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저널리즘 수준도 높지만, 독자 수준도 장난이 아니다.ㅋ 이스라엘 대표 포털 ynet에서 제일 재미있는 란이 독자 의견이다. 독자 의견은 한 번으로 끝나는 법이 없다. 개인이 개진한 강렬한 의견은 거의 반드시 반론이 제기되고, 사안이 심각하면 꼬리를 이어 의견이 폭발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스라엘에서 교수라는 직함을 단 사람이 '성전 산에서 유대인 기도를 막아야 하는 7가지 이유' 같은 제목으로 독자 의견을 쓰면 댓글 보장이다. 이츠하크 라이터는 이스라엘 내 폴리티컬 사이언스의 최고 명문 Reichman University (IDC Herzliy)의 교수이자, 이스라엘 중동학 및 이슬람 연구 협회(ILMA) 회장이다. 전 세계에서 the best digital course를 가진 12개 칼리지 중 하나로 뽑힌 Al Qasemi Academy에서도 가르치고 있다. 유대인이라고 다 성전 산에 제3성전을 지어야 한다고 믿지 않는다. 아니 그런 사람은 전체 인구에서 극소수라고 말할 수 있다.
라이터 교수가 유대인의 성전산 기도를 막아야 한다고 본 7가지 이유는-,
1. 성전 산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라는 맥락에서 보아야 한다. 유대인들은 성전 산에서 차별을 느끼지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다른 모든 지역에서 차별을 받는다. 엘 악사는 그들의 마지막 보루이다. 그곳을 빼앗길까 염려하는 구성원을 위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타당하다. 다른 종교 구성원이 그곳에서 차별받는다고 느끼는 것을 시정하기보다.
2. 야훼 신앙은 정복한 민족의 성소를 자기 예배 장소로 바꾸는 것을 용인했다. 이 규범은 20세기 국제법의 원칙에 위배된다. 한 지역을 정복한 국가는 피정복자의 성지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
3. 누가 먼저 왔나를 성전 산에 적용해서는 안 된다. 2,000년 전 약 800년 간 존재한 유대인 성전이, 1,400년 동안 무슬림 모스크였다는 사실보다 우위에 있지 않다. 주인이 바뀐 제 종교의 성지로 돌아갈 권리를 모두 인정한다면 유대교는 잃을 곳이 없나? 현재 이스라엘의 많은 유대인 성소는 비잔틴 시대와 십자군 시대 성지였다. 대표적인 곳이 다윗 무덤이 있는 시온 산이다. 그곳에 다윗 무덤을 조성한 것은 프란체스칸이다. 사무엘 무덤이 있는 곳도 십자군 요새다. 누가 먼저 만들었나를 다툼이 시작된다면 유대인 역시 포기해야 할 성소가 많다. 그 모든 걸 포기하고 성전 산만 갖겠나?
4. 과거 유대교의 배타적인 예배 장소에서 유대교 예배를 회복하라는 주장은 토라 법을 현대 세계에 적용하는 것이다. 유대인 중 얼마나 동의하나. 대부분의 유대인 공동체는 터무니없다고 느낀다.
5. 성전 산에서 기도하려는 사람들은 전 세계 종교 유대인들 중에서도 소수이다. 이스라엘의 정통파 유대교를 대표하는 Chief Rabbinate는 1967년 6월 종교인이 성전 산에 오르는 것을 금지했다. 발굴이 이뤄지지 않아 과거 성전 건물의 포지셔닝을 장담할 수 없는데, 무심코 대제사장만 접근할 수 있는 지성소를 침범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성전 산을 정말 존중하는 건 이런 태도 아닌가.
6. 예배의 권리는 안보나 정치적 고려에 우선하지 않다. 성전 산의 Status Quo를 바꾸는 것은 이스라엘 국가의 정치, 안보 이익을 위태롭게 한다. 누군가 희생하더라도 나는 내 종교 우위를 지키겠다는 건 무슨 이기심인가.
7.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계속되는 한, 무슬림은 그들의 종교 원칙이 금지하지 않는다 해도 성전 산에서 유대인의 기도를 수용할 수 없다. 갈등이 끝난 후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이고 당사자 합의에 따라 성전 산에서 유대인도 기도할 수 있을 것이다. 평화가 먼저다.
