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세 번째 파라샤 레흐 레하(창 12-17장)를 읽는다. 파라샤 브레쉬트가 천지 창조에서 노아흐까지, 파라샤 노아흐가 노아흐에서 아브라함까지 속전속결로 이어주고 세 번째 파라샤에서 아브람 이야기가 시작된다. 창세기의 주요 내용이 앞으로 등장할 이 집안 네 명이라는 걸 파라샤가 보여준다.
- 브레쉬트 (1-5장)
- 노아흐 (6-11장)
- (아브라함 12-25장) 레흐 레하 | 바예라 | 하예이 사라
- (이삭 26-27장) 톨도트
- (야곱 28-40장) 바예쩨 | 바이슐라흐 | 바예쉐브
- (요셉 41-50장) 미케츠 | 바이가쉬 | 바예히
아브람은 다른 성경 어디에 나올까? 여호와가 주신 땅 이야기에는 등장한다고 봐야 한다. 내가 네 조상에게 준, 에서 그 조상이 아브람이니까. 하지만 열왕기 마지막 부분, 북이스라엘이 멸망하고 남유다가 앗시리아에게 유린당할 무렵 선지자들의 말에는 아브람이 없다. 그러다 신약에서는 몹시도 중요한 인물이 된다.
1알리야 (12:1-13) : לֶךְ־לְךָ֛ מֵאַרְצְךָ֥ וּמִמּֽוֹלַדְתְּךָ֖ וּמִבֵּ֣ית אָבִ֑יךָ אֶל־הָאָ֖רֶץ אֲשֶׁ֥ר אַרְאֶֽךָּ 아브람의 이야기는 명령문으로 시작된다. 한 문장이지만 4개의 명령이 들어 있는데 1) 너의 에레츠를 떠나라, 2) 너의 몰레드를 떠나라, 3) 너의 베이트 아베하를 떠나라, 4) 내게 네게 보여줄 땅으로 가라.
떠나야 할 대상을 우리말 성경은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으로 옮기고 있는데 히브리어와 거리가 있다. 에레츠는 물리적인 땅, 몰레드는 전통적으로 물려받은 문화 유산, 베이트 아베하는 가족 친척 관계를 가리킨다. 전 세계 어디서나 한국인은 한국인스럽게 살고 있는데 몰레드를 오역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몰레드는 전통 관습 문화 일체이다. 떠나야 할 것을 고수하고 있다면 문제가 있다. 자신을 쉽게 아브라함과 일치시키지 않으면 될 일이다. 몰레드를 떠나라는 명령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게 아니니까.
아브람은 받은 명령들을 지키기 위해 창세기 25장까지 분투한다고 말할 수 있다. 아브람이 이 명령들을 지킬 때 하나님은 가까이 계셨고, 그렇지 못할 때는 멀어지셨다. 이 과정에서 그의 삶은 여러 단면들을 드러낸다. 1) 가족관계, 2) 떠돌이 생활, 3) 권력과의 조우, 4) 하나님께 헌신, 5) 하나님의 약속.
1) 가족관계로 롯과 사라가 등장한다. 롯은 아브람의 조카이자 삼촌이고, 사라는 아브람의 아내이자 여동생이다.
2) 떠돌이 생활-아브람은 하란에서 세겜, 세겜에서 벧엘, 벧엘에서 네게브, 네게브에서 이집트까지 쉴새없이 이동한다.
3) 권력과의 조우-아브람은 이집트 파라오 앞에 선다. 그리고 이집트에 발 붙일 수 없다는 것을 확인받는다.
4) 하나님께 헌신-아브람은 세겜과 벧엘에서 세 번 단을 쌓고, 장소의 이름을 정한다. 이집트에서는 단을 쌓지 않았다.
5) 하나님의 약속-하나님은 아브람을 큰 민족으로 만드실 것이다. 하나님의 축복으로 그의 이름은 커지고, 그는 복이 되며, 그의 자손이 이 땅을 물려받을 것이다.
2알리야 (12:14-13:4) : 아브람은 이집트에 내려갔다가 아내를 동생으로 속인 게 들통나 네게브로 돌아온다. 롯은 그 모든 걸 목격했다.
3알리야 (13:5-18) : 롯과 갈라선다. 아브람은 헤브론에 있는 엘로네이 마므레에 정착한다.
4알리야 (14:1-20) : 싯딤 계곡, 즉 사해 전투가 벌어진다. 메소포타미아 네 왕이 요르단 평원 다섯 왕들과 전쟁한다. 시날의 왕 암므라펠이 등장한다. 시날은 어원상 수메르를 가리키지만 성경은 바벨론으로 여긴다. 암므라펠은 함무라비와 어근이 같다. 메소포타미아 왕들이 승리해 소돔과 고모라의 재물을 빼앗아갈 때 롯도 납치된다. 소식을 들은 아브람이 318명을 데리고 단을 거쳐 호바까지 쫓아가 롯을 구원한다. 그래서 텔 단에서 발굴된 가나안 시대 진흙벽돌 아치로 구성된 성문을 아브라함 게이트라고 부른다. 물론 텔 단을 발굴한 아브라함 비란과 관련된 이름이기도 하다.
