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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sha

파라샤 바이가슈 (창 44:18-47:27)

요세프가 형제들과 화해하는 파랴샤 바이가슈를 읽는다. 하프타라는 유다와 에프라임, 즉 남유다 왕조와 북이스라엘 왕조의 화해를 예언하는 에스겔 37:15-28이다. 창세기가 인생의 각 단계별 중요한 테마를 다룬다고 언급한 바 있다. 노년의 아브라함은 상속자를 낳아 유산을 이어가는 문제, 장년의 이츠학은 자녀를 기르는 문제, 청년의 야아콥은 이성과의 사랑 문제를 드러낸다. 요세프는 이런 가족 사이클에서 벗어나 17살부터 시작된 시련을 뚫고 소위 성공에 이르는 법을 보여준다. 무수한 사람들이 요세프로부터 성공 비결을 배우기 원했다. 그의 품성인 integrity는 대충 흉내낼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 요세프가 전하는 삶의 지혜가 싸구려 자기 계발서와 다른 이유다.     

 

유대교는 요세프에게서 남다른 미덕을 발견한다. 바로 '용서'다. 이것은 유대 백성의 유전자에 생소한 것이다. 이 백성은 정말 용서할 줄 모른다. 절대로 잊지 않는다. 함께 나락으로 떨어질지언정, 상생이라는 걸 선택하지 않는다. 하나님도 그걸 아셨으니 이 백성의 조상 이야기에 믿기 힘든 '용서의 제왕'을 배치하신 게 아닐까. 요세프 파라샤를 읽으며 나 홀로 민망해진다. 아무리 뜯어봐도, 요세프가 형제를 용서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안 나온다. 용서에는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용서는 그냥 하는 것이다. 그것이 하나님의 성품이고, 인간은 그 하나님의 성품을 닮은 자들이기 때문이다. 이 단순한 이야기 파라샤의 두드림은 그래서 강력하다. 요세프의 정직한 인격이, 하나님의 은혜 속에 단련될 때, 그 결과는 자신의 원수를 용서하는 것이다.   

 

1알리야 (창 44:18–30), 유다의 호소

  • 정황상 비냐민이 애굽 마슈비르의 잔을 훔친 것으로 보였다. 애굽 마슈비르는 비냐민만 노예로 놓아두고 형제는 모두 돌아가라고 선포했다. 유다는 말한다. "주는 바로와 같습니다"כִּי כָמוֹךָ, כְּפַרְעֹה 자신들의 생사가 그의 손에 들려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그리고 절박하게 호소한다. 비냐민을 데려가지 않으면 우리 아버지는 죽습니다. 비냐민의 형도 죽었기 때문에 비냐민과 아버지의 생명이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 아버지의 심정을 이렇게 잘 아는 아들은 참 효자다. 아버지가 자신들의 동생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면서, 그런 짓을 했나 싶긴 하지만.  


2알리야 (창 44:31–45:7), 요세프의 드러난 정체

  • 유다가 비냐민을 대신해 남아 종이 되겠다고 한 이유는 아버지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요세프는 시종들을 물리치고 울음을 터트린다. 바로의 궁중에 그 울음소리가 들렸다. 요세프는 얼어붙은 형제들 앞에서 자신이 바로 요세프이며, 자신을 판 것으로 근심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리고 하나님이 구원하고자 하신 게 '당신들'의 생명이고, 자신은 그 일에 쓰임받았다고 말한다.
  • 인간의 완악함은 생각보다 완고해서, 상생을 도모할 줄 모른다. 하필이면 내 원수들을 구하는 일이라면 그게 내게 유익한 일이라도 하기 싫어지는 게 인간이다. 그런데 요세프는 하나님의 계획이 이 원수들, 자기 형제들을 구원하는 데 있었음을 인정한다.


3알리야 (창 45:8–18), 내가 봉양하리라

요세프는 아직도 기근이 5년이나 남았기에, 자신이 아버지와 아버지에 속한 자들을 부양하겠다고 말한다. 16절부터는 마치 또 다른 버전인마냥 바로가 요세프의 형들을 보내 아버지를 모셔오라고 당부한다. 


