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유대인 작가 중 하나인 Howard Jacobson은 데뷔작 Coming From Behind (뒤에서 오는 것)에서 축구를 하는 것이 "자신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비유대인적인 일"이라고 했다. 영국의 유대인은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랄프 로렌 스타일로 빼입고 윔블던에 앉아 있는 걸 성공의 지표로 여긴다. 영국에서 축구는 노동자 문화이고, 이 계급 사회에서 유대인은 노동자 계급일 수는 없으니까.
당연히 유대인 축구선수도 많지 않다. 베컴의 외할아버지가 유대인이고 (1/4이면 나치가 규정한 유대인 맞다), Scott Kashket (찰스 왕 대관식 옷 만든 그 케쉬케트 집안), Joe Jacobson ('야곱의 아들'이 바로 유대인이다), Dean Furman (남아공 출신이지만) 등이 전부다.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마노르 솔로몬은 이스라엘 용병이다.
그렇다고 유대인이 세계 최고의 마케팅 전략이 동원되는 비즈니스에 관심이 없을 리가 없다. 사실 역사적으로 가장 고수익을 내는 스포츠 프리미어 리그의 창설 자체를 유대인이 주도했다. David Dein, Alan Sugar, Alex Fynn, Irving Scholar 등이다. 경기장을 무너뜨리는 훌리건의 난동이 가라앉은 것은 이들의 사업 수완 덕이 크다. 현재 토트넘, 맨유, (우크라이나 전쟁 전 첼시) 등 프리미어 리그에서만 7개 클럽이 유대인 소유고, 한때 영국 축구협회 회장이 유대인이었다(David Bernstein).
영국 축구와 유대인 사이의 이 복잡한 관련성은 앤소니 클러베인이 쓴 유대인 축구 역사서에 잘 나와 있다. "당신의 랍비는 당신이 여기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이걸로 농담을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기 비하 농담을 꺼리는 건 사실 열등감의 표현은 아닐까. 소위 국뽕을 선호하는 문화는 다소 유치한 현상처럼 보이지만 내 의견은 중요치 않으니...)
유대인 축구팬들은 대개 토트넘, 아스널, 왓포드를 사랑한다. 1996년 영국 대표팀 응원가 "Three Lions"를 작곡한 사람도 유대인 코미디언 David Baddliel이다.
자, 이 와중에 2022/23시즌 토트넘은 죽을 쑤었다.
원래 토트넘은 이런 구단이다. Yid는 이디시어를 사용하는 유대인을 뜻하는 단어다. 반유대주의로 사용될 위험도 있지만, 일단은 홋스퍼가 유대인에게 사랑받는 클럽이라는 뜻이다. 토트넘이 잘나가던 시절(그게 언제였지?)에는 이스라엘 미디어에도 토트넘이 도배됐다. 해리 케인만큼 쏘니도 유명하다. 그런데 이번 시즌을 정리하며 토트넘을 머리 없는 수탉, headless rooster에 빗댄 기사가 나왔다. 오메르 야론의 기사를 옮겨보았다.
토트넘에서 작동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Daniel Levy (aka. 이상한 구단주)는 "결과 없는 품질"이 장기적으로 "품질 없는 결과"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위대한 요한 크루이프는 결과 없는 품질은 쓸데없고 품질 없는 결과는 지루하다고 했다. 이것이 바로 토트넘이 지난 몇 년간 겪었던 딜레마다. 지난 5년의 토트넘을 설명하려면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간 10년 전 (2014년), 마우리시오 포체티노가 토트넘 감독으로 임명된 때로 돌아가야 한다. 그 이전 시즌 사우샘프턴을 기록적인 프리미어 리그 위치로 이끌었고, 토트넘에 "공격적인 축구"를 가져오겠다고 약속한 인물이다. 포체티노의 토트넘 시절은 상대적으로 성공적이었고, 팀의 리그 평균 순위는 3위에서 4위 사이였다. 물론 절정은 팀이 2위로 마친 2016/17 시즌이다. 2018/19시즌에는 챔피언스리그 결승까지 진출했다.
