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대통령은 명예직이지만 이스라엘 시민들에게 대단히 사랑받는 사람만 될 수 있는 자리다. 초대 대통령 하임 바이츠만, 이츠하크 벤쯔비, 잘만 샤자르, 에프라임 카찌르, 이츠하크 나본, 하임 헤르쪼그, 에제르 바이츠만은 자기 분야에서 큰 업적을 이루었고 소박하고 참신한 삶으로 수많은 미담을 남겼다. 시몬 페레스, 르우벤 리블린도 재임 기간 대통령으로서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유일한 예외가 8대 대통령 모세 카짜브인데, 성범죄자로 유죄판결을 받고 7년 징역형을 치렀다.
2006년에 일어난 이 사건은 정치인의 사생활을 그닥 개의치 않는 이스라엘 사회에서도 대단한 치부로 여겨진다. 어지간했어야 말이지. 아무튼 15년 전 사건이 다시 거론되는 건 미디어의 홍보 전략이다.
최근 이스라엘 위성케이블 Yes가 알레프라는 드라마를 선보였다. 모세 카짜브 전 대통령의 성범죄 사건을 다룬다. 제목 알레프는 히브리어 알파벳 첫자(A)로 당시 미디어가 생존자 오를리 레비보를 이니셜 알레프(A)로 불렀기 때문이다. 때를 같이해 상업방송 채널 13의 아나트 고렌이 6년 동안 오를리 레비보와 동행하며 완성한 다큐도 발표했다.
모세 카짜브는 별짓 다해 놓고 피해자를 되려 고발할 정도로 대담했다. 네탄야후의 부총리로 리쿠드의 별이었던 정치 경력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출 투표 당시 시몬 페레스를 누르고 당선됐으니 정치 생명이 무궁할 줄 알았겠지. 부인 길라도 어지간한데 시종일관 남편을 지지하며 성실히 옥바라지에 임했다.
최소 8명을 성폭행한 남편에게 인정받은 부인의 충성과 믿음.
사건의 전환점이 된 인물은 카짜브의 개인 비서 오델리아 카르몬이었다. 정치가의 측근은 돌아서면 제일 무서운 적이 된다는 예가 이 나라 정치사에 무수하다. 대개 마음 돌리는 측근들이 여성인 것도 묘하게 타당성 있다. 아무튼 카르몬의 증언으로 빼박 못 하게 된 대통령은 강간, 추행, 성추행,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고, 2016년 12월, 7년형 가운데 5년 15일 형을 마치고 감형, 조건부 출소해 키리얏 말라히에 있는 집으로 돌아왔다.
오델리아 카르몬이 2013년 발표한 "Eshet Sod"(비밀의 여성)이라는 책이 이번에 드라마화된 것이다. 성범죄자 역할에 이츠하크 자다 다니엘이다.
왜 이런 이미지 변신을 하시죠, Fauda의 전사가? 연기는 진짜 잘해서 더 빡친다.
채널 13은 한발 더 나아가 "The Katsav Affair - The Legal Drama"라는 제목의 다큐를 방영한다. 여기에 카짜브가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긴 인터뷰가 들어 있다. 이런 사람에게 플랫폼을 제공하는 게 옳은 건지 질문은 하나마나겠지. 100분이나 투자해 저런 다큐를 본 소득이 있다면, 이스라엘 재판부가 제대로 일하는 기관이라는 걸 깨달은 점이다. 검찰이 성범죄자와 플리바겐을 성사시킨 일을 판사들이 뒤집어 실형을 내린 것이다. 법정에 앉아 있는 양반들이 제정신이면 최소한 나라 꼴은 제법인 것이다.
카짜브는 이스라엘 관광청 장관을 역임했다.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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