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204 아침 7시, 분주한 국제 공항 나트바그 체크포인트에 차량 한 대가 돌진했다. 외국 항공기들이 이착륙하는 제3터미널에서 탑승을 기다리던 승객들에게 느닷없이 바닥에 누우라는 공지가 방송됐다. 총격전이 동반된 추격 끝에 팔레스타인 자동차 절도범이 벌인 일이라는 게 밝혀졌다. 적어도 테러리스트가 공항에 침입한 건 아니라 한숨 돌리긴 했지만 공항에 이런 카오스가 닥친 건 보통 일이 아니다. 사고는 항공 이착륙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국제 공항 나트바그의 터미널은 완전무장한 경찰들이 지키는 검문소를 통과하게 되어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국제 공항의 보안 수위는 최고 등급이지만 평범한 승객들이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 이스라엘 국제 공항은 승객들이 불편함을 느끼든 말든 테러 저지를 우선하기 때문에 의외로 한 나라의 관문에서 마음 상하는 일이 꽤 자주 일어난다. 순례객들을 맞기 위해 공항에 나갈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버스에서 내려 한참 조사받는 경우가 다반수다. 이스라엘 국가가 내준 투어 가이드증이 있거나 말거나 배려 받기는 어렵다. 이런 경우엔 고분고분 협조하고 빨리 절차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게 최선이다. 그래서 나트바그에 개인 용무를 보기 위해 갈 때는 택시를 이용한다. 그게 가장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그런데 팔레스타인 총각은 무슨 생각으로 간도 크게 나트바그 검문소를 들이받은 걸까. 결국 추격전으로 저지되어 차에서 내려 도망치다 다리에 경상을 입었단다. 말 그대로 온 가족까지 탈탈 털리는 경찰 조사가 진행될 텐데, 아니 도대체 왜.
들뜬 마음으로 비행기 탑승 절차를 밟고 있던 승객들은 '바닥에 누워 군 명령에 따르라'는 공지가 들렸을 때 어떤 심정이었을까. 히브리어를 잘 모르고 영어도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은 무슨 일인지 어리둥절한 채 어떻게 대응했을까. 사진만 봐도 모두의 스트레스가 느껴진다. 바닥에 30분 동안이나 누워 있었다고 한다. 진상 파악이 되지 않아 테러리스트가 공항에 침입했다고 느꼈을 테니 생과 사의 경계에 선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이들도 있을 것이다. 장담하건대 이런 경험은 보통 사람들에게 트라우마가 된다.
체크포인트에서 검문을 기다리던 다른 차량들은 어땠을까.
아침부터 뉴스 보다 한숨을 쏟아놓는 내게 우리집 태평한 인간들이 깔깔거린다. 누가 나트바그를 상대로 테러를 계획하냐고, 테러는 많이 죽이는 게 목적이라 시장을 가야지 공항 가도 소용 없단다. 영특한 혜안 있어서 좋기도 하겠다. 아무튼 나트바그 보안요원들이 쓸데없는 드라마를 만들었다고, 조용히 넘어갔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니, 체크포인트를 돌파했다잖아. 자동차를 훔쳤는데 당연히 장애물이 보이면 돌파하지! 할 말이 없다. 이스라엘 사람들의 이런 태도는 안전 불감증은 아니다. 좀 재수없는 경험론일 가능성이 크다.
'New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전 산과 제3성전 (2) | 2022.12.07 |
---|---|
[월드컵] 모로코 감독 왈리드 레그라기 (0) | 2022.12.07 |
[월드컵] 일본 팬들 경기장 청소 (0) | 2022.11.25 |
221123 예루살렘 폭탄 테러 (0) | 2022.11.24 |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 (0) | 2022.1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