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ites

Korazim, 저주 받은 도시

가버나훔은 베드로의 장모님 댁이 있었고, 고라신은 이방인의 땅 갈릴리에서 전통적으로 유대인의 마을이었다. 둘 다 예수님의 저주를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예수님의 저주 목록에 마을 하나가 더 있는데, 베드로의 고향인 벳새다다. 이유가 궁금하면 8월쯤 날 잡아 방문해 보시라. 육두문자가 절로 나온다. 숨을 쉴 수 없는 열기, 해를 피할 수 없는 고도, 증류로 사우나 역할을 하는 갈릴리 바다까지 세트로 사람을 돌게 만든다. 

환경의 영향을 받게 되어 있는 사람들이 이런 동네에서 착하게 살아가기는 어려운 법이다. 그래도 이천 년이 넘도록 몹쓸 도시로 기억된다면 그만한 이유는 있을 것이다. 예수님이 이들을 저주하신 이유는, 이 도시들에서 예수님이 권능을 가장 많이 행하셨지만, 그런데도 회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아마도, 자신들이 은혜 입을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스스로 믿지 못했을 것이다. 자기 정체성을 모르는 사람 치고 시류를 알아보는 혜안이 있을 리 없다. 예수님이 뭐 하는 양반인지 이들은 눈으로 보고도 깨닫지 못했다. 복음서 기자는 복음이 지혜로운 자에게 숨겨졌고 어린아이에게만 알려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일은, 자신에게 닥친 은혜를 밀어내는 어리석음이다. 

최근 고라신에서 가버나훔에 이르는 트래킹 코스가 유행이다. 갈릴리 바다를 내려다보며 이 삶으로부터 어떤 지혜를 발휘하고 있는지 따져볼 만하다.

    

정말 가버나훔까지 갈 생각이라면 4시간은 잡아야 한다. 1시간쯤 지나면 비명들이 속출한다. 돌아오려면 그때가 적격이다. 여기를 걷겠다는 각오로 오는 분들이 꽤 있지만, 1시간을 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아, 스위스에서 오신 분들이 꽤 오래 버티셨다. 자연 풍경을 즐기시겠다면서. 

 

골란고원, 즉 Hauran 지역에 독특한 주택 구조이다. 14세기 맘룩 시대로 보지만, 토대가 된 것은 4세기 건축이다. 여러 아치들 사이로 좁은 복도가 놓이고, 그 천장도 역시 돌 막대기로 가려졌다. 하우란 건축의 주요 요소가 Korazim window이다.  이 더운 곳에서 조금이라도 바람의 혜택을 누리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이다.  

 

고라신에서 가장 중요한 건축물은 회당이다. 세 개의 출입구 가운데 중앙 입구의 장식 기둥이 왼쪽만 남아 있는데, 이스라엘 박물관에 복원돼 있다. 대단한 gable이 정점이다. 그리스로마 세계는 물론 비잔틴 시대까지 기둥의 머리 장식을 장식하는 모티브가 Acanthus이다. 지중해 식물인 아칸투스와 무슨 상관인지 논쟁이 있다. 단순한 palm tree leave에 비해 선명한 대칭을 이루고, 무엇보다 검 모양이기 때문에 종교 건축에서 선호했을 것이다. 현재 회당은 4세기에 건설된 것으로 보이지만 가버나훔 회당과 마찬가지로 아래쪽으로 1세기 회당이 있었을 것이다. 이곳에서 하스모니안 시대, 즉 주전 2세기까지 소급되는 동전과 도기가 발견됐다. 

 

고라신 회당에서 '이스마엘의 아들 유단'에게 속한 현무암 의자가 발견됐다. 자금을 대서 이 회당을 지은 인물이다. 일반적으로 '모세의 의자'로 알려져 있다. 더위 먹고 혼미해지면 고라신까지 가서 중요한 걸 보고도 실감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진품은 이스라엘 박물관에 모셔져 있다. 아무튼 하나님 앞에서 신분의 차이가 없다는 회당에서 고위 인사, 부유한 기부자를 위한 의자가 마련돼 있었음을 증명하는 중요한 유물이다. 우리나라처럼 신분 사회가 유대교의 회당 좌석을 해석하는 방식은 당연히 아전인수 격이다. 여기에는 유대인 특유의 FIRGUN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회당에 큰 돈을 기부했으니 잘했다 말은 하지만, 그게 아부나 아첨이나 굽신거리는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유대인은 그러하다.        

 

회당 옆에 유대인 제의 목욕탕인 미크베도 자리하고 있다. 역시나 돌 기둥들로 천장을 만든 이유는, 역시나 더위를 피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다른 물이 떨어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 천장 돌 기둥 사이는 작은 돌들로 막아두었다. 치밀한 사람들이다.

 

 

 

 

 

 

 

 

 

 

 

 

상부 갈릴리와 골란고원에서 발견된 유대인 회당들에는 상당한 공통점이 있다. 그게 또 하나의 연구 주제이다. 장식 중 하나에 메두사가 있다. 

'Sit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벳새다, 베드로의 고향  (1) 2023.04.08
Davidson 고고학 공원  (0) 2023.04.03
나사로의 무덤, 베다니  (1) 2023.03.06
사해 formation  (0) 2023.02.09
크파르 바르부르그  (0) 2023.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