4알리야 (창 45:19–27), 야아콥을 놀라게 한 소식

요세프는 바로의 말대로 수레를 내주며 길에서 지체하지 말고 속히 아버지를 모셔오라고 당부한다. 야아콥은 요세프가 살아 있다는 말을 듣고 어리둥절וַיָּפָג לִבּוֹ하다 수레를 보고 기운을 차린다וַתְּחִי, רוּחַ. 히브리어는 야아콥이 충격을 받고 기절을 했다가 정신을 차렸다는 뜻이다.

 

5알리야 (창 45:28–46:27), 단을 쌓는 야아콥

  • 야아콥 이름이 '이스라엘'로 바뀐다. 이스라엘은 모든 소유를 이끌고 브엘세바로 가서 제사를 드린다. 하나님은 야아콥에게 이집트로 가는 길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씀하신다. 
  • 야아콥의 자손 70명의 명단이 소개된다. 


6알리야 (창 46:28–47:10), 바로 앞에 서는 야아콥

  • 야아콥이 고센을 선택한 것으로 나온는 본문이다. 요세프가 고센으로 와서 아버지를 만난다. 요세프는 바로 앞에서 해야 할 말을 일러준다. 애굽 사람이 가증히 여기는 목축하는 자들이니 고센 땅에 떨어져 살 수 있기 위해서다. 
  • 요세프가 형 다섯 명을 파라오 앞에 인도해 고센 땅에서 살기를 허락받는다. 이어 야아콥이 바로 앞에 나아와 자신의 인생이 험악했다מְעַט וְרָעִים, הָיוּ יְמֵי שְׁנֵי חַיַּי고 고백한다. 그의 날들이 짧고 악했다는 것이다. 자신은 형제가 무서워 벌벌 떨었고, 자기 자식들은 형제를 죽이려 했으니 악하기도 했을 것이다.


7알리야 (창 47:11–27), 기근으로 인한 변화

  • 요세프의 집안은 고센 땅에 거하고, 기근은 심해진다. 돈이 떨어지고, 가축이 떨어지자 애굽 백성은 토지를 바로에게 바친다. 애굽의 모든 토지가 바로의 소유가 되고, 백성은 바로의 토지에 농사 지어 소득에서 5분의 1을 바치게 된다. 
  • 야아콥의 자손은 고센 땅에서 번성한다. 

 

남왕조와 북이스라엘이 분열되는 이야기는 가벼운 싸움이 아니다. 이스라엘 백성이라면 신앙이 흔들릴 정도로 무시무시한 일이다. 어떻게 하나님의 백성이 원수가 되는가. 지금이야 세계사적으로 인간의 역사가 참 처절하다는 걸 알게 됐지만 성경을 기록되던 시절만 해도 절대신 앞에서 선택받은 백성의 앞날은 무지갯빛 자체인 게 맞다. 유대인은 왕조의 분열이 결국 나라를 잃고 디아스포라로 떠돌게 된 이유라는 걸 안다. 강력한 제국들이 몰려와서 성을 깨부수는 데 버틸 재간은 없다 (15세기가 될 때까지 공성전은 점령을 위한 게 아니라 부수기 위한 것이었다. 갖기 위해 공격할 만큼 대단한 성이 없기 때문이다. 점령을 위한 공성전은 1453년 메흐메트 2세가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할 때부터다). 하지만 2차 성전의 파괴는 유대인 스스로 서로를 사지로 몰아간 경우다. 그들의 분열은 단순한 당쟁 수준이 아니다. 서로를 죽이고 파괴했다. 히브리어로 씬아트 히남 שנאת חינם이다. 의견과 신념이 다른 상대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맹목적인 상태다. 

 

이스라엘의 새 정부가 세워졌다. 이들 유전자 속에 씬아트 히남이 진가를 발휘하는 중이다. 이렇게 서로를 미워하면서 어떻게 같은 유대인이라는 건지 어리둥절하다. 요세프의 화해 파라샤가 아직도 제대로 읽히지 못한다는 뜻은 아닐까. 기독교력의 새해를 지키기 싫어, 한 해의 마지막날이지만 아무 감흥도 없다고 애써 주장하는 이스라엘에서 12월 31일을 맞는다. 평화의 주님, 이 땅을 새롭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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