아브람이 돌아올 때 사웨 골짜기, 왕의 골짜기에서 살렘 왕 멜기세덱을 만난다. 이곳이 논란이 있긴 하지만 여호사밧 골짜기, 키드론 골짜기로 여겨진다. 천지의 주재קונה שמים וארץ를 향한 멜기세덱의 축복이 나온다.
5알리야 (14:21-15:6) : 소돔 왕이 전리품을 양보한다. 아브람은 후트, 스로흐 나알도 취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실이나 신발끈이 재산축에 속하는 사회였던 것인가.
이 일 후에 마하제, 환상 중에 여호와의 말씀이 아브람에게 임한다. 아브람은 자신의 벤 메쉐크가 벤 다메쉐크 엘리에제르라고 말하지만, 여호와는 그의 몸에서 자손이 나온다고 말씀하신다. 그러면서 하늘의 뭇별을 보여주시며 그의 자손이 이와 같으리라 말씀하신다. 아브람이 이를 믿으니 여호와는 이를 그의 츠다카로 여기신다.
6알리야 (15:7-17:6) : 우르 카스딤, 갈대아인의 우르가 등장한다. 우르가 도시 국가로 등장하는 건 훨씬 훗날의 일이기 때문에 시대착오적인 진술이다.
- 아브람이 징표를 요구하니 여호와는 짐승으로 제사를 지내게 하시고 이로써 언약을 세우신다. 문자적으로 카라트 브리트는 언약을 자른다는 뜻이다. 아브람이 짐승을 쪼갠 행위와 관련된 동사이다.
- 하갈이 등장한다. 아브람이 이집트에 내려갔을 때 얻은 여종이다. 모든 사건은 연관돼 있다. 사래는 하갈을 아브람에게 이샤, 아내로 주었다. 우리말이 굳이 이 단어를 '첩'으로 옮겨서 불필요한 해석을 시도하는 이유는 다처제의 혐의를 벗기 위해서다. 고대 근동 문화에서 하갈의 신분은 아브람의 아내이되, 사래의 여종이다. 여종이 여주인을 위해 대신 자녀를 생산하는 문화가 존재했다는 인류학적 고고학적 발견이 있다.
- 하갈은 사래의 고문을 피해 도망치게 되고 광야 샘물 곁에서 여호와의 사자를 만나 아들에 대한 예언을 듣는다. 아들 이스마엘은 사람 중에 들나귀פרא אדם가 될 것이다. 순간 오자인가 착각할 수 있다. 페레가 형용사고 아담이 명사이다. 영어로 savage, 야생 동물처럼 사나운 행동을 하는 사람을 나타내는 표현이므로 아담 페레가 어순에 맞다. 왜 낯선 표현으로 바뀐 걸까. 그의 이름 이스마엘과 상관 있을 수 있다. 이 이름은 하나님이 하갈의 고통을 들으셨다는 뜻이다. 성경에 등장하는 하나님을 부른 최초의 여성은 애굽 출신의 여종이었다. 낯선 상황이다.
- 하갈은 살아계신 하나님이 자신을 살피셨다는 뜻에서 이 샘을 브엘라해로이באר לחי רואי라 이름했다. 하갈이 돌아와 아브람의 아들을 낳으니 아브람은 86세였다.
- 그로부터 13년 후 여호와가 다시 나타나 언약을 세우신다. 이때 아브람이 아브라함, 열방의 아비אב המון גוים라는 이름으로 바뀐다.
7알리야 (17:7-27) : 아브라함과 그의 집안 남자들이 모두 할례를 받는다. 아브라함의 후손이 대대로 이 땅을 기업으로 얻게 되리라는 징표였다.
파라샤 레흐 레하의 하프타라는 이사야 40:27-41:16이다. 여호와께서 나의 친구라고 부르시는 아브라함의 자손 야곱에 대한 본문이다. 그는 겁쟁이 버러지이다. 그런데 여호와는 그를 위해 신비로운 일을 행하신다. 피곤하고 무능하던 자도 여호와를 앙망함으로 새 힘을 얻는다קוֹיֵ יְהוָה יַחֲלִיפוּ כֹחַ. 두려워 떨며 숨으려 하던 야곱은 하나님으로 인해 굳세게 되며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당당해질 것이다. 이가 날카로운 타작기מורג חרוץ가 되어 산을 쳐서 부스러기와 겨로 만들 것이다.
왜 하필 모라그일까. 야곱을 벌레 톨라아트에 비유하기 때문이다. 곡물 틈에서 간신히 연명하는 벌레 입장에서 그 곡식을 털어내는 타작기의 파괴력은 어마어마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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