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월드컵은 11월 20일 개막해 12월 18일 폐막한다. 당분간 전 세계가 현실의 어려움에서 도피해 여기 집중하기 쉬울 것이다. 마침 넷플릭스에는 카타르 월드컵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설명하는 다큐가 올라왔다. FIFA UNCOVERED 피파 폭로이다. 카타르는 이런 비판이 인종주의란다. 경기장 내 알코올 판매가 금지고 LGBT 인구에 대한 차별은 정당한 이슬람의 통치라면서. 남의 나라 전통과 문화를 인권의 잣대로 비판하기 일쑤이던 유럽 국가들은 이번에는 참 조용하기도 하다. 역대 최고로 정치적인 월드컵의 시작이다. 12월 18일은 카타르 건국의 날이다.
1. 개막식이 열리는 Al Khor의 Al Bayt (the house) 스타디움이다. 6만 명을 수용한다. Bait-al-Sha'ar, 즉 베두인 텐트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이다. 카말 샤이르가 세운 Dar al Handasah (House of Engineering)가 설계했다. 카말 샤이르는 요르단 출신으로 베이루트 아메리칸 대학교를 나와 베이루트를 기반으로 하는 다르 알 하다사를 세웠다. 레바논 내전을 통과했다는 뜻이다. 요르단 상원으로도 일하다가 2008년 작고했다.
2. 폐막식이 열리는 Lusail의 Lusail Iconic 스타디움이다. 8만 명을 수용한다. 중국 작품이다. 설계는 영국의 Norman Foster의 회사가 했다. 아부 다비에 친환경도시 masdar city를 건설중인 회사다. 아랍 전통의 수공예 대접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이다.
3. Al Rayyan의 Education City 스타디움이다. 4만 명을 수용한다. ray는 아랍어로 irrigation, 관개시설을 뜻한다. 저지대로 비가 올 때 물을 가두는 범람원 역할을 하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라고 한다. 환경 친화적 스타디움을 짓는다고 푸른 초원 위에 물까지 끌어올 만한 곳이다. 강이 없는 카타르에서 라이얀은 인공 호수가 있다. 1997년 Virginia Commonwealth University를 시작으로 멀티 캠퍼스 역할을 하면서 Education City가 되었다 (웨스트뱅크와 가자의 학생들은 이곳에서 공부하는 게 꿈이다). 스페인의 Mark Fenwick과 Javier Iribarren이 설계를 맡았다. 이주 노동자의 근로 환경과 관련해 논란이 되었던 곳 중 하나이다. 11월 24일 우리나라와 우크라이나, 11월 28일 우리나라와 가나, 12월 2일 우리나라와 포르투갈의 경기가 이곳에서 있다. 희한하게 한 경기장에서만 토너먼트를 하게 됐다.
4. Al Rayyan의 Ahmad bin Ali 스타디움이다. 4만 5천 명을 수용한다. 예전 경기장을 철거하고 그 자재 80%인가를 재활용해서 지었다는데, 글쎄. BDP Pattern과 Ramboll이 설계했다. 아흐마드 빈 알리 알 타니는 1960-1972년까지 12년을 통치한 카타르의 에미르다. 이 시절 카타르가 엄청난 경제 성장을 했다. 원유가 터졌으니까. 알 타니 가문이 세운 카타르는 1878년 통합됐고 1971년 9월 3일 영국에서 독립했다. 아흐마드 빈 알리는 사촌 칼리파 빈 하마드 알 타니가 일으킨 쿠데타로 실각했다. 현재 카타르 에미르인 타밈은 쿠데타를 일으킨 칼리파 빈 하마드의 손자이다.
5. Doha의 Khalifa International 스타디움이다. 4만 명을 수용한다. 2006 도하 아시안게임 주경기장이었다. 월드컵을 위해 개조했다고 한다. 차 타고 지나가면서 저기서 뛰다가 죽는 게 아닐까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아직 6시도 안 된 시간인데 해는 정수리에 와 있고 40도가 넘었던 기억. 아니다. 의식이 몽롱해서 뭘 봤는지 실감이 안 났다고 해야 맞다. 지금도 도하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라면 특히 대단해 보인다. 홍콩이었어야 했는데 생뚱맞게 무슨 도하에서 국제대회를 여나 했는데, 그때부터 카타르가 스포츠에 몰빵하기 시작한 건가.
카타르 통치자 궁 Amiri Diwan이다. 카타르 국기는 흰색 9개의 톱니 옆에 그 유명한 maroon (brownish crimson) 색깔인데 광렬한 일출 햇빛 때문에 전혀 다른 색깔로 보인다. 흰색 톱니가 왜 9개냐고 물어보았지만 만족스런 답은 얻지 못했다. 옆나라 바레인 국기는 흰색 5개 (이슬람 다섯 기둥) 톱니가 빨강 색과 나란히 있다.
6. Doha의 Stadium 974이다. 4만 명을 수용한다. 월드컵 역사상 최초의 임시 경기장이다. 분리가능한 974개의 컨테이너로 지어졌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Education City 경기장과 함께 Fenwick-Iribarren이 설계를 맡았다. Amiri Diwan에서 건너다 보이는 곳에 지어졌다. 아라비안 걸프와 다우 항구를 접하고 있으니 시원하겠지 생각하면 오산이다. 열풍을 맞아 얼굴이 얼얼한데 거기 소금이 달라붙는 형국이다. 도하에서 발견하는 아름다움은 자연과는 거리가 멀다.
7. Doha의 Al Thumama 스타디움이다. 4만 명을 수용한다. 아랍 남성들이 착용하는 뜨개질 모자 가피야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이다. 오만의 건축가 Ibrahim Jaidah가 설계했고 카타르 기술로 지었다. 카타르의 아름다움은 이 척박한 땅에서 이들이 일궈온 것에 있어야 한다. 해안선에 세워진 또 하나의 타워 알 자지라는 그 답이 될까.
8. Al Wakrah의 Al Janoub 스타디움이다. 4만 명을 수용한다. 카타르의 전통 다우dhow 보트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이다. 바그다드 태생으로 2016년 작고한 자하 하디드가 디자인했다. 정작 본인은 건축 현장에 가보지도 않았을 테지만 이민 노동자 근무 환경 스캔들에서 가장 크게 비판을 받았다. 여타 건축가들 가운데 저명하기도 하고, 알 바크라 같은 사막에 거대한 경기장을 짓는 게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경기장 주변을 녹음이 우거진 공원으로 조성해 지역주민의 기반 활동을 창출하겠다고 하는데,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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