내용에 동의하든 아니든, 히브리어로 잘 쓰여진 명문장인 건 틀림없다. 성전 산에서 유대인이 기도해서는 안 되는 이유로 일곱 가지나 뽑을 수 있다는 것부터가 놀랍다. 이에 대한 반박은 대개 민주주의 국가인 이스라엘이 종교의 이름으로 시민 모두의 권리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사법부 역시 엘 악사 영내에서 아무나 기도할 수 없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고 명시한 바 있다. 종교인 입장에서는 라이터 교수 같은 사람이 무슬림의 차별받는 감정을 보호해 주기 위해 유대인의 감정은 무시한다고 여길 수 있다. 유대인들은 로마 시대에 성전을 빼앗긴 이후 그에 대한 상처와 굴욕감을 느끼고 있는 셈이니까.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 자체는 유대인 입장에서 정당하기도 하다.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여기서만" 기도 금지라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성전 산 문제가 정말 한가하게 민주주의를 걱정하는 것인가? 성전 산 활동가들은 성전 산을 "정복"하려는 것이다. 그들의 팜플렛에 써 있다. "성전 터를 아랍인들에게 넘기는 것보다 더 중대한 죄는 없다." 그들이 성전 산에 오르라 독려하는 것은 "땅 상속"이라는 미쯔바의 일부이다. 여호수아의 준엄한 명령, "그 산지도 네 것이 되리니 비록 삼림이라도 네가 개척하라 그 끝까지 네 것이 되리라 가나안 족속이 비록 철 병거를 가졌고 강할지라도 네가 능히 그를 쫓아내리라"(수 17장)를 준수하려는 것이다. 성전 활동가들의 아랍인과 무슬림에 대한 경멸의 표현은 또 어떤가. 모두가 혐오 발언에 참여한 것은 아니라도, 거기 동조하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지도 않았다.
성소의 주인이 그것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지 않겠다고 거부하면 그것은 차별인가? 그런 오래된 관습에 반대하며 이를 바꾸려 드는 쪽이 찬탈자가 아닌가? 유대교 옥서도스는 통곡의 벽에서 고작 수십 명의 여성들이 토라를 읽고 공개적으로 기도하겠다고 하자 쇼크를 받았다. 그러면서 남성만이 토라를 읽고 공개적으로 기도하는 것은 바꿀 수 없는 관습이라고 주장한다. 성전 산의 서쪽 벽에는 원래 무슬림의 예배 장소가 두 군데나 있었다. 무그라빔의 자비트(institution)와 알 부라크 모스크다. 예배할 권리의 평등을 내세우며 무슬림들이 그곳에서 기도하겠다면 유대교는 어떻게 나올까?
성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종교간 갈등은 이론이나 논리나 도그마와 상관이 없다. 대부분 감정이 원인이다. 무슬림과 이슬람 세계는 이스라엘이 그들의 성지를 훼손하고 거기 유대인 예배 장소를 세우기 위해 Status Quo를 바꾸려 한다고 믿는다. 그건 오해이고 루머일 뿐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그래도 무슬림들이 계속 그렇게 '느낀다면' 그 오해를 풀기 위해 이스라엘 국가는 노력해야 한다. 물론 평화를 원한다면 말이다.
이스라엘이 소수의 극우 종교 운동가들 때문에 국제 사회와 척을 지고 왕따가 되는 게 정말 최선인가? 그렇게 해서 이슬람의 모스크를 없애고 유대인의 '기도의 집'을 짓는 게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것인가? (전 세계가 갑자기 이상해져서 유대인이 제3성전을 짓는 데 찬성해도 하레딤의 결사 반대 때문에 불가능하다. 성경에 써 있다. 여호와의 성전은 이제 성령만이 지으실 수 있다.) 이 땅에서 다시 한번 종교 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얻을 것조차 없는 미련한 일이다. 평화가 가져올 일들을 꿈꾸어 보라. 만인의 기도하는 집에서 모든 종교인이 결국 한분이신 그분께 찬양을 드리는 장면을. 물론 지금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래도 남의 싸움을 부채질 하는 대신 불가능해 보이는 믿음을 갖는 게 종교인의 자세가 아닐까. 믿음은 보이지 않는 것들의 실상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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