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대회가 열리고 있는 줄도 몰랐다. 11월 14일부터 20일까지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열리는 태권도 세계 선수권 대회는 2024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가리는 대회이다. 이스라엘의 다나 아즈란 (21)이 73kg급에서 은메달을 땄다. 파리 올림픽의 전초전이라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은 국기인 태권도에 왜 관심이 부족할까. 내 경험으로는 너무 바빠서 그렇다. 태권도는 심신수련이 핵심인데, 그런 건 어린이들이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인의 심신이란 수련은 고사하고 그냥 끌고만 다녀도 다행인 거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 소중한 국기, 국가의 무술을 좀 더 사랑하고 관심을 쏟고, 나아가 모두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이스라엘은 '크라브 마가קרב מגע'가 있는 나라이다. 붙어서 하는 전투,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육탄전 기술이다. 전투병들은 필수 훈련한다. 과거 우리나라 교련처럼 고등학생들은 일정 기간 군대 캠프를 경험하는데 그때 이걸 배우기 시작한다. 그래서 방과후 활동 과목에도 크라브 마가가 있다. 학교 실내 체육관에서 하는데 엄청나다. 하루는 나더러 태권도를 해 보라고 해서 웃지도 못했다. 왜 내가 태권도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학생들이 한국말로 외치는 하나둘 구호를 바로잡아주는 것으로 만족했다.
1988년 태권도가 올림픽 종목이 된 이래, 이스라엘에서 태권도는 새로운 의미를 갖고 발전하기 시작한다. 크라브 마가를 경험한 이들이 비슷한 무술을 전문적으로 훈련하기 시작해 메달에 도전한 것이다. 이스라엘은 2020 도쿄 올림픽 이전에 (실제로는 2021년이지만) 금메달 기록이 딱 하나로 머물러 있었던 나라이다. 국가 주도 스포츠 육성이란 게 없기 때문이다. 국가대표 선수촌도 당연히 없고, 훈련은 개인의 부담이다. 짐작컨대 대회 출전 비용도 일부만 보조받을 것이다. 올림픽이 국가 브랜드를 홍보하는 자리고, 그 성과는 국민 통합에 이바지한다는 걸 2020 도쿄 올림픽은 일깨워주었다. 체조 부분에서 금메달 두 개가 나왔는데 나라가 들썩들썩했다. 시대가 바뀌기도 했지만 그동안 무관심은 계기가 없었을 뿐이었던 것이다.
도쿄 올림픽에서 이스라엘 동메달이 여자 태권도에서 나왔다. 19살의 아비삭 셈베르그. 군복무 중에 올림픽에 참가했고 지금은 제대했다. 쉐펠라 지역의 그데라에 살고 있는데 알고 보니 쉐펠라가 이스라엘 태권도의 메카다. 크라브 마가를 시작으로 가라테를 거쳐 태권도를 훈련한 예히암 샤라비가 네스 찌오나에 Sharabi Martial Arts를 열고 근방 청소년들을 훈련시켰던 것이. 아비삭 셈베르그 외에도 이스라엘 남자 태권도의 희망 론 아티아스도 이곳 소속이다. 자, 이 무술 도장이 어떤 주목을 받고 있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단지 이스라엘만이 아니라 한국도 관심이 크다.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한국의 기독교 이단 대표가 이스라엘 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 태권도 단복을 입은 이스라엘 청소년들이 맞이하던 장면이다. 한국 언론이 노벨상 타는 비법이나 하부루타 교육법 같은 쓸데없는 짓 말고 예히암 샤라비의 무술 도장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흑심 묻은 돈들이 유혹하지 못하게.
우리나라가 국기 태권도에서 성적이 부진한 건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다. 그만큼 태권도가 국제 스포츠로 부상하고 있다는 증거니까. 그래도 그 사랑만은 뒤처지지 않으면 좋겠다. 바르고 굳센 심신수련의 목표도 잃지 않는 성인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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