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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ife in Israel

이스라엘 드라마 슈티셀

이스라엘 TV에도 드라마가 있고 그게 꽤 재미있다는 걸 깨달은 건 2015년쯤이었다. 그 전에는 이런 종류의 관심을 가질래도 기회가 없었다. 그 드라마가 슈티셀이다. Shtisel. 예루살렘 메아 쉐아림에 사는 하레딤 슈티셀 가정의 아버지, 큰딸, 막내아들을 축으로 하는 시리즈였다. 우리말로 옮기면 '콩가루 집안'이 딱이다. 위선에 가까운 자기 보호막을 걸치고 살아야 하는 종교인들의, 숙명이라지만 어리석은 선택의 결과인 가정사에 매번 탄식이 터지는 기가 막힌 이야기들이다. 그런데도 그 이야기가 전혀 다른 삶을 사는 나같은 사람에게도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게 이 드라마의 매력이다.

 

2013년 여름 케이블로 방송됐던 드라마가 그 시점에는 유투브에 올라와 있어서 한두 편을 볼 수 있었는데, 한동안 이걸 어떻게 볼 수 있나 묻고 다녔었다. 당시 내 주변의 하레딤조차 이 드라마의 소문을 들어 알고 있었는데 (하레딤은 TV 시청이 금지된다), 세속인이 만든 하레딤 스토리가 말도 안 된다는 식이었다. 자기들 치부가 드러나는 거니 인정할 수 없겠지. 그분들은 매사가 그렇다. 세속인들은 하레딤 삶을 이해해서 뭐하냐는 반응이었다. 그야말로 안물안궁. 공연히 이런 드라마로 하레딤에 대한 친근감이 높아지는 걸 못 마땅해 했다. 

 

어쨌든 넷플릭스 결제와 코로나 격리 콤보 덕분에 세 시즌이나 되는 전체 33편을 결국 섭렵했다. 전체 스토리야 따라갈 만하지만 종교적 관습이나 탈무드 관련 표현은 어려웠다. 이스라엘 드라마는 히브리어 외에는 자막이 아직 없다. 덕분에 일부 장면은 지금도 여러 번 돌려보고 있다. 미국에서는 Reading Shtisel이라는 책이 나왔다는데 그럴 만하다. 해설이 필요한 이해할 수 없는 저들의 관습이 너무나 많은 것이다.

 

암튼, 주인공 미하엘 알로니가 맡은 아키바 슈티셀은 매우 분통터지는 캐릭터의 하레디인데, 시즌마다 각기 다른 세 명의 여성과 꼬인다. 여자들이 하나같이 괴상하다.ㅋ 

 

누군가가 한 말인데, 저 세 여성 유형이 유대인 남성이 피해야 하는 미혹을 대변한다고 한다. 성적인 미혹, 다정의 미혹, 동정의 미혹. 그렇다는데 할 말은 없지만, 그런 미혹에 사로잡힌 아키바의 한심함도 딱하긴 마찬가지다.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 치고 하자 없기가 어려운데, 세상에 눈 닫고 토라의 즐거움만 배운 이들이 어련하겠나. 여성 입장에서는 저럴 때 저런 식으로 구는 남자를 걸러야겠구나 생생한 교재다. 아무튼 인간 군상을 이렇게 공감 가게 그린다는 건 대단한 능력이다.

 

그런데 진정 큰 충격은 슈티셀 집안의 큰딸 기티와 립베 바이스 가정이다. 하레딤 공동체의 위선적인 본성이 유감없이 표현된다. 부부관계, 부모 자식 관계, 공동체와 관계, 자녀들의 결혼 과정 등 이들의 모든 삶의 태도가 거짓과 닿아 있다. 종교적인 허울 때문에 연약한 인간은 아주 조금만 일탈해도 크게 상황이 나빠진다는 걸 실감할 수 있다. 종교인도 세속인과 다를 바 없는 윤리적 딜레마에 허우적거린다는 걸 보여주려는 것일 수도.  

 

압권은 루하미와 하니나다. 종교적 열성의 무모함을 표현하는 건 아닐까. 약점을 가진 이들이 자기 종교성을 증명하기 위해 터무니없이 용감하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시즌 4가 돌아올 때도 됐는데 소식이 없다. 미하엘 알로니나 쉬라 하스가 몸값이 너무 올라서 그럴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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