2019년 11월 포체티노는 해고되었고 이 시점에서 토트넘은 접근 방식을 변경한다. Jose Mourinho, 서류상으로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감독 중 한 명이 부임한다. 팬들은 기대의 구름을 거닐었고 마침내 이 클럽은 성공에 도달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뭔가 잘못됐다. 그 시즌 토트넘은 챔피언스 리그 6위로 탈락한다. 다음 시즌까지 실망을 안겨준 무리뉴는 해고된다. 무리뉴가 맡은 클럽이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무리뉴가 해고된 여름, 토트넘에 Nuno Espirito Santos가 온다. 4개월 동안 머물다 팀이 8위를 하고 나서 해고됐다. 그리고 2021년 11월 안토니오 콘테가 임명된다.
콘테는 훌륭한 시즌을 보낸다. 토트넘은 리그 4위로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했고, 쏘니와 케인은 절정에 달한 기량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내 다음 시즌에는 또 뭐가 잘 안 풀린다. 콘테의 눈에 서려 있던 열정은 사라지고, 쏘니의 능력은 빈약해지고 수비 가담도 줄었다 (아니 그런 포지션이 말이 안 되잖아). 득점을 멈추지 않은 케인에게는 어떤 의미에서는 역사적인 시즌이다. 다만 최종 결과는 좋지 않았고 2023년 3월 콘테도 해고된다.
포체티노와 후계자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기대치가 높지 않았다는 점이다. 축구를 즐기는 팬들과 함께 클럽은 적당히 좋은 결과를 얻었다. 포체티노는 선수들의 가치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지출했고, 그의 후계자들은 선수들의 재능과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지 못했다. 포체티노 감독의 축구는 흥미진진했고 팀의 득점도 많았다. 무리뉴는 주로 수비 축구를 했고, 공을 훔치고 빠르게 전진하는 것을 기본 삼았다. 누누 시절도 마찬가지다. 콘테는 경쟁력 있는 팀을 만든 것 같았지만 일년 만에 다시 내리막길이었다.
토트넘은 탓할 게 많다. 그중에서도 다니엘 레비가 가장 큰 문제다. 우선 구단에 오는 감독들에게 인내심도 없고 충분한 투자도 하지 않는다. 서류상으로 하이 프로필의 감독들만 데려오면 문제가 저절로 해결될 줄 아는 것 같다. 토트넘은 장기 프로젝트를 구축할 수 있는 감독이 필요하다. 아스날의 미켈 아르테타가 좋은 예다. 부임한 첫 시즌에 8위, 다음 시즌에도 8위였지만 아르테타가 3년 반을 보낸 아스널은 우승을 놓고 경쟁한다. 토트넘 같으면 진작 경질됐을 테지만 아르테타는 엄청난 자금 지원까지 받았다.
토트넘의 다음 감독은 호주 출신 Ange Postecoglou다. 토트넘이 콘테를 경질하고 엔제를 기용하는 데 걸린 시간은 71일로, 토트넘이 3년 전 무리뉴를 경질하고 누노를 기용하는 데 걸린 시간과 같다. 엔제는 포체티노 체제에서 토트넘에 많은 성공을 안겨준 4:3:3 시스템을 선호하고, 멘시티, 아스날, 브라이튼과 플레이 스타일이 유사하다. 아마도 높은 수준의 공격 축구에 대한 열망이 반영됐을 것이다. 엔제가 뭘 어떻게 하든 첫 시즌에 바라는 만큼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제발 좀 놓아두기를.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가 성공할 수 있도록 팬들과 구단이 지지해 주어야 한다.
*레비가 이 기사를 혹시 읽는다면, 그래서 어쩌라고, 할 것 같다.ㅋ 우리나라 팬들이야 쏘니가 왜 재계약을 했는지, 아니 애초에 리버풀 대신 왜 토트넘을 갔는지, 아니 레베쿠젠 가서 런던올림픽을 안 나간 것부터 전부 아쉽기만 하다. 그래도 쏘니의 팬이어서 행복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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