 

'Daily life in Israel'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스라엘 나무 이야기  (1) 2022.11.12
수리남 회당  (0) 2022.11.04
텔아비브, 그라피티의 거리  (0) 2022.10.20
비둘기와 마이나  (0) 2022.10.20
첫 비 이른 비 요레  (0) 